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청(兼聽)-귀를 열다] 대구퀴어문화축제

  • 최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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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3 08:28  |  수정 2016-06-23 08:39  |  발행일 2016-06-23 제29면
‘겸청즉명, 편청즉암(兼聽卽明 偏聽卽闇)’. 즉 두루 들으면 현명하고 치우치게 들으면 도리에 어둡게 된다는 뜻이다. 영남일보는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양측의 주장을 싣는 ‘겸청(兼聽)’이란 코너를 마련했다.

이번 주제는 매년 핫이슈가 되고 있는 대구퀴어문화축제에 관한 내용이다. 오는 26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 열리는 퀴어축제퍼레이드를 앞두고 찬반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올해로 8회째인 이 축제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유일하게 열린다. 퍼레이드를 3일 앞두고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모든 사회적 약자 위한 공론화의 場”
20160623

贊-권택흥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

“퀴어축제는 일상에서 발생하는 혐오와 차별을 얘기하기 위한 공론화의 장입니다. 성소수자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축제예요.”



노동·性소수자 문제 영역 달라도
약자 혐오·차별 없애는데 공감
종교적 지향점·선택권 인정해야
다양한 사람들 ‘축제’통해 화합



권택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이 지난 21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지난해부터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와 연대해 오고 있다. 노동과 성소수자의 문제가 영역은 다를지라도 본질적으로 관통하는 원리가 같다는 판단에서다. 권 본부장은 조직위 공동대표도 맡았다.

▶주로 노동 문제에 앞장서던 민주노총이 지난해부터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와 연대했다. 그 계기는.

“퀴어문화축제의 핵심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론화의 장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엔 성소수자는 물론, 기타 소수자에 대한 공론화의 기회가 부족했다. 성소수자 문제가 민주노총의 주요 의제는 아니지만,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혐오를 없애고자 하는 취지에서 축제에 참여하게 됐다. 또 (시민사회단체가) 서로 연대하면 각종 소수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도 있다.”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올해로 8회째를 맞는다. 사회적 변화를 체감하는가.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일부 성소수자들과 그에 동조하는 이들의 용기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연대하는 단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문제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증거다. 또 올해는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지난해에 비해 마찰이 많이 줄었다. 상대의 차이점에 대해 타협하고 인정하려는 분위기가 점차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대구퀴어문화축제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옳으냐 그르냐를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정한 종교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겐 성소수자들이 하느님의 질서를 문란하게 한 이들로 비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종교적 지향점과 선택권은 인정해 줘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의 행동이다. 상대를 이해하지 않은 채 행하는 물리적인 방해나 위압에 대해선 대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 지난해 축제를 치르면서 인분투척, 물리적 충돌 등의 사건이 발생해 당황스러웠다. 올해는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공서(구청 및 경찰청)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그들의 태도는 어땠나.

“올해 행사를 준비하면서 관공서의 대응 방식이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과거 강력하게 억누르려고 했던 것에서 벗어나 갈등을 조율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성소수자 문제가 덮어둔다고 해서 사라질 이슈가 아니라는 걸 인지하는 듯 하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회사에 노동조합이 처음 생길 때 사업주는 통상 두 가지 방식을 택한다. 강력한 조치로 노조를 없애거나 노조와 타협해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다. 전자는 노조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후자는 그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될 때 벌어진다.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관공서의 태도가 전자에서 후자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사회 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관성을 깨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이 익숙하게 생각하던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물론 충격도 있을 테다. 하지만 충격이 있어야 과거와는 전혀 다른 틀에서 사안을 바라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우선 용기가 필요하고, 또 충격이 가해지고 난 후에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차분히 고민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성소수자 문제는 결코 사라질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기대하는 대구퀴어문화축제의 모습은.

