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의 정신세계] 우울증과 우울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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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09 08:13  |  수정 2016-08-09 08:13  |  발행일 2016-08-09 제23면
[곽호순의 정신세계] 우울증과 우울장애
<곽호순병원 원장>

우울증은 매우 흔한 증상이다. 그러나 우울장애는 흔한 병은 아니다. 우울증이 있다고 다 우울 장애는 아니라는 말이다. 우울증은 증상이고 우울 장애는 병이다.

우울증은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기분이 저하되고 우울한 느낌이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다. 흥미나 즐거움이 적어지는 것도 우울 증상이다. 죄책감을 가지고 힘들어 하는 것도, 지나치게 후회되고 내 탓인 것 같은 기분도 우울증상이다. 수면 장애 중 불면증과 그 반대인 수면 과다 현상도 우울증상에 속한다. 식욕 저하는 당연히 우울증상이지만 식욕 과다도 우울증상으로 본다. 체중이 감소하는 것을 우울증상으로 보지만 반대로 체중이 증가하는 것도 우울증상이다. 집중력 저하와 심지어는 치매처럼 기억 장애까지 우울증상으로 판단한다. 그중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아마 자살 생각 같은 중증의 우울 상태일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증상을 다 우울증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우울증을 느낀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우울장애는 이런 증상만 있다고 해서 진단하는 병은 아니다. 현재 우울장애를 진단하는 공식적인 진단명은 6가지(주요 우울장애, 지속적 우울장애, 파괴적 기분 조절장애, 월경 전 기분 불쾌장애, 물질이나 질병에 의한 우울장애, 다른 의학적 상태에 의한 우울장애)다. 이들 진단명은 각각 그 기준이 있다. 진단명을 붙이기 위해선 우울증상의 정도와 그 개수가 필요하며 또 우울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증상으로 인해 사회적, 직업적 적응에 큰 어려움을 느끼거나 혹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문제가 나타나야 진단할 수 있다. 단지 우울증상이 있다는 이유로 섣불리 진단을 붙이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울장애는 이런 공식적인 명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주부 우울증’이라는 이름에는 주부들에게 특별히 더 많이 나타나는 우울장애의 의미가 담겨 있다. ‘고3병’ 또한 고교 3학년들이 느끼는 우울감을 대표하는 우울장애이다. IMF 증후군, 빈둥지 증후군, 며느리 우울증, 중년 남성 우울증, 갱년기 우울증, 노인 우울증, 신경성 우울증, 반응성 우울증 등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우울한 기분이 다 나쁜 것은 분명히 아니다. 때로는 정서를 살찌우는 것에 우울한 기분도 필요하다. 우울한 기분은 사색하게 하고 통찰하게 하고 깊은 깨달음을 얻도록 하는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

우울한 기분은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큰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우울한 기분으로 시작된 자기 내면의 탐색이 그 후 우울한 기분을 극복해내고 창조적인 힘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면 바로 건강한 우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병적인 우울은 이런 능력 없이 자기 파괴의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다. 그것이 큰 차이다. 건강한 우울은 정서 발전에 소중한 것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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