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동악산(動樂山·해발 735m, 전남 곡성군)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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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4   |  발행일 2016-06-24 제36면   |  수정 2016-06-24
하늘과 맞닿은 계단 끝 정상…3m 돌탑이 소원을 빌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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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부근 전망바위에서 본 정상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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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사 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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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사 이끼 낀 돌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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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사 경내에서 자라는 단풍나무 연리지.

대구경북서 멀게만 여겼던 전남 곡성
광주-대구고속道 확장 개통…1시간대

청류동계곡 들어 도림사 지나자 산길
세 번째 철다리 건넌 후 본격 오르막
배넘어재 능선 뒤 전망바위부턴 바윗길
정상 코앞서 고개 드니 으리으리한 계단
맑은 날이면 지리산 노고단까지 보여

동악산(動樂山)의 악 자는 즐길 ‘락’으로 읽지 않고 풍류 ‘악’으로 읽고 있다. 원효대사가 도림사와 길상암을 세울 당시 하늘에서 들려오는 풍악 소리에 산이 춤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의병들이 활약한 천혜의 요새 같은 계곡은 폭포와 소, 담이 많고 물길이 휘감아 도는 곳곳의 넓은 반석에 단심대(丹心臺), 낙락대(樂樂臺), 청류수석 동악풍경(淸流水石 動樂風景) 등 수많은 글씨가 새겨져 있다. 크고 작은 물줄기가 합쳐져 도림사 앞을 흐르는데 도림구곡 혹은 청류구곡으로 불리는 청류동계곡은 여름 피서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전남 곡성. 지리적으로 대구·경북에서는 먼 거리로 느껴졌지만 지난해 말 광주대구고속도로가 확장 개통되면서 한 시간대로 가까워져 지리산 권역, 광주 쪽 산을 찾는 이가 부쩍 늘었다. 이번 산행은 산악단체인 대구시산악협회 회원들과 동행했다. 히말라야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고 귀국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되는 사람도 있고, 히말라야 등반을 한두 번씩 다녀온 사람, 100㎞ 울트라마라톤을 참가한 사람 등 나름대로 베테랑 산꾼들이다.

도림사 입구 도림산장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림사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걷는다. 오른쪽으로 흐르는 청류동 계곡의 너른 반석에는 벌써부터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10분을 걷자 이끼가 낀 돌담이 인상적인 도림사다. 하산할 때에도 이곳을 지나므로 그냥 지나친다. 도림사를 지나 약 50m를 오르면 계곡을 오른쪽으로 끼고 바로 산길이 시작된다.

잠시 오르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철다리를 지나고, 계곡 오른쪽으로 걷게 된다. 오른쪽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계곡을 건너는 두 번째 철다리를 건너고 갈림길 앞에 선다. ‘형제봉 3.0㎞, 배넘어재 2.9㎞’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형제봉을 올랐다가 배넘어재, 동악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지만 배넘어재로 바로 올라 동악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를 택한다.

소나기 예보가 있던 터라 잔뜩 찌푸린 하늘로 계곡은 어두컴컴하다고 느낄 정도이고, 습도도 높아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런 중에도 청아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무덥다는 생각을 조금은 덜 수 있는 듯하다.

약 30분을 오르니 세 번째 철다리를 건너 두 번째 갈림길을 만난다. ‘배넘어재 2.1㎞, 동악산 2.3㎞’ 이정표가 서 있다. 배넘어재는 왼쪽 계곡 방향이고, 오른쪽은 동악산을 올랐다가 내려와 이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왼쪽 배넘어재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키 높이의 산죽이 자라는 가운데 길이 나 있다. 10분 정도 오르면 작은 계곡을 건너는 철다리를 만나고 여기서부터는 능선으로 올라붙는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원시림 같은 울창한 숲 속에는 간혹 산딸나무가 화사하게 피어있다.

마지막 철계단에서 30분가량 오르니 넓은 공간의 배넘어재 삼거리다. 왼쪽은 형제봉, 오른쪽은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일행 중 누군가 “두 시간쯤 뒤에는 비가 올 것 같다”며 길을 재촉한다. 배넘어재에서부터는 소나무가 빼곡한 능선길이라 크게 힘든 구간은 없다. 작은 봉우리를 하나 오르니 정상 일대가 한눈에 들어차는 전망바위다. 지나온 길 뒤로는 형제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보이고, 그 왼쪽으로는 곡성읍내와 너른 들이 펼쳐져 보이는 곳이다.

