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대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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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29   |  발행일 2016-04-29 제41면   |  수정 2016-04-29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마블의 슈퍼히어로…분열이 시작됐다


20160429

마블의 슈퍼히어로들이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갖기 시작했다. 인류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겠다는 목표는 같지만, 그들이 지닌 힘과 정의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이에 따르는 책임의 범주에 대해 이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분열의 단초를 제공한 건 ‘소코비아 협정’이다. 악을 상대로 승리를 일궈냈지만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뉴욕, 워싱턴DC, 소코비아, 라고스 등에서 수많은 사상자와 재앙에 가까운 피해가 발생했고,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었던 각국 정부와 유엔은 이제 그들의 승인을 받아야만 슈퍼히어로들이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이 협정을 어벤져스 멤버들에게 제시했다. 이를 놓고 어벤져스 멤버들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을 주축으로 찬성하는 팀과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를 중심으로 반대하는 팀으로 갈라진다. 이러한 히어로들의 대립은 결국 어벤져스의 분열과 함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야기한다.


어벤져스 멤버들 ‘슈퍼히어로 등록제’ 놓고 대립
아이언맨팀 vs 캡틴 아메리카팀…승자 초미의 관심
독일 라이프치히 할레 공항에서 16분 결투신 ‘백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시빌 워)는 그동안 마블이 공들여 구축해 온 슈퍼히어로들의 팀워크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동의 적에 함께 맞서는 대신 내부의 혼란과 갈등을 복합적으로 다뤘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역시 ‘슈퍼 파워의 대가로 인한 희생은 어디까지이며, 슈퍼히어로는 그들이 속한 사회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하고도 심도 있는 고찰이다. ‘시빌 워’는 이처럼 기존 히어로 영화의 서사를 뒤엎는 급진적인 스토리와 함께 역대 마블 영화 중 가장 많은 슈퍼히어로를 등장시켜 차별화를 꾀했다.

“모두를 구하지는 못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아무도 구하지 못한다.” 정부에 의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아이언맨의 주장에 대해 캡틴 아메리카는 “우린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며 반박한다. 누구보다 원리원칙에 충실한 그가 이렇게 반기를 든 건 이미 여러 차례 정부의 실패를 목격했던 과거의 경험에서 기인한다. 아이언맨 역시 명분은 있다. 최근 안타까운 희생자를 낸 라고스 전투와 과거 자신이 만들어낸 울트론을 통제하는 데 실패해 지구를 멸망시킬 뻔한 사건이 있었다. 덕분에 이 분열의 테마는 지금껏 마주한 어떤 적보다 더한 긴장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누구와 싸워도 절대 패하지 않는 슈퍼히어로들이다. 그런 그들이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으니 이보다 흥미진진한 일은 없을 듯하다. 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딜레마는 동시에 ‘시빌 워’의 서사를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한다.

팀 아이언맨은 워머신(돈 치들),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 비전(폴 베타니),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이 뜻을 같이했고, 이에 대항하는 팀 캡틴에는 윈터 솔져(세바스찬 스탠), 팔콘(안소니 마키), 호크아이(제레미 레너),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앤트맨(폴 러드) 등이 뭉쳤다. 역대 최대, 최강의 팀 구성이다. 이쯤 되면 누가 최고로 강한지, 누가 최후의 승자로 남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시종 인상적인 액션이 펼쳐지지만 그중 압권은 독일 라이프치히 할레 공항을 배경으로 16분간 맞붙는 결투신이다. 화려함과 스펙터클을 앞세운 전작들과 달리 슈퍼히어로 개개인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이 액션 장면은 마블 영화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특별한 순간일 듯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3는 이처럼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만큼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역시 마블이다.(장르:액션 등급:12세 관람가)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
딸을 살해한 범인이 사라진 지 13년後…


20160429

LA 지방 검찰청에서 한 팀으로 근무하던 FBI 요원 레이(치웨텔 에지오포)와 경찰 제스(줄리아 로버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살인사건 현장에서 제스의 딸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누구보다 이 사건에 매진한 레이는 강력계 차장검사 클레어(니콜 키드먼)의 협조로 유력한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반테러를 위한 검찰의 끄나풀이었던 용의자는 상부의 압력으로 풀려나고 그가 자취를 감추자 사건은 미제로 종결된다.

13년 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용의자를 추적해 온 레이는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발견한다. 곧바로 LA로 돌아와 지방검사장이 된 클레어에게 재수사를 제안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는 제82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아르헨티나 영화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이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엘 시크레토’ 리메이크
미제 살인사건 추적이란 큰틀 빼곤 원작과 딴판
줄리아 로버츠의 자식 잃은 고통 연기 깊은 잔상



연출은 영화 ‘캡틴 필립스’와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빌리 레이가 맡았다. 미제로 남은 과거의 살인사건을 다시 쫓는다는 큰 틀을 제외하면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는 캐릭터의 직업과 관계적인 측면에서 원작과 거리를 뒀다. 물론 비극을 마주한 인물들 간의 다양한 심리와 감정을 스릴러와 로맨스로 아우른 원작의 이야기적 흐름은 고스란히 유지한 채 말이다.

레이는 13년 동안 미제 사건으로 종결된 과거 살인 용의자를 추적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바쳤다.

그의 말에 의하면 백인 재소자 69만6천명을 매일 1천906명씩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렇다면 그가 이 사건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가족같이 지내던 친구의 딸이 피해자이기에 해결해주고픈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그다지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그는 수사권도 없는 전직 FBI 출신 민간 경호원일 뿐이다. 영화는 이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찾기 위해 13년 전과 지금의 수사 진행을 번갈아 보여주며 감춰진 진실에 대해 조금씩 접근해 간다.

‘엘 시크레토’는 이 과정에서 1970년대 암울했던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에 대한 환기와 함께 역사와 개인의 기억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 역시 9·11테러 후 혼란한 상황을 핵심 기류로 삼는다. 이를 토대로 범인을 잡고자 하는 레이의 끈질긴 의지와 13년 동안 변하지 않은 클레어에 대한 사랑을 층층이 쌓아 올린다. 그렇게 보면 레이의 행동은 단순히 범인을 잡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외로움의 근원을 찾는 과정으로도 읽힌다.

다만 그런 이해와 함께 장르적 쾌감을 선사하기에는 이야기의 밀도감이 떨어져 아쉬움을 준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거둘 수 없는 건 치웨텔 에지오포, 줄리아 로버츠, 니콜 키드먼이 함께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이다. 이들 세 사람은 다소 아쉬웠던 서사의 부족함을 특유의 존재감으로 채우며 영화의 몰입을 도운다. 특히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고통과 범인을 향한 분노와 집념을 실감 나게 그려낸 줄리아 로버츠의 연기는 깊은 잔상을 남긴다.(장르:스럴러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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