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사냥·레전드 오브 타잔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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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01   |  발행일 2016-07-01 제42면   |  수정 2016-07-01

사냥
金에 눈먼 이들의 목숨 건 16시간


20160701

과거 대규모 탄광 붕괴 사고로 광부 대부분이 목숨을 잃은 무진의 외딴 산. 아들의 기일을 맞아 산에 오른 마을 노파(예수정)는 우연히 금맥을 발견하고 이를 무진경찰서 경찰 명근(조진웅)에게 알린다. 도박으로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명근은 노파에게 금을 황철석이라고 속이고 쌍둥이 형제인 경찰 동근에게 금맥의 정보를 알려준다. 일확천금의 꿈에 부푼 동근. 동생의 전화를 받자마자 엽사 무리들을 조직해 산에 오른다. 하지만 땅주인 노파가 그들을 막아서고 실랑이 끝에 노파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탄광 붕괴사고 일어난 산에서 우연히 발견된 금맥
수상한 엽사들과 붕괴사고 유일 생존자 간 추격 그려
안성기의 뛰고 구르고 넘어지는 액션…노익장 과시



한편 탄광 붕괴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 기성(안성기)은 낯선 이들의 방문을 수상히 여겨 뒤를 쫓다 이 광경을 목격한다. 하필 그때 할머니를 찾기 위해 산을 오르던 손녀 양순(한예리)이 그들에게 발각된다. 위험에 처한 양순을 지키기 위해 기성은 필사의 탈출을 시도한다.

“산도 산 나름이지 저긴 유령밖에 없어.” 무진경찰서 손반장(손현주)의 말처럼 ‘사냥’의 산은 무진 주민들에겐 마을 남자들의 목숨을 앗아간 음침하고 불온한 기운이 서려있는 곳이다. 평범한 산에서 누구도 찾지 않는 공포의 대상으로 전락했지만, 다시 금맥을 드러냄으로써 인간들의 탐욕과 광기를 부추기는 악의 화신으로 자리한다.

비극의 발단은 산에서 발견된 금맥이다. 이를 발화점으로 ‘사냥’은 수상한 엽사꾼들과 기성과의 16시간의 사투를 담는다. 일확천금을 꿈꿀 수 있는 기회를 마주했기에 이들의 욕망과 의지는 자연스럽게 꿈틀댄다. 이는 다시 저마다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변환돼 그들의 목적에 방해되는 이들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빼앗는 악마적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산은 자유롭고 개방된 공간이 아닌, 한 번 발을 디디면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갇힌 공간으로서의 장치적 역할까지 수행한다.

‘사냥’은 속도감 있는 액션에 더해 인간 내면의 어두운 본성을 드러내는 엽사꾼들과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기성을 대치시킴으로써 익숙한 선과 악의 구도를 취한다. 다만 절대악으로 불릴 만한 인물을 처음부터 내세우기보다는 환경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차츰 악의가 드러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산은 그렇게 이야기를 지배하는 절대적 배경으로 작동하며 사람들의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단순한 속물에 가까웠던 맹 비서(권율)가 돌변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산을 배경으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최종병기 활’이 연상되는 건 자연스럽다. 역시나 ‘최종병기 활’로 호흡을 맞췄던 김한민 감독과 박종철 촬영감독이 각각 각색과 촬영을 맡았다. 그런 기대감이 컸던 탓일까. 이 영화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추격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액션의 긴박감과 서사의 밀도는 다소 아쉽다. 하지만 금맥 채굴권을 통해 지금의 한국사회를 상징적으로 은유한 방식은 인상적이다. 특히 온 산을 무대삼아 시종 뛰고 구르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노익장을 과시한 안성기의 액션투혼은 이야기의 공백을 채울 만큼 강렬하다. 동갑인 리암 니슨이 울고 갈 정도다. (장르:액션 등급:15세 관람가)


레전드 오브 타잔
전설의 타잔이 돌아왔다, 밀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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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부와 명예를 지닌 크레이스토크 5대 백작이자 상원 의원으로 살아가는 존 크레이튼 3세(알렉산더 스카스가드). 그는 한때 아프리카에서 ‘밀림의 왕, 타잔’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지금은 사랑하는 아내 제인(마고 로비)과 함께 문명의 삶을 만끽하고 있다.

