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상경집회에 잡음 전무…‘성주는 성숙했다’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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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3 07:16  |  수정 2016-07-23 10:09  |  발행일 2016-07-23 제3면
파란리본 착용 외부인 개입 차단
질서요원 배치해 불상사 막아
쓰레기 수거 등 깔끔한 뒷정리
당초 약속한 시간내 집회 마무리
20160723
지난 2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상경 집회’에 참가한 성주군민들이 집회가 끝난 후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폭력도 없었고, 고성이 오가지도 않았다. 차벽과 물대포도, 쇠파이프도 보이지 않았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군민 2000명의 상경집회가 비폭력 평화시위의 본보기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1일 서울역 광장에서 성주 주민들은 ‘사드배치 결사반대’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집회장으로 입장했다. 한 손에는 태극기가, 다른 한 손에는 마스크가 들려있었다. 무대에는 성인 남성보다 큰 북이 설치됐다.

가슴에 파란 리본을 단 성주 주민들의 얼굴은 평생 살아온 터전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바위처럼 굳어있었다.

대형 스피커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가사의 ‘헌법 제1조’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성주 주민들은 차분히 앉아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지금껏 봐온 집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경찰통제선을 무단 침범하는 모습도 전혀 없었다. 경찰이 쳐 놓은 폴리스라인 때문에 집회 장소가 좁아진다며 잠시 소란이 있긴 했지만, 성주 주민이 아닌 다른 단체에서 온 집회자가 벌인 소동이었다.

이날 오후 서울지역 기온은 32℃였다. 그늘 하나 없이 온몸으로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받아내는 그들의 모습에서 절박함이 느껴졌다.

김항곤 성주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의 삭발식에 이어 ‘X’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침묵시위를 하고 시낭송을 할 때는 전율로 몸이 떨릴 정도였다.

주최측은 자체적으로 ‘질서유지인’ 명찰을 단 인원을 배치해 질서지키기에 만전을 기했다.

광장 위 술판도 없었고 쓰레기도 자취를 감췄다. 행진이 시작되자 성주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스스로 서울역 광장을 어지럽힌 쓰레기를 주웠다. 대형 쓰레기봉투에 음료수병과 유인물을 담고 현장을 정리했다.

성주 주민이 서울 시민에게 나눠준 ‘사드배치 결사반대 10만인 청원운동’ 전단도 마구잡이로 살포되지 않았다. 집회는 마지막까지 평화적으로 진행됐고, 주최측이 약속했던 2시간여 만에 질서정연하게 마무리됐다.

집회를 지켜보던 경북도 소속 한 공무원은 “시위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성주 주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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