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신개념 IT카페를 찾아서 - 수성구 두산동 ‘텀트리 프로젝트’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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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7   |  발행일 2016-05-27 제42면   |  수정 2016-05-27
커피바 옆 뮤직홀, 그 옆 갤러리…대구엔 멀티문화공간 ‘텀트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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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축으로 그 옆에 갤러리, 비즈니스룸, 뮤직홀 등을 콜라보한 ‘창고토랑’ 형식의 IT카페인 ‘텀트리 프로젝트’. 여러 공간이 문화예술적으로 소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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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아보카도 샌드위치, 비트크림치즈 샌드위치와 브루스케타, 프로슈토 샐러드.

소문난 핫플레이스에는 남다른 데가 꼭 하나는 있다. 예전에는 음식의 맛에 집중했지만 요즘 ‘폰카족’은 무엇인가 새롭거나 디테일한, 그러면서도 남다른 스토리가 있는 공간을 선택한다.‘숍인숍 마케팅’도 이 흐름을 반영한다.

지난주 수성구 두산동에 있는 신개념 카페 한 곳을 둘러보고 왔다.

그 카페는 집 짓는 일을 ‘공사’라고 하지 않는다. 당당히 ‘프로젝트(project)’라고 한다. 무크지 형식의 잡지까지 출간해 가게 구상에서부터 공사되는 전 과정을 사진으로 담았다. 참여한 스태프의 면면은 물론 입점하게 될 셰프의 이력까지 소상하게 기록했다.


T갤러리·오픈오피스 등 공간 5등분
그림·공연감상에 회의하고 공부까지
열린 듯 닫힌 닫힌 듯 열린 숍인숍 카페
커피 중심으로 문화콘텐츠 접목 ‘윈윈’

특별한 카페 만들려던 이승훈 대표
‘슈퍼파이 디자인’ 박재우 대표에 의뢰
먹고 즐기는 ‘도심 속 힐링공간’ 완성
오픈기념 지역예술단체 초청 전시도



지난 13일부터 열흘간 오픈 기념 전시회도 가졌다. 스스로 전시를 기획하고 활동하는 지역 예술 단체인 ‘아트 살롱(art salon)’이 처음 초대를 받았다. 전시회 이름은 ‘아트 오브 아우라’. 감상 집중도를 올리기 위해 전시 기간 내내 커튼을 닫았다. 인테리어 소품과 작품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손님의 동선과 한 몸이 되도록 배치했다.

오픈 행사는 별도로 하지 않았다. 콘텐츠가 흥미로워 파워블로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났다. 맛 이전에 분위기가 특색 있기 때문이다. 쿨하면서도 시크하고 그러면서도 아방가르드하다.

그 가게 이름은 ‘텀트리(TUMTREE) 프로젝트’. 텀트리는 의성어로 두드리거나 현을 켤 때 나는 소리를 의미하는 ‘텀텀(Tumtum)’과 ‘트리(Tree)’의 합성어. ‘세상을 울리는 나무’란 뜻이다. 복합몰 형식의 콜라보 카페처럼 보인다 .

손님이 관객·관람객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도록 인테리어 라인을 구축했다. 홀이 꼭 무대·전시장 같다. 한 공간에서 회의도 하고 그림도 감상하고 사무도 보고 공부도 하고 공연까지 감상할 수 있게 했다. 텀트리에서는 주인이 손님이 되기도 하고 손님이 주인이 되기도 한다. 손님을 텀트리 공간의 한 오브제로 끌어들였다. ‘주객일여(主客一如) 마케팅’이랄까.

◆ 텀트리 실내 인테리어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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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트리 프로젝트’ 입구

660㎡(200평) 규모의 건물은 밖에서 보면 미술관 같다.

모노크롬(단색화) 버전의 디자인 덕분이다. 유채색을 극도로 자제했다. 간판도 없다. 그냥 ‘텀트리 프로젝트’란 고딕체 영문자를 딱 두 자락 적어 놓은 게 전부.

천고가 엄청 높다. 족히 8m는 될 것 같다. 그래서 입장하면 자신이 좀 특별하게 느껴진다. 스탠딩 파티를 열면 500명 이상도 수용할 것 같다. 내부는 다양한 공간으로 쪼개져 있다. 그러나 룸처럼 밀폐시키지 않았다. 열린 듯 닫혀있고 닫힌 듯 열려있다. 그 흔한 업자용 방부목 같은 건 일절 보이지 않는다. 건축자재를 잘 익혀 사용했다. 벽돌, 합판 등도 공간에 맞도록 재가공했다. 천장은 스파이럴 덕트를 붙여놓아 발전소 보일러실 안에 들어온 것 같다. 눅눅했던 마음이 산뜻하게 충전된다. 이런 게 인테리어 파워. 이런 공간 배치는 안목과 뚝심의 디자인 디렉터가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혼자서 기획·설계·시공까지 하는 ‘슈퍼 파이 디자인’ 대표인 박재우.

그가 이 건물을 영화처럼 만들기 위해 1년쯤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화려하고 어디 가나 비슷한 현재 카페 스타일을 거부한다. 심플하지만 럭셔리하고 집처럼 따뜻하지만 뭔가 특별해 보이는 그런 공간디자인을 텀트리를 통해 구현해보고 싶었다. 그러려면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나야 한다. 나름 스티브 잡스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텀트리의 이승훈 대표. 그가 박 대표에게 ‘사고 한번 쳐보자’면서 전권을 위임한다.

박 대표는 이 공간을 단순히 먹고 마시는 식음 공간이 아니라 첨단기기와 예술이 융·복합되는 곳으로 치장하고 싶었다.

