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계좌이동제 시행…수수료 낮고 수익률 높은 금융社·상품은?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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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3   |  발행일 2016-07-23 제11면   |  수정 2016-07-23
20160723

올해 3월14일 출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를 제외하고 소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계좌에 예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굴릴 수 있다. 순이익의 200만~250만원은 비과세, 이 범위를 넘어서는 수익에 대해서는 낮은 이율(9.9%)로 분리과세하는 금융상품이어서 ‘만능통장’으로도 불린다. 가입 시작 후 4주간 ISA 누적 가입자 수는 139만4천287명, 가입액은 8천763억원으로 집계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한 달도 안 돼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ISA가 통합 재테크 통장으로 비교적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동안 수익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단기간의 수익률 공개로 인한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

이에 3개월 후 수익률 등 중간성적표를 발표하기로 했고, 최근 성적표가 공개됐다. 성적표가 나온 이후인 지난 18일부터는 금융사를 옮기는 것도 가능해졌다. ISA 수수료와 수익률 비교 공시에 이어 계좌이동까지 가능해진 만큼, 금융기업들의 유치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 만큼 고객들 입장에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자산을 좀 더 알차게 굴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출시 3개월만에 수익률 등 중간성적표 공개
국내 13개 증권사의 일임형 ISA 수익률 1.32%
연간으로 환산땐 5.28%…예금금리보다 높아
NH·HMC·메리츠가 2%대로 선두그룹 형성
금융사·상품 선택여부 따라 수익률 큰 차이
비교공시시스템서 꼼꼼히 따져보고 갈아타야

◆ISA 중간성적표, 우등생은 누구

21일 한국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에 따르면, 국내 13개 증권사가 출시한 103개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MP)의 평균 수익률은 1.32%였다. 이는 ISA 출시 이후 지난달 14일까지 3개월 동안의 누적 수익률을 계산한 것으로, 연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평균 수익률은 5.28%에 이른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2%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하지만 이는 ‘평균값’으로 일부 증권사의 상품은 이 기간 5%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일부는 간신히 손실을 피한 정도다. 학교로 생각하면 학교 전체 평균은 나쁘지 않지만, 공부를 잘하는 반과 그렇지 않은 반이 명확하게 갈린 셈이다. 일부에서는 평가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하지만, 계좌이동제가 실시된 지금의 상황에서 투자자가 선택의 기준으로 활용할 가치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특히 일임형 ISA는 가입자가 전적으로 금융사의 상품 선택과 운용을 믿고 돈을 맡기는 만큼, 수익률은 그들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지 못한 상품이 시간이 지난다고 수익률이 개선된다는 보장도 없어 더욱 그렇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출시 당시 3개월 후 수익률을 발표한다고 밝혔고, 계좌이동제도 예상돼 모든 증권사와 은행들이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었다”면서 “그런 만큼 3개월짜리 성적표라기보다는 성장 가능성을 확인해주는 증표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번 성적 발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발표된 결과를 보면 증권사 간 희비가 엇갈렸다.

우선 △NH투자증권 △HMC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3개사가 먼저 웃었다. 이들은 2%대 수익률을 기록하며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뒤를 이어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동부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 6개사가 1%대 수익률을 보였고, 나머지 4개 증권사는 1% 미만 수익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회사별로 내용을 분석해보면, NH투자증권은 모든 유형의 MP 상품에서 고른 수익률을 보이며 2.32% 수익률를 기록했다. 수익률 1위(5.01%)와 2위(4.92%), 그리고 4위 상품을 배출한 HMC투자증권이 종합 2위, 해외투자를 기반으로 한 메리츠종금증권이 3위를 차지했다.

