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콤플렉스를 장점으로 바꾼 아나운서 이금희 이야기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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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01 08:28  |  수정 2016-02-01 08:29  |  발행일 2016-02-01 제18면
장점에 집중…“촌스러운 그녀는 스스로를 사랑했다”
20160201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몇 년 전, 제가 맡고 있는 학급의 여학생 중 한 명은 심한 화장 중독에 걸려 매일매일 선크림, BB크림, 파운데이션, 파우더 등으로 자신의 얼굴을 두껍게 감싼 채 학교에 왔습니다. 교문 앞에서부터 혼이 나고 교실에 오면 담임 선생님께 혼이 나 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지우면서도 쉬는 시간이 되면 또 다시 화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또 다른 선생님께 혼이 나고 또 지우고 다시 화장을 하고를 반복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 학생은 곧 지워야 할 것을 알면서도 왜 화장을 멈추지 못했을까요.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화장을 하는 것은 교칙에 위반되는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아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선생님들의 말씀에 그 어떤 반항도 하지 않고 군말 없이 묵묵히 화장실로 가 화장을 지웠습니다. 하지만 화장을 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건 ‘나다움’ 인식
타인 의식 않고 자신에 집중해야


“선생님, 제가 피부가 정말 더러워서 화장을 안 하면 사람들 앞에 못 나가겠어요. 화장을 하면 그나마 괜찮은데 안 하면 정말 괴물 같아요.” 과장된 말이 아니라 학생은 화장 안 한 자신의 얼굴을 괴물에 비유했습니다. 정말 그랬을까요. 학생의 얼굴은 눈에 띄는 심각한 흉터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사춘기가 되어 피부 트러블이 생기면서 피부가 울긋불긋해졌습니다. 화장으로 여드름과 붉은 기를 감출 수 있으니 계속 화장을 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화장을 하면 할수록 트러블이 더 심해져 악순환이 계속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자신의 피부 결점을 숨기는 데만 급급하고 남들 앞에서 그런 피부를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만 몰두해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화장 안 한 자신의 모습을 실제보다 훨씬 더 못났다고 생각하고 벌거벗은 느낌이 들면서 너무 창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화장을 지운 학생의 모습은 평범한 사춘기 소녀였습니다. 화장을 지워 자신감이 없어졌는지 눈도 못 마주치고 배시시 웃는데 화장으로 억지로 가릴 때보다 더 예뻐 보였습니다. 화장으로 가린다고 해도 다 가리지도 못하며 가까이서 보면 억지로 가려 들뜬 피부가 먼저 눈에 띄어 더 못나보였습니다. 이 학생에겐 무엇보다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결점을 어떻게 숨길까 고민하면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은 잘 보이지 않고 자신이 더 못나게 느껴지기만 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결점보다 내가 갖고 있는 장점에 집중해서 스스로를 사랑해야 합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말은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에 누구나 콤플렉스는 있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도 잘 드러내진 않을 뿐 당연히 콤플렉스를 갖고 있습니다. 남과 비교해서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 부족한 점에 대해서 느끼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는 자신의 몫입니다.

아나운서 이금희씨 이야기를 아십니까. 예쁘고 화려한 방송인 사이에서 꾸미는 것에 재능도 없고 관심도 없던 그녀는 촌스러운 자신을 누가 눈여겨볼까 하는 열등감에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나다움’이 제일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는데요. 그런 사실을 깨달은 것은 그 당시에 맡고 있는 프로그램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신입사원 시절, 그녀는 어린이 동요 대회 프로그램과 고향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당시 그 프로그램의 담당자들은 그녀의 그 촌스러움, 즉 소박함을 높이 사서 프로그램 진행자로 추천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담당자들은 시각을 달리 해 장점으로 본 것이지요. 촌스러움이 순수함으로, 세련되지 못한 점이 친근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다른 누군가를 의식하고 흉내낸다 하더라도 나는 결국 나이며 너무 애쓰다 보면 내 색깔을 잃게 된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기준과 잣대임을 알았습니다. 기준을 타인의 시선이나 타인의 행복에 두고 비교하며 맞춰가려 하지말고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인생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닙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를 사랑하는 힘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된 이금희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를 사랑하세요! 내가 나를 제대로 봐 주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제대로 봐줄 리 없고,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에요. ” 하지민<대구 와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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