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쿵푸팬더 3·세기의 매치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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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29   |  발행일 2016-01-29 제41면   |  수정 2016-01-29

쿵푸팬더 3
놀고 먹기에도 바쁜 고수 포, 무적 5인방의 사부가 되다

20160129

5년 만의 귀환이다. 날렵함과는 거리가 먼 둥글둥글한 팬더 포가 재기발랄한 자신의 매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쿵푸팬더3’로 돌아왔다. ‘쿵푸팬더’(2008) 467만명, ‘쿵푸팬더2’(2011) 506만명 동원이라는 놀라운 흥행결과에서도 짐작되듯 국내 관객들은 ‘쿵푸팬더’ 시리즈에 유독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여왔다. 무협영화의 익숙한 패턴, 동양철학이 담겨진 이야기, 조금은 과장됐지만 현실적이고 진지한 일상의 고민이 녹아있다는 점에서 주효하게 작용했다.

‘쿵푸팬더3’는 전작의 연장선에서 마침내 화려한 마침표를 찍는다.(물론 시리즈가 끝났다는 얘기는 아니다) 보잘것없던 존재에서 쿵푸 고수로 거듭난 포가 이제 쿵푸를 직접 가르쳐야 하는 쿵푸 마스터로서의 임무를 부여받으면서다. 놀고 먹기에도 바쁘지만 시푸 사부의 명에 따라 무적 5인방의 사부가 된 포(잭 블랙). 어느 날 포는 만두 103개를 한 자리에서 먹는 뚱뚱하고 게으른 또 다른 팬더를 발견한다.


가공할 힘을 키운 카이 상대로 힘겨운 싸움
스케일·볼거리 전편보다 더 크고 화려해져
포의 유머·액션에 집중…확실한 재미 선사


어린 시절 헤어졌던 포의 친아빠다. 포는 아버지 리와 함께 친아빠를 따라 팬더들이 모여 사는 비밀스러운 팬더 마을로 향한다. 그곳에서 자신 못지않게 여유와 흥이 넘치는 많은 팬더들이 있음에 놀라지만 이내 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세상은 영혼계에서 넘어온 악당 카이(J.K. 시몬스)로 인해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카이는 500년 전 대사부 우그웨이가 영혼계로 추방시켰던 인물. 이후 카이는 다른 쿵푸 사부들의 기(氣)를 빼앗아 가공할 힘을 키웠고, 우그웨이마저 그의 희생양이 됐다. 이제 포는 그런 카이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포는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힘든 상황에 놓였다. 그에게 힘을 보태줄 아군은 없고 오히려 카이에게 기를 빼앗긴 사부들까지 제이드 좀비로 변해 포를 위협한다. 타이그리스를 제외한 몽키, 맨티스, 바이퍼, 크레인 그리고 시푸와 우그웨이 사부까지 포함해서다. 덕분에 ‘쿵푸팬더3’의 스케일과 볼거리는 더욱 크고 화려해졌다.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다소 무겁다는 평가를 받았던 전편을 의식한 듯 포의 유머와 액션에 집중해 확실한 재미를 담보한다. 물론 탄탄한 이야기를 베이스 삼아 삶의 진리를 균형있게 담아낸 ‘쿵푸팬더’ 시리즈 만의 미덕도 놓치지 않는다.

‘쿵푸팬더3’는 전편에 비해 중국적인 색깔이 다소 짙어졌다. 동양철학의 정수인 기를 시종 강조하고 팬더의 서식지인 청성산 등을 이미지로 형상화시킴으로써 중국적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때문이다. 제2의 영화시장으로 급성장한 중국 관객을 사로잡기 위한 의도로 읽혀진다. 어쨌든 ‘쿵푸팬더’의 백미는 보는 즐거움이다. 이번에는 신비로운 분위기로 탄성을 자아내는 팬더마을과 다양한 개성을 지닌 팬더 캐릭터들이 그 바통을 넘겨 받았다. 특히 이들이 포와 함께 마을을 공격한 카이와 제이드 좀비들을 상대로 펼치는 액션은 규모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 훨씬 풍성하고 다양해졌다. 캐릭터와 이야기, 액션과 유머가 제대로 맞물린 역대급 볼거리의 탄생이다.(장르:애니메이션 등급:전체 관람가)


세기의 매치
체스 사상 가장 위대한 승부…1972년 세계 챔프 타이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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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미국 브루클린. 뉴욕시 체스 랭킹 25위 선수와 마주한 소년의 얼굴에선 자못 진지함이 느껴진다. 미국의 체스 영재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은 6세의 바비 피셔다. 그 게임에선 비록 패했지만 이후 바비는 13세에 미국 체스계를 제패하고 15세에 최연소 그랜드 마스터 타이틀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제 성인이 된 바비(토비 맥과이어)에게 남은 목표는 단 하나. 국제무대에서 우승해 세계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그런 바비에게 매니저 역할을 자임한 변호사 폴(마이클 스털버그)과 체스 코치를 담당할 신부 빌(피터 사스가드)이 그 여정에 동참한다. 유럽의 체스 강호들을 꺾으며 전승가도를 달리던 바비는 소련의 체스 황제 보리스 스파스키(리브 슈라이버)와의 일전만을 남겨 놓은 상황이다.

‘세기의 매치’는 체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부로 손꼽히는 1972년 세계 챔피언 타이틀 매치를 다룬다.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던 이 경기는 냉전시대의 국가적 자존심까지 걸려있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체스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소련은 자신들의 지적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하고 있었고, 이에 반해 뚜렷한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던 미국은 혜성처럼 나타난 바비를 통해 이를 자존심 회복의 기회로 삼으려 했다. 이 경기가 ‘소리 없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불렸던 이유다.


미국과 소련 두 체스 천재 운명적 대결
‘소리 없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불려
병적으로 뒤틀려가는 천재의 이면 조명


매 수를 둘 때마다 150수 이상을 앞서가는 바비와 한 수를 두는 데 평균 3초밖에 걸리지 않는 보리스. 두 천재의 운명적인 만남을 다룬 이 영화에서 대부분의 초점은 바비에 맞춰져 있다. 바비는 체스를 접함으로써 유년시절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지만, 패배를 싫어하고 무승부를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인해 늘 불안감과 압박감에 시달렸다. 카메라는 병적으로 뒤틀려가는 체스 천재의 이면 모습에 주목해 세계인이 우러러보는 유명인으로서의 화려함보다는 굴곡진 그의 삶을 조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세기의 매치’는 바비가 보리스와의 결전을 앞두고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의 행적과 커리어를 플래시백과 푸티지 영상들로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흥미로운 건 연승행진이 이어질수록 과대망상과 편집증에 시달리는 바비의 모습이다. 혁명가 어머니를 둔 탓에 늘 감시 속에 살아왔던 바비는 이제 자신이 소련으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청을 의심해 전화와 의자 등 숙소에 있는 모든 물건을 헤집고, 대회 때마다 무리한 요구로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폴이 그런 바비의 이상행동에 불만을 토로하면 빌은 타이르듯 말한다. “체스는 4수에 3천억 가지 변수가 발생한다. 그러니 어떻게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겠나.”

연출은 ‘블러드 다이아몬드’ ‘라스트 사무라이’의 에드워드 즈윅 감독이 맡았다. 인물의 입체적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그의 연출은 광기에 가까운 바비의 복잡한 심리 변화를 인상 깊게 보여준 토비 맥과이어의 연기와 만나 절묘한 화학작용을 일으켰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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