“여성인권운동가들이 주로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는 말이다. 성소수자뿐 아니라 일상에서 혐오와 차별을 겪는 다양한 사람들이 퀴어문화축제를 통해 연결되고 화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조직위는 축제를 ‘공론화의 장’으로 만드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 축제가 내재돼 있는 사회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性문화에 충격…비참한 말로 고민”

20160623

反-김용관 대구건강한사회를위한 연합회 대변인

“성소수자·동성애에 반대한다고 해서 그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보는 건 아닙니다. 다만 동성애로 인한 의학적 문제를 염려할 뿐입니다.”


동성애 통한 에이즈 등 질병 염려
대구 젊은이들에 문화 조장 안돼
문화축제로 허가한 관공서도 잘못
혐오·차별 아닌 의학적 문제 초점



김용관 대구건강한사회를위한연합회(이하 대건련) 대변인은 22일 취재진과의 인터뷰 내내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했다. 생각의 차이가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건련은 지난 6일 단체를 결성하면서 성소수자 문제 반대 활동을 시작했다. 의약계 관계자, 학부모 등이 주축을 이뤘다.

▶‘대구건강한사회를위한연합회’는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하는가.

“동성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의학적 문제를 알리는 일을 한다. 동성애 성행위로 생기는 에이즈 등의 질병을 객관적인 자료에 기반해 전달하고 있다.”

▶대구퀴어문화축제를 포함해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반대하게 된 계기는 뭔가.

“대건련 박성근 사무총장이 과거 경북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에이즈 환자를 돌본 경험이 바탕이 됐다. 당시 동성애 환자의 고백을 들으며 동성애의 비참한 말로를 고민하게 됐다. 그러던 중 최근 서울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뒤 그들의 성문화에 큰 충격을 받았고, 대구의 젊은이들에게 동성애 문화를 조장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나서게 됐다.”

▶성소수자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가 뭔가.

“동성애는 불치병인 에이즈뿐만 아니라 각종 유해한 질병을 유발한다. 특히 남성 간 동성애가 문제다. 2011년 한국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누적 에이즈 감염자는 남성이 92%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 제3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도 남성 동성애자 간 성접촉이 에이즈 주요 전파경로라고 명시돼 있다. 이런 사실들은 남성 동성애 성행위가 에이즈 감염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대구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되나.

“그렇다. 동성애 성행위가 정상으로 인식되며 교육되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문화축제까지 열어 동성애 성행위를 하도록 유혹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퀴어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행사는 한국 사회에 동성애 성행위의 무분별한 확산을 필연적으로 발생시킨다. 대건련은 퀴어문화축제가 순수한 문화축제가 아니라는 것을 대구시민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특히 호국 보훈의 달에 이런 축제가 대구시에 필요한 것인지를 묻고 싶다.”

▶그렇다면 이 축제를 용인한 관공서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나.

“퀴어축제를 ‘문화축제’라는 명분으로 허가 내 주고 있는 관공서들은 잘못된 행정을 하고 있는 거다. 최근 들어 시위를 문화제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시위를 ‘문화제’로 바꿔 부른다고 해서 그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퀴어축제는 1969년 스톤월 동성애자 폭동을 기념하기 위한 게이퍼레이드라는 시위였다. 90년대 이후에는 다른 성소수자들도 합세해 자신들의 성문화를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는 시위 형태로 이어졌다.”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본 적이 있는가. 당시 느낌은 어땠나.

“지난해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둘러본 적이 있다. 행사장을 둘러보면서 에이즈의 원인인 동성애 성문화가 어떻게 문화행사라는 이름으로 열리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또 성소수자들이 자신들의 문란한 성문화를 길거리에서 자랑하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았다.”

▶성소수자 문제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혐오를 조장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반대 단체들이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동성애 성행위로 인한 각종 의학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객관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차별 조장은 아니다.”

▶ 성소수자들을 사회적 약자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대건련의 생각은 어떤가.

“일반인들이 거리에서 속옷 차림으로 돌아다니면 경범죄로 체포된다. 하지만 동성애자 및 성소수자들은 그들의 성적 지향이라는 이유만으로 합법적인 보장을 받고 있다. 도리어 이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언론의 비난을 받는 실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성소수자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정치권과 언론의 지원을 받는 강자라고 본다.”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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