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박구원 한국전력기술 사장

  •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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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28 08:26  |  수정 2015-11-28 08:26  |  발행일 2015-11-28 제22면
“내년에 고리원전 해체 경험 쌓이면 350兆 시장의 10%는 확보 가능”
[Y인터뷰] 박구원 한국전력기술  사장
박구원 한국전력기술 사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비전과 목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천혁신도시를 이루는 주요 공기업인 한국전력기술<주>(이하 한전기술)은 우리나라가 자력으로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등 각종 발전소를 짓기 위해 1975년 설립한 엔지니어링 회사다. 설립 초기 국내에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미국 벡텔의 협력업체에 머물렀지만 현재 원전 설계 기술을 해외로 수출하는 등 세계 톱클래스의 역량을 가진 회사로 성장했다.

박구원 한전기술 사장은 그 자체가 한전기술의 역사다. 1975년 회사 창립 멤버로 입사한 박 사장은 1978년 벡텔에 파견돼 4년간 고리 원전 3·4호기 공동설계에 참여하며 선진기술을 익혔다.

그후 한국형 표준원전 사업책임자를 맡아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탄생의 산파역을 맡아 기술과 안전성 등을 크게 향상시킨 ‘표준화’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원자력 선진국이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차세대 원자로 설계사업 책임자로서 경제성과 안전성이 향상된 1천400㎿급 원전 개발을 주도함으로써 우리나라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할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 설계부터 우리나라가 세계 원자력 5대 강국으로 거듭난 지금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는 박 사장을 만났다.

고리 1호기부터 총 18기 설계
기술력 인정받아 UAE에 수출
바라카 원전 4기 동시 건설중

해체기술 확보에도 많은 노력
독일 이온 테크놀로지와 계약
두산중공업과 해체사업 협약

국내선 원전 찬반 논쟁 있지만
신에너지 개발까지 시간 필요
현재론 원전이 전력수요 대안

-한전기술의 정체성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한전기술은 (각종) 발전소 설계 전문회사입니다.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있어 기술적인 구심체 역할을 하는 엔지니어링(engineering) 회사이며 현재는 설계 엔지니어링·기자재 구매·건설관리·시운전 등 발전소 건립에 따른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에 우리나라를 일대 혼란에 빠뜨린 ‘석유파동’에서 설립 배경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 등을 통한 국산 에너지 확보가 시급했고 여기에는 에너지 생산 기술의 자립이 전제 조건이었습니다.”

-한전기술의 오늘이 있기까지 거쳐온 과정과 성과는.

“현재 국내에는 24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고, 여기에다 건설중인 원전 6기를 합치면 모두 30기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전기술은 12기를 외국 회사와 공동 설계한 뒤 영광 3·4호기부터 18기를 독자적으로 설계해 왔습니다. 또 현재 국내에서 가동중인 화력발전소의 경우 석탄화력은 거의 대부분을, LNG 등 복합화력은 전체의 70% 이상을 우리 회사가 설계했고 탈황·탈질 등 환경 부문과 풍력·태양광 등 신생에너지 부문에서도 국내 정상급 기술력을 축적하며 에너지 기술의 자립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현재 한전기술의 기술력은 세계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출 원전으로 한전기술이 설계한 아랍에미리트의 바라카원전 1~4호기와 아프리카의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등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화력발전 부문이 그 증거입니다.”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전의 진행 상황과 향후 수출 계획은 어떠합니까.

“2009년 한국전력공사와 컨소시엄을 통해 수주한 아랍에미리트의 바라카원전 1~4호기 모두가 한전기술의 APR1400(차세대원자로) 설계 기술로 건설되고 있습니다. 한전기술은 건설 현장에 설계 인력 50명을, 본사에 전담 인력 200명을 배치하는 등 한 치의 착오도 없게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1천400㎿급 원전 4기가 동시에 건설된 사례가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그만큼 큰 공사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착공 후 공사가 지연되거나 예산이 초과되는 등의 문제가 전혀 없었던 가운데 현재 1~2호기는 78.96%, 3~4호기는 60.32%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7년 1호기를 시작으로 1년씩 간격을 두고 2·3·4호기가 순차적으로 완공될 예정입니다. 또 선진 7개국 공동 프로젝트로 추진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사업에 한전기술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7년 고리 원자력 1호기가 영구히 가동을 멈추는데, 원전 해체 과정에서 한전기술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원전 건설은 설계·구매·건설·시운전의 순으로 진행되며 해체는 건설 과정의 역순을 밟게 됩니다. 해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해체 전 기획(planning)’입니다. 결론적으로 고리 원전 1호기를 설계한 한전기술이 해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한전기술의 손에 원전 해체의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한전기술은 2000년대 초반부터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최근에는 독일 이온 테크놀로지(E.ON Technologies)와 원전해체기술 전수 계약을 하고, 두산중공업과 원전해체사업 추진상호협력협약을 하는 등 기술 자립을 위해 심혈을 쏟고 있습니다. 분석에 의하면 한전기술이 고리원전 1호기 해체 과정에서 경험을 축적할 경우 앞으로 3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세계 원전해체시장의 10% 정도를 우리나라가 차지할 것으로 나타납니다.”

-원전 추가 건설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고 있는데 원자력의 미래, 원자력을 대체할 신생에너지의 관계를 전망해 주십시오.

“깨끗하며 고갈될 염려도 없는 에너지 개발은 인류의 소망입니다. 장기적으로 신생에너지산업을 육성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입니다. 그러나 신생에너지를 통해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까지는 더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신생에너지가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원자력이 대안임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해야 하는 현실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대안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링 기업인 한전기술 사장으로서 보는 이 산업의 전망은 어떠합니까.

“우리나라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전문가들은 이를 엔지니어링 역량의 부족으로 진단하는 한편,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엔지니어링 역량을 기르고 원천기술을 개발하라는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대표적인 지식산업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인 엔지니어링 산업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53%로 제조업(22%), 건설업(33%), 서비스업(40%) 등 다른 산업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다행히 정부도 2020년까지 세계 엔지니어링 7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설정하는 등 이 산업의 전망은 어느 때보다 밝은 편입니다. 지난 40년간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한전기술에는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경쟁력을 담보할 경험과 인적 자원이 집약돼 있습니다. 정부에서 한전기술의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우리 기업들의 핵심적인 기술역량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천혁신도시에 대한 한전기술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한전기술은 세계 발전플랜트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이며, 모든 사원은 창조와 혁신이 이루어지는 곳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전기술은 경북도 및 김천시와 힘을 합쳐 김천혁신도시를 국가발전의 중심축 역할을 할 기업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전기술은 김천혁신도시가 미국의 실리콘밸리, 일본의 도요타시(市)와 같은 세계적 기업도시로 발전하는 데 따른 새로운 도전과 성장 모델을 제시하는 등 역할에 충실할 것입니다.”

대담=장용택 중부취재본부장

정리=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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