여기서부터는 정상까지 바윗길이다. 너덜지대를 지나 작은 봉우리를 올라서니 석축을 두른 무덤 한 기를 만난다. 무덤만 아니라면 조망이 기막힌데 그냥 스쳐 지난다. 정상을 바로 앞두고 안부에 잠시 내려섰다가 고개를 들면 하늘로 이어진 듯이 으리으리한 계단이 놓여있다. 계단을 다 오르면 산불감시를 위한 철탑으로 보이는 시설물을 지나고 바로 정상인데 족히 3m는 넘어 보이는 돌탑이 세워져 있고, 그 앞에 정상 표석이 놓여있다. 남서쪽으로 형제봉이, 산 아래로 도림사가 있는 청류동계곡, 그 뒤로 곡성읍을 끼고 섬진강이 흐르고 있다.

맑은 날이면 지리산 노고단과 지리산 북부능선이 조망되지만 흐린 탓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변의 산들만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다. 잠시 휴식을 하고 하산 길에 접어드는데 소나기가 시작된다. 잠시 스쳐가는 소나기이지만 바람까지 불어대며 요란스럽다. 배넘어재에서 일행이 말한 뒤 딱 두 시간 후에 비가 내렸다. 자연현상을 보고 기상을 예측하는 ‘관천망기’가 뛰어난 사람. 산에서는 이렇게 경험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든든하다.

바윗길에 비가 내려 발 디딤이 조심스럽다. 10분쯤 능선을 따르다 작은 갈림길을 만난다. 능선을 그대로 따르면 신선바위를 지나 죽동마을로 가는 길이다. 신선바위라는 이정표가 없어 지나치기 쉬운 구간이다.

빗길이라 신선바위로 가지 않고 오른쪽 내리막길인 도림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7분 정도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지는데 길 왼쪽으로 위에서는 없던 ‘신선바위’라 적은 이정표가 있다. 신선바위 갈림길을 뒤로하고 5분 정도 작은 능선을 내려서면 전망이 좋은 바위를 만난다. 지나온 정상 능선이 조망되는 곳이다. 전망바위에서 가파른 계곡 옆을 지나는데 물이 마른 건천이다. 소나기는 그쳤지만 습기를 머금은 바위나 나무뿌리가 미끄러워 피해서 밟느라 신경이 쓰이는 구간이다. 약 20분을 지나자 오전에 올랐던 배넘어재로 오르는 삼거리 갈림목에 닿는다. 도림사까지 되돌아나가는 길이어서 여유롭다.

도림사까지는 약 40분 거리. 반석에 배낭을 풀어두고 쉬어가는 사람도 있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족욕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벌써 계곡산행이 그리운 때가 다가온 모양이다.

대구시산악협회 이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도림사 주차장-(10분)-도림사-(15분)-형제봉 갈림길-(30분)-배넘어재 갈림길-(40분)-배넘어재-(45분)-정상-(10분)-신선바위 갈림길-(40분)-배넘어재 갈림길-(40분)-도림사-(10분)-도림사 주차장

곡성읍을 지나면서 바라본 동악산은 험한 암릉의 산으로 보인다. 막상 산에 들어서면 완만한 계곡을 따라 올라 능선으로 오르는 구간도 등산로가 잘 나있어 당일 산행으로는 다소 가벼운 산행이 될 수 있다. 도림사를 들머리로 잡아 형제봉으로 올라 산을 한 바퀴 돌아내려오는 코스, 배넘어재로 바로 오르는 코스 등 다양한 코스가 있다. 배넘어재 갈림길까지는 계곡이라 식수를 구할 수 있고, 배넘어재로 오르는 코스는 약 9㎞ 거리로 4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 교통

광주대구고속도로(88고속도로) 남원IC에서 내려 우회전으로 광한루원 방향 24번 국도를 따르다 신정교차로까지 간 다음 17번 국도로 갈아탄다. 읍내교차로까지 간 다음 60번 지방도를 따라 곡성읍내를 지나 약 4㎞를 가면 도림사입구교차로(내비게이션: 도림사 상가 주차장, 전남 곡성군 곡성읍 도림로 119)가 나온다.

☞ 볼거리

동악산 도림사

동악산 성출봉 중턱에 자리 잡은 도림사는 신라 무열왕 7년(660)에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현재는 보광전, 약사전, 응진당, 명부전 등이 있고, 절 입구에는 허백련 화백이 쓴 도림사 현판이 걸려있다. 도인이 숲같이 많이 모여들었다 하여 도림사라 한다. 1683년(숙종 9)에 제작된 괘불이 지방 유형문화재 제119호로 지정되었고, 도림사 일원이 문화재자료 제22호로 지정되었다. 경내에는 단풍나무 두 그루의 가지가 서로 붙은 사랑나무로 알려진 연리지나무가 있고, 도림사에서 시작되는 청류동계곡은 계곡물이 연중 그치지 않을 뿐 아니라 노송과 폭포로 절경을 이루고, 넓은 반석에 풍류객들이 새긴 글귀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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