[대구東城路 부활의 꿈 .7] 동성로가 나아가야 할 길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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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17   |  발행일 2015-11-17 제6면   |  수정 2015-11-17
특색없이 ‘걷고 싶은 거리’ 연연하다간 프랜차이즈만 넘쳐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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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성로에는 주말이면 많은 시민이 나들이를 나온다. 하지만 동성로가 더 활성화되려면 시민 참여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영남일보 DB>


대구 동성로가 시민뿐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거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고유한 콘텐츠와 독특한 색깔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선 다른 도시의 활성화된 거리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물론, 대구시민의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내 시민 참여형 거리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라이브클럽 문화 도리어 퇴색
서울 홍대 앞거리 ‘타산지석’

빈 공간을 창작공간으로 만든
부산 원도심 중앙·동광동 모범

옛길 그대로 살려 역사성 보존
아일랜드 코크시 정비도 본보기

대구는 교동시장 연계해 볼 만


◆도시의 특색 살려야

동성로가 대구 시민뿐만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이 즐겨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특색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히 ‘걷고 싶은 거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동성로만의 매력을 갖춘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것.

동성로는 디자인 개선 사업 이후에도 두드러지는 색깔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구 읍성의 흔적을 거리 디자인에 반영했지만 이마저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거리에 독특한 색깔을 입히는 것은 디자인 개선 사업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원도심은 아니지만 서울 홍대 앞의 경우, 걷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으로 인해 오히려 이 거리만의 특색을 잃었다. 라이브클럽으로 대변됐던 홍대 문화는 사그라지고, 각종 프랜차이즈와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여느 거리와 차별성이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반면, 최소한의 재정비로 큰 효과를 본 국내외 도시도 있다.

부산의 원도심인 중앙동, 동광동 일대 문화 관광 테마거리는 기존 거리에 새로운 색깔을 덧칠하지 않았다. 일부 1950~1960년대 시대상을 보여주는 조형물을 설치한 것 외에 도심 곳곳에 빈 공간을 그대로 활용해 창작공간을 조성하는 정도였다.

아일랜드의 코크시 역시 2004년 세인트 패트릭스 스트리트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면서 과거 운하를 복개해 조성한 곡선 형태의 옛 거리를 그대로 살려 역사성을 보존했다. 세인트 패트릭스는 걷고 싶은 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여기다 인접 거리와 적극적인 연계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서로 공유하면 유동인구 증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특히 도심이 쇠퇴해도 연계된 인접 지역의 상권이 살아있는 경우, 도심 거리의 재정비도 용이해진다.

서울 명동관광특구협의회 관계자는 “명동은 인근에 남대문시장과 연계성이 없지만, 동성로는 인근 교동시장과 연계하면 도심의 활기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민참여가 관건

도심 거리의 활성화가 탄력을 받으려면 주민 참여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산의 경우, 간판 정비사업이 끝난 후에도 사업 진행 과정에 참여한 주민들은 ‘광복로문화포럼’을 결성,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국 글래스고도 최근 몇년간 도심 활성화를 위해 시민 참여를 독려했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도심 곳곳에 방치된 빈터에 대규모 개발은 어려웠고, 예산은 빠듯했기 때문이다. 시민의 아이디어로 글래스고 빈터 80여곳에는 정원과 운동 공간 등이 조성됐고, 시민들이 즐겨찾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충남도청 이전으로 도심 쇠퇴를 겪고 있는 대전시 역시 본격적으로 도심 활성화에 나선 이후, 지난 1월 도심활성화, 도시 재정비를 총괄하는 전담조직인 도시재생본부를 신설하고, 도시재생지원센터도 지난 6월부터 운영 중이다. 시민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동성로 역시 걷고 싶은 거리 조성, 간판 정비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주민을 대상으로 수차례 공청회를 열고, 거리에서 동성로를 찾는 시민을 대상으로 공공디자인에 대한 투표도 진행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동성로가 더 활성화되려면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시민 참여형 거리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현학 영남대 교수(건축학부)는 “거리 디자인을 바꾸고, 도시 재생 사업을 할 때, 행정기관이나 전문가가 나서더라도 결국 시민 의식이 도심을 만든다”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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