공간은 크게 T갤러리, 오픈오피스, 라이브러리, 뮤직스테이션, 오픈 커피 바 등으로 5등분돼 있다.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위해 기존 노출 콘크리트를 수제 톤으로 변주했다. 벽돌도 수공예적 방법으로 정성껏 쌓아올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면에 커피 바가 보인다. 빨강 아크릴로 만든 게이트가 코사지처럼 서있다. 그 게이트는 정식 문이 아니다. 장식용 문이다. 커피 바 옆에 뮤직홀, 그 옆에 갤러리가 포진해 있다. 커피 바가 중심이면서도 다른 공간을 침입하지 않는 개폐형 레스토랑, 그래, 꼭 ‘창고토랑’ 같다. 커피머신도 좋은 오브제. 스피리트 머신과 슬레이어 머신 등을 세팅했다. 박 대표는 이 공간을 하나의 작품으로 여겨 세계3대 디자인어워드인 ‘IDA 디자인어워드’에 출품했다.

◆ 어떤 카페인가

‘멀티플렉스 버전의 IT카페(SNS카페)’를 하나 론칭하자. 이 대표는 스태프와 머리를 맞댔다.

시장조사를 해봤다. 고작 와이파이를 서비스하는 수준이거나 휴대폰 가게 한쪽에서 커피, 빵, 빙수 등을 파는 정도.

2014년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텀트리’란 앱부터 개발했다. 국내 첫 위치 기반 블로깅 및 메시징 시스템. 이 앱을 이용하면 지인들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텀트리 앱 가입자를 위한 자기 사무실 같은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 그게 바로 텀트리 프로젝트다. 현재 앱은 보강작업 때문에 잠시 쉬고 있다.

오픈 기획 중 계획이 다수 수정된다. IT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화카페를 만든다고 했는데 자칫 IT쪽에만 치우친 공간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텀트리에 가장 잘 맞는 게 뭘지 고민한다. 스테디 브랜드인 커피를 기반으로 한 콜라보 카페를 만들기로 한다.

전국 유명 커피숍을 벤치마킹한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일반 대중을 독점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텀트리가 파고들 시장을 모색한다. 스타벅스 마케팅을 눈여겨본다.

스타벅스는 커피보다 문화로 돈을 벌고 있었다. 직원과 손님 간에 ‘가족애’가 있다. 스타벅스는 살갑다. 직원과 손님의 시선이 마주친다. 커피가 나왔을 때 호출벨을 울리지 않고 가능한 한 손님의 이름을 불러준다. 세계 어느 지점에 가도 스파벅스 가족이란 공감대를 느낄 수 있게 표준화 시스템을 잘 구축했다.

텀트리는 커피를 축으로 문화예술 콘텐츠와 윈윈전략을 구사한다. 서울의 압구정동 도산공원 근처에 있는 핫플레이스 ‘퀸마마 마켓’을 닮았다. 퀸마마는 1~4층이 유기적으로 짜인 복합몰 형식의 편집숍 카페인데, 향후 이런 방식의 외식업체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공사하면서 가장 고민한 대목은 ‘커피와 어떤 음식을 함께할 것인가’였다. 음식이 너무 푸짐하고 고급스러우면 문화적 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샌드위치를 브런치메뉴로 선택한다. 요리적 측면에서 다양한 식성을 세련되게 응용할 수 있는 메뉴 중 하나가 샌드위치. 허기를 조금 채우면서 우아하게 대화하는 데 샌드위치만 한 파트너가 없다고 봤다.

◆ 바리스타가 셰프를 만났을 때

커피는 바리스타 박수아씨, 새로운 샌드위치 라인은 셰프 강혜은씨가 만든다.

박수아씨는 커피가 가진 1천200가지 이상의 화학 분자 속에서 새로운 맛을 찾아낼 때 가장 행복하단다. 건축공학도인 그녀는 휴학 중 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다가 이 길로 접어든다. 지난해 코리아 브루잉 챔피언십에서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본선에 올라 대상을 차지한다. 그녀는 이탈리아 커피협회에서 인증한 바리스타 자격인증 배지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강 셰프를 요리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건 ‘병’이다. 10년 전 악성 림프종에 걸린다. 3년간 각종 식이요법을 전전하다가 결국 요리가 그녀의 화두가 된다. 시내 레스토랑 ‘디종’, 베이커리 카페 ‘르배’ 등에서 근무했다. 현재 북구 읍내정보통신학교에서 케이크 디자인 등을 가르치고 있다. 그녀가 만드는 샌드위치는 샐러드에 유기농 빵을 섞어놓은 것 같다. 그렇다고 빵 따로 재료 따로는 아니다. 빵을 둘러싼 기능성 식재료 선택에 최선을 다했다. 특히 그녀는 ‘비트크림치즈 샌드위치’를 강추한다. 이 샌드위치에는 비트크림치즈, 화이트크림치즈, 그라나파나노치즈, 호밀빵, 사과, 슬라이스 아몬드, 로메인, 롤리로사, 라디키오, 로즈 등이 들어간다. 하나같이 홈메이드 스타일의 음식이다.

향후 패션쇼도 하고 댄싱파티 등 다양한 공연을 끌고 올 모양이다. 아직은 무명이지만 천재적 역량을 가진 신진 화가도 띄워주고 싶어한다. 갑자기 요즘 제일 핫한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전문 클럽 DJ 겸 가수인 춘자 정도의 파티맨을 불러 ‘미드나잇 스탠딩 힙합 파티’를 폭탄처럼 터트려도 좋을 듯….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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