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유방암 내 딸은 괜찮을까

  • 임호
  • |
  • 입력 2016-08-02 08:00  |  수정 2016-08-02 09:03  |  발행일 2016-08-02 제21면
“유방암 유전성은 5∼10% 불과…환경적 원인이 압도적”
20160802
20160802
칠곡경북대병원 유방암센터 이지연 교수

2013년 2월 미국의 언론은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양쪽 유방을 절제받았다고 보도해 그의 팬과 대중이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그에 대한 상세한 이유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대중은 새로운 의학적 지식을 접하게 됐다. 안젤리나 졸리의 모친은 50대에 난소암으로 사망했고, 이모는 유방암으로 60대에, 외조모는 난소암으로 40대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

이들 가족은 ‘유방암-난소암 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의 유방암 또는 난소암의 위험도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구했고, BRCA 유전자에 대한 검사를 했다. 유방암과 난소암의 유전적 소인에 큰 영향을 미치는 BRCA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에서 실제로 BRCA1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그녀는 여러 차례의 유전상담을 거쳐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게 된 것이다.

BRCA유전자, 돌연변이 아니라면 안전
서구화된 식습관·생활습관 개선이 우선
현재 20대, 30년후엔 위험률 2.4배 높아


유방암은 분명히 유전적 소인이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의학적으로 입증이 되어 있는 질환 중 하나다.

BRCA 1번과 2번이라는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유전자가 선천적으로 돌연변이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 비교적 젊은 나이에 유방암이나 난소암, 양쪽 유방암, 유방암과 난소암이 동시에 발생할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매우 높다. 이 유전자는 성염색체가 아닌 남녀에게 동일하게 존재하는 상염색체이기 때문에 남성에게도 똑같은 확률로 유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유방암이 진단된 환자에서 유전성 유방암에 대한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바로 △40세 이전의 유방암 △양측성 유방암 △가족 중에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있는 경우 △이전 난소암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남성 유방암 등이다. 앞에서 말한 5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있는 유방암 환자의 경우 유전상담을 거쳐 유전자 검사에 대한 지식을 먼저 이해한 후 신중하게 유전자 검사에 임해야 한다. 유전 상담을 거치지 않은 경우 유전자 검사 결과를 스스로가 받아들이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례도 많다. 또 이후 어떻게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 결정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국유방암학회에서 인정하는 유전성 유방암에 대한 유전상담사들이 전국적으로 많이 분포해 있다. 따라서 유전상담사와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에 유전자 검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유전상담에서부터 모든 유전자 검사 결과에 대한 ‘비밀보장 의무’를 확립해 두었기 때문에 마음 편히 상담에 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유방암이 유전되는 것일까.

안젤리나 효과를 통해 많은 새로운 의학적 지식이 대중에게 전달됐지만, 와전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모든 유방암은 유전된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전체 유방암 중에서 실제로 유전성 유방암의 비율은 5~10%밖에 되지 않는다. 즉 90% 이상의 유방암은 환경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유전적 소인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가족 간에 2명 이상의 유방암 환자가 발생하는 경우, 이러한 상태를 ‘가족성 유방암’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20160802

가족성 유방암은 실질적인 유전적 소인을 물려주지는 않았지만, 유방암에 좋지 않은 생활습관이나 식습관 등을 가족들이 공유하게 되면서 유방암이 발생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가족성 유방암은 유전성 유방암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하게 되는데,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을 건강하게 바꿔나간다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전성 유방암과는 확실히 다른 경과를 보일 수 있다.

유방암을 앓은 엄마라면 자신의 딸이 혹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지 않을까 걱정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유방암 환자 본인이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지 않았다면, 유전성 유방암으로부터는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방암 환자와 비슷한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유방암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작년 한국유방암학회는 2010년대를 살아가는 20대 여성은 현재의 50대 여성에 비해 50대가 되었을 때 약 2.4배 높은 유방암 위험률을 가진다는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빠른 초경, 모유수유의 감소 등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과 불규칙한 생활습관 역시 유방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유방암 환자가 가족 중에 발생했다면, 유전성 유방암에 대해서 걱정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임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