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동네 냇가서 물놀이 하는 아이들…맨손으로 물고기 잡던 옛 추억 ‘새록새록’

  • 글·사진=채건기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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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0   |  발행일 2016-07-20 제14면   |  수정 2016-07-20
[시민기자 세상보기] 동네 냇가서 물놀이 하는 아이들…맨손으로 물고기 잡던 옛 추억 ‘새록새록’
지난 17일 대구시 동구 지묘동 동화천 상류구간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970년대 초반, 지묘동 인근 냇가에는 물고기가 아주 많았다. 지금의 공산댐은 40여년 전에는 동화천 유원지였고 그 밑 하류지역인 천대골, 한들보 밑, 신숭겸장군 유적지 앞과 지묘교 밑에는 특히 물고기가 아주 많았는데, 어종도 다양했다.

피라미부터 버들피리·먹지·뿌구리·중태기·송어·잉어·메기·미꾸라지·기름쟁이·뱀장어·게·징거미·가재·자라에다 물이 많이 흘러내릴 때는 수박 냄새 나는 은어까지 있었다.

여름방학이 되면 개구쟁이들의 놀이터는 마을앞 냇가인 동화천과 지묘천이었다. 물고기는 주로 맨손으로 잡았다. 물이 맑아서 손뼉을 치거나 돌을 두드려서 고기를 어리게 한 뒤 넓적한 돌밑으로 들어가면 두 손으로 고기를 감으로 쥐어서 잡는 원시적인 방법이었다. 당시 물고기는 순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잘 잡혔다.

민첩한 친구는 아예 맨손으로 잡기도 했고 그물을 쳐서 잡기도 했다. 당시 마을에서 함께 자란 채희용이나 최국영 같은 친구들은 고기 잡는 데 선수였다. 그들은 물고기의 성질과 숨을 만한 장소를 잘 아는지 천부적인 소질을 발휘해서 큰물고기를 많이도 잡았다. 이렇게 잡은 물고기는 죽마고우 여러명의 매운탕 거리로 충분했다.

지금의 왕건길 1길 출발점 옆에는 잠수교가 있었는데 그 위에 있던 보는 여름밤 아낙네들의 멱 감는 장소로 많이 이용되었다. 물에는 다슬기가 아주 많았고 특히 미끄럼 타기 좋은 큰 청석바위가 명품이었다. 지금의 지묘다리 옆인 고목나무 밑에는 물이 꽤 깊었는데 모래 밑에서 뱀장어 한 마리를 잡았던 추억도 있다.

요즘엔 흔한 반도나 어항, 통발 같은 고기 잡는 기구가 당시에는 귀했다. 물놀이한 후에는 냇가에서 뜨거워진 청석바위에 누워 귀에 들어간 물을 빼곤 했다. 여름철에는 검정, 백색, 청색 고무신이 물놀이하기에 일품인 신발이었다. 내가 자랄 땐 자연에서 뛰노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한낮에 지묘천에서 물놀이하고 노는 지묘초등 저학년 어린이들을 보면서 천진난만한 옛 추억을 회상해 보았다.

글·사진=채건기 시민기자 ken497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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