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의 진화…중학생까지 범죄자 만든 中조직

  • 입력 2016-02-12 08:41  |  수정 2016-02-12 08:41  |  발행일 2016-02-12 제1면
계좌이체 대신 '빼낸 돈 훔치기' 수법…수거책 활용

최근 기승을 부리는 중국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이 철없는 중학생까지 범행에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해 사기전화에 속은 피해자의 돈을 가로채려 한 혐의(절도미수 및 주거침입)로 이모(16)군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12일 밝혔다.


 대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이들이 범행에 빠진 것은 겨울방학 무렵이었다.


 중국동포인 주모(17)군이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하면 일당 80만∼150만원을 번다'며 학교 친구를 하나둘씩 꼬드겼다. 다른 중국동포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를 받아서였다.


 이에 이군과 박모(16)군이 가담했다. 이군은 서울 지역을, 박군은 대구·대전 지역을 맡는 등 '담당구역'까지 정했다.
 이군이 먼저 범행에 나섰다.


 상대는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정모(68.여)씨였다.
 정씨는 이미 지난달 중순 이군이 가담한 조직의 사기전화에 속아 예금과 적금, 카드대출로 빼낸 1억400만원을 잃은 터였다.
 당시 범죄 조직은 정씨에게 "당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예금인출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계좌에서 돈을 빼낸 뒤 집 안에 숨겨놓으라"고 '지시'했고, 정씨는 이를 그대로 따랐다.


 정씨가 돈을 인출해 자신이 일하는 아파트 내부에 숨겨두면 수거책이 집에 몰래 들어와 가져갔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사전에 정씨로부터 아파트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아냈고, 돈을 수거할 때에는 정씨에게 잠시 집 밖에 있도록 유인하는 수법을 썼다.


 정씨는 한달 가까이 될 때까지 범죄 조직이 자신의 돈을 가져간 사실을 몰랐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정씨가 전혀 의심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보름 만에 또 사기전화를 걸어 '초짜'인 이군에게 찾아오도록 시킨 것이다.
 이군은 지난달 25일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대구에서 서울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정씨가 있는 아파트에 들어서자마자 잠복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1억여원을 잃고서야 보이스피싱 사기가 어떤 것인지 뒤늦게 알게 된 정씨가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군을 현행범 체포하고 인근에서 이군에게 지시를 내리던 중국동포 차모(21)씨를 구속했다.


 아울러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행을 준비 중이던 주군과 박군을 입건하고, 이들에게 범죄를 지시한 다른 중국동포를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포통장을 이용한 인출이 어려워지자 수거책을 이용해 직접 돈을 찾아가는 수법을 쓴다"며 "수거책 모집이 쉽지 않아 세상물정 모르고 넘어오기 쉬운 중학생에게 접근한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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