그에게 어느 날 무역 사절로 콩고를 방문하라는 제안이 들어온다. 하지만 이는 빚더미에 앉은 벨기에 왕의 특사인 레온 롬(크리스토프 왈츠)이 계획한 음모다. 추장인 음봉가(디몬 하운스)는 자신들이 가진 다이아몬드를 내주는 대신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타잔을 데려오라고 그에게 요구했다. 그들의 계략을 몰랐던 타잔은 제인과 미국 대통령 특사 윌리엄스(사무엘 L. 잭슨)를 대동하고 아프리카로 떠난다.


1912년 원작소설 이래 ‘타잔 시리즈’ 21세기판
阿 떠난 지 2년후 정글 개발 음모 맞서는 이야기
가봉의 실제 자연풍광·완벽한 동물 CGI 볼거리



1912년 원작 소설이 발표된 이래 타잔의 이야기는 수많은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극장판 영화만 100여개, TV시리즈와 비디오를 포함하면 300개 이상 만들어졌고 여전히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등으로 재생산되고 있는 중이다. 그만큼 타잔은 너무나 익숙한 캐릭터와 이야기다. 이는 더 이상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하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한데,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듯 ‘레전드 오브 타잔’은 기존의 타잔 이야기를 살짝 전복시킨다.

이야기의 시작은 타잔이 밀림을 떠난 지 2년 후로 설정했다. 문명 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살고 있는 타잔은 이제 따뜻한 커피 한 잔만으로도 도시생활의 여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문명인이 됐다. 예전의 마초적 야생성이 그려지지 않을 만큼 정장차림의 그는 모두가 부러워할 도시 귀족의 모습 그 자체다.

‘레전드 오브 타잔’은 그런 그가 다시 과거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등장에 아프리카 초원에서 만난 사자와 코끼리는 얼굴을 비비며 반가움을 표시하고 우호적인 쿠바 부족 역시 축제를 벌여 그를 환영한다. 문제는 타잔이 상대해야 할 적은 레온 롬이 중심이 된 막강한 군대조직이라는 점이다. 제인을 포함해 그가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이 위험한 상황에 빠진다. 하지만 타잔의 능력과 존재감은 밀림에 있을 때 비로소 발휘된다. 초능력을 이용하는 기존 슈퍼 히어로들과 차별된 인간의 지혜와 동물의 육체적 강인함이 결합된 진정한 인간 히어로로서 말이다.

이제 CG와 실사를 구별하는 건 의미없는 일이 돼버렸지만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가상의 화면들은 여전히 놀랍고 경이로운 게 사실이다. 연출을 맡은 예이츠 감독 역시 “굳이 여행을 떠날 필요 없이 영화관에 가서 상상도 하지 못했던 또 다른 시대와 세계를 보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볼거리에 방점을 찍었다는 얘기다. 이를 증명하듯 ‘레전드 오브 타잔’은 아프리카 가봉의 우거진 숲과 절벽, 강, 폭포 등 대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광을 일일이 카메라에 담아냈고, 이 배경에 담겨질 모든 아프리카 동물을 CGI를 통해 완벽히 탄생시켰다.

다만 무대가 넓어지고 다양해졌다고 해서 모험이 절로 흥미진진해지는 것은 아니다. 밀림 속을 자유자재로 누비며 용맹성을 뽐내던 타잔의 야생성 희석은 그 중 아쉽고, 별다른 갈등구조 없는 에피소드 또한 싱거운 느낌이다. 물론 굳이 완성도를 따지지 않는다면 여름 오락영화로서는 무난한 편이다. (장르:액션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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