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시리즈 통·나·무] ‘대구공동모금회 53호 아너소사이어티’ 허석출 고은힐즈 회장

  • 최미애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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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26   |  발행일 2015-12-26 제5면   |  수정 2015-12-26
1억 모으는 게 소원이던 10대 촌놈 ‘1억 나눔’ 키다리 아저씨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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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53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허석출 고은힐즈 회장이 지난 23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주변의 격려를 많이 받아 아너소사이어티로 가입하기를 잘했다 싶습니다.” 지난 23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서 만난 허석출 <주>고은힐즈 회장(54)은 들떠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허 회장은 일주일도 안된 지난 18일 대구의 53호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 회원으로 가입했다. 허 회장에게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은 오래전부터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전부터 허 회장의 기부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이전에는 주로 지역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전달해왔다. 하지만 그의 기부는 대외적으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포털 사이트에 허 회장의 이름을 검색하면 기부와 관련된 기사는 이번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외에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 고심 끝에 결정한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배움에 대한 아쉬움이 허 회장을 기부의 길로 이끌었다. 매년 3월 허 회장은 모교인 고령중학교에 형편이 어려운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

1961년 고령 개진면에서 태어난 허 회장은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대구로 나와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입학 원서를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서문시장 속옷·양말가게 일하다
외환위기 뒤 부동산임대업 ‘성공’

몇년 전 알게 된 아너소사이어티
남에게 알려질까 쑥스러워 주저
이달에야 용기내 큰 나눔에 동참

“아직도 나눔문화 정착 안된 느낌
기부방법·모금기관 홍보 절실해
언젠가 장학재단도 설립할 계획”


당시 10대 중후반의 나이였던 허 회장은 서문시장에 있는 속옷·양말가게에서 월급 4만원을 받으며 일했다. 당시 그의 월급은 요즘 돈으로 10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10여년간 이곳에서 일을 한 허 회장은 20대 후반쯤 독립해 서남시장에서 양말·속옷가게를 차렸다. 허 회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업종을 바꾸면서 부동산 임대 사업에 뛰어들었다. 부동산, 건설업에 있어서는 문외한이었지만 전문성 있는 직원들과 회사를 함께 꾸려나갔다. 이제 허 회장은 <주>고은힐즈, <주>고은가구백화점 등 5개 법인을 맡고 있다.

허 회장은 “서문시장에서 일할 때만 해도 1억원을 모으는 게 소원이었는데 내가 1억원을 기부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며 웃었다.

그가 아너소사이어티에 대해서 알게 된 건 몇년 전 TV를 통해서였다. 허 회장은 ‘언젠가는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겠다’고 생각했지만 1억원 기부를 쉽게 결정내리진 못했다. 우선 자신의 기부가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이 쑥스러워서였다. 특히 자신이 내는 기부금이 정말 필요한 곳에 못 쓰일까봐 우려하는 마음도 강했다.

허 회장은 “인천의 한 재단에 매월 300만원 정도 기부를 한 적이 있는데, 기부금 운용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만둔 기억이 있다”며 “이번 아너소사이어티 가입도 모금회는 믿을 만한 단체인 것 같아 결정했다”고 말했다.

◆ 내가 가진 것 나누는 게 순리

허 회장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도 기부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허 회장의 아내와 자녀들은 10년 넘게 월드비전 등을 통해 기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허 회장은 가족에게 1억원 기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후 아내 생일날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실토했다. 아내에게도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을 권유했고, 아내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허 회장은 아직 우리 사회에 나눔문화가 정착되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아직 기부하는 방법, 모금기관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것. 허 회장이 속한 한 모임의 구성원이 12명인데 이 중 2명 정도만 아너소사이어티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게다가 이들 중 절반 정도는 기부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허 회장 본인은 기부를 해오면서 좋은 기억이 많다. 그는 장학금을 받은 모교 후배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도와주셔서 고맙다. 성공해서 꼭 다시 찾아가겠다”는 내용이었다.

허 회장은 “당시 문자메시지를 받고 나도 기부하는 보람을 느꼈다. 대학교 갈 때까지 도와주고 싶었지만 다시 연락을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이 신문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허 회장은 기사를 본 지인들로부터 수없이 연락을 받았다. 일부 부정적으로 보는 이도 있었지만 격려하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워낙 어렵게 돈을 벌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덕분에 그의 기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준 것. 게다가 그의 지인 중 한두 명은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고 싶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해 ‘통 큰 기부’를 한 허 회장은 어려운 형편에 놓인 이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부를 이어가려고 한다. 여건만 된다면 장학재단을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허 회장은 “사회에서 번 건 나누는 게 순리”라며 “나이가 들면서 재산을 축적하는 것보다는 나누고 건강하게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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