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를 부탁해!!] (5) 칠성고의 이유있는 도약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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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15 08:13  |  수정 2016-08-15 08:15  |  발행일 2016-08-15 제20면
정규수업선 ‘닥치고 기본개념’…낙오자 현저히 줄어
보충수업땐 기본개념 예제 풀이
심화수업은 고난도 문제에 집중
학년별 목표·수업별 역할 차별화
6월 모평서 1·2등급 15.8%로↑

“진도 뺀다고 바로 문제 들어가면
학생들 입장선 어려울 수밖에…
1·2학년때 기본 확실히 잡아야
실전 자신감 붙고 수능성적 쑥쑥”

변두리 학교에 머물렀던 대구 칠성고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 없는 학교로 주목받고 있다. 그 뒤에는 수포자를 구제하기 위한 학교와 교사들의 노력이 있었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수학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교사들은 진도 위주의 수업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했다.

그 결과 칠성고는 지난 6월 수능 모의평가(3학년)에서 수학 가형의 1·2등급 비율이 15.8%까지 치솟았다. 수성구 우수 학교에도 안 밀리는 수준이다. 이러한 수학성적의 오름세는 다른 과목에까지 영향을 줘 전체 학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신입생 선지원율도 함께 향상되고 있다.

이문수 교감은 ‘수학은 삼위일체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학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먼저, 열심히 하려는 학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잘 가르치는 선생님과 우수한 프로그램”이라면서 “하고자 하는 학생은 있을 것이니 필요한 것은 우수한 교사와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칠성고는 이러한 법칙을 철저하게 실천하고 있다. 시초는 학력 향상을 위해 학교 내 조직된 칠성인재센터에서 비롯됐다. 센터의 제1 미션은 ‘우수한 수학 교사를 초빙하라’. 교장과 교감은 직접 우수 교사를 수소문했고 발품을 팔았다. 소위 ‘실력 있는’ 교사들은 학군 좋은 학교나 과학고 등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반고를 반길 리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끈질긴 구애를 거듭해 우수한 수학교사를 확보했다.

그 다음은 수학 프로그램. 칠성고 수학 교사들은 머리를 맞댔다. 결론은 ‘학교 수업을 믿도록 하자’는 것. 학원보다 학교수업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교사가 솔선해 보여주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교사들은 ‘1학년=기초, 2학년=연습, 3학년=실전’이란 학년별 수학 목표를 정했다. 목표가 정해지니 방법이 중요해졌다.

칠성고의 수학교육 시스템은 남다르다. 수학 수업은 크게 정규·보충·심화로 나눠 한다. 이는 다른 학교와 다르지 않다. 차이점은 수업시간별 역할이 다른 것인데, 정규시간에는 철저하게 기본 개념을 익히고, 방과후 보충수업 시간에는 정규수업 때 배운 개념을 기본 예제를 통해 반복적으로 연습한다. 오후 7시 이후 주 2회 진행되는 심화 수업에선 고난도 문제를 풀이한다. 특히 심화 때는 어려운 문제 3~4개를 집중적으로 풀거나 한 문제를 다양한 풀이법으로 접근한다. 중학 수학부터 필요하면 대학 전공 수학까지 넘나드는데,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상당히 높다.

이원효 수학교사는 “수학은 기본기가 중요하다. 진도 나가는 데 치중해 개념 설명하고 바로 문제풀이에 들어가면 학생 입장에서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정규 시간을 온전히 투자해 기본개념을 설명한 후 보충시간에 기본적인 문제풀이에 들어가면 졸거나 뒤처지는 학생이 현저히 줄어든다”라고 설명했다.

기본개념 잡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닐까. 이 교사는 “1·2학년 때 기본기를 확실히 잡아둬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실전에서 자신감이 붙는다. 기본개념 없이 문제만 많이 풀면 수학성적이 올라가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20160815
칠성고 이원효 수학 교사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창시절, 나 역시 수학 우수자가 아니어서 아이들이 무엇을 모를지 알아내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교수업만 따라가도 수학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수학 해결사' 칠성고 이원효 교사

“교사는 막히는 부분 찾아 뚫어줘야”
수업 중 아이들 표정 보면 알아…교사 원망하듯 보거나 한숨 쉴 때가 포인트


“학생은 오답노트 제대로 활용해야”
틀린 문제 적어놓고 한 번 풀어보면 끝?…비슷한 유형 5개 이상 찾아 연습을


이원효 교사는 ‘잘 가르치는 수학 선생님’으로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그의 수업을 듣고 학원을 중단하는 학생들이 줄줄이 생겨날 정도다. 굳이 수업시간이 아니라도 그에게 질문을 하는 학생이 끊이지 않아 ‘도망다닌다’는 교사의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수업후엔 교무실에 남아 좀더 쉬운 풀이법을 찾아 머리를 싸맨다.

이 교사의 수학 수업은 ‘학생들이 어느 부분에서 막힐까’를 고민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학생들이 어려워 하는 지점은 거의 비슷한데, 나는 그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 어떻게 그걸 아느냐고 묻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수업을 듣는 아이들 얼굴을 보면 된다. 짜증스러운 표정을 하거나 교사를 원망하듯 쳐다볼 때, 계속 한숨을 내쉴 때가 포인트다. 이해 못할 때 학생들은 교사에게 신호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지점을 알면 가르치기 쉽다. 그 지점을 파악하고 모르는 부분을 짚어 가르쳐주면 아이들 눈빛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선생님만의 수학문제 풀이법을 보여주자는 것도 그의 소신이다. 풀이법이 뻔하면 아이들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교사의 풀이법을 보며 학원이나 답안지와 다른 것을 발견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학 오답노트 활용법도 강조했다. 틀린 문제를 적어놓고 답안지를 참고하면서 푼다고 그게 다 오답노트가 아니란다. 그가 추천하는 오답노트 활용법은 1단계 ‘틀린 문제나 모르는 문제를 적어놓고 한 번 푼다’, 2단계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최소 5개 이상 찾아 풀어본다’. 그는 “학생들이 1단계까지만 하는데 오답노트는 2단계가 더 중요하다. 평소 자주 틀리는 문제는 이렇게 해 보면 절대 다시 안 틀린다”고 자부했다. 이어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찾기 어려우면 선생님에게 부탁하라”고도 귀띔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성공적인 수학 공부법을 묻자 “새롭게 공부하지는 말라”라는 답변이 가장 먼저 돌아왔다. 여태까지 공부하지 않은 단원을 새로 공부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그 시간에 잘 아는 문제를 한 번 더 풀어보고, 부족한 단원을 좀더 보충하라는 것이다. 또 수학은 감각이 중요하므로, 단원별로 1문제 이상씩은 꼭 풀어볼 것을 추천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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