상품별로 보면 HMC투자증권의 고위험MP 중 ‘수익추구형 B2(신흥국, 대안투자형)’ 상품이 최고수익률인 5.01%를 기록했고, 2위는 HMC의 초고위험 MP 중 ‘고수익추구형 A1(선진국형)’ 상품으로 4.92%의 수익률을 보였다. 그다음은 메리츠종금증권의 초고위험MP 중 하나인 ‘메리츠 ISA 고수익지향형A’ 상품으로 4.71%의 수익률을, HMC투자증권의 고위험MP 중 ‘수익추구형 A2(선진국형)’ 상품이 4.58%, 메리츠종금증권 초고위험MP 중 ‘메리츠 ISA 고수익지향형B’ 상품이 4.32%의 수익률을 기록,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상품과 달리 낮은 수익률로 투자자를 울상 짓게 만든 상품도 적지 않았다.

SK증권의 고위험MP 중 ‘SK-ISA 적극투자형 A’는 0.1%의 수익률로 최저를 기록했다. 같은 회사의 초고위험MP 중 ‘SK-ISA 공격형 A’ 상품은 0.23%, 메리츠종금증권의 초저위험MP 중 ‘메리츠 ISA 이자소득형A’ 상품은 0.28%로 그 뒤를 이었다. 초고위험 MP 상품 15개의 수익률은 최저 0.23%에서 최고 4.92%였고, 고위험MP는 최저 0.1%에서 최고 5.1%로 집계됐다. 중위험MP 25개의 수익률은 0.4~2.42%였다. 저위험MP 24개의 수익률은 최저 0.34%에서 최고 1.81%, 초저위험MP 12개의 수익률은 최저 0.28%에서 최고 1.16%로 집계됐다.

대구지역 증권사 한 관계자는 “회사는 물론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엄청나게 차이가 났다”며 “‘ISA다모아’ 비교공시 시스템에서 일임형 ISA 수수료·수익률을 볼 수 있는 만큼 비교 분석한 후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금투협은 앞으로 회사별, MP 위험도 등 검색조건 입력을 통해 수익률 조회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고, 증권사보다 한 달 늦게 일임형 ISA 상품을 출시한 4개 은행의 수익률을 이달 말부터 공시할 예정이다.

◆계좌이동제로 넓어진 선택의 폭

ISA 가입자가 세제혜택을 유지하면서 금융회사를 바꾸거나 편입 상품을 변경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18일부터다. 금융사를 마음대로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다.

ISA는 지난 3월에 출시됐지만, 그동안 금융사 간 계좌 이동이 불가능했다. 또 5년 만기 전에 해지하면 세제혜택이 없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금융위는 기획재정부, 관련 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세제혜택이 유지되는 계좌 변경 절차를 준비해 왔고, 이때부터 가능해진 것이다.

ISA 계좌 이동은 기존 ISA 계좌에 있는 금융상품을 환매, 현금화한 뒤 옮기려는 금융회사 계좌로 돈을 보내고 다시 ISA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가입자가 이전하려는 금융회사만 방문하면 원스톱 방식으로 희망하는 ISA계좌로 옮길 수 있다. 기존 계좌의 금융자산을 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계좌 이전 자체에 대한 수수료는 없다.

계좌 이동과정을 보면, 기존 고객이 금융회사를 옮길 의사를 밝히면 창구 직원은 계좌 이전과 관련한 기본적인 사항을 비롯해 기존 계좌의 재산현황, 이전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설명한다. 조기상환 시점이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이 포함된 경우 금융회사가 조기상환 시점을 고려해 계좌 이전 시점을 조정할 수 있도록 별도로 안내한다. 이때 이용자는 기존 ISA 가입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입 자격 확인이나 ISA 계좌 설명 같은 절차는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후 기존 금융사는 가입자의 계좌이동 의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지만, 계좌 이전을 만류하지 못하도록 표준화된 문구에 따라 의사 확인만 하도록 하고 있다. 편입상품을 변경하는 것도 금융사를 바꾸는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절차에 따라 ISA 계좌를 이전하면 기존 계좌에 부여된 비과세·손익통산 등의 세제혜택이 그대로 유지되고, 가입 기간도 기존 계약 체결일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투자 전문가들은 “ISA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은 비과세로 수익률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것인 만큼 금융회사의 성적표를 꼼꼼히 살펴보면 좀 더 나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계좌이동 자체에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지만, 상품 자체를 환매하는 과정에서는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어 이동에 따른 수익률과 수수료 등을 비교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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