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직원들, 입점업체에 상습 갑질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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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2 07:54  |  수정 2016-08-22 07:54  |  발행일 2016-08-22 제10면
20160822
B씨가 마트 직원들에게 선물을 하거나 돈을 빌려줬을 때 기록해 둔 스마트폰 메모.

“이사했으니 선물 달라 요구
돈 빌려가 안갚는 일도 허다
식비·유흥비 수십번 대신결제”
마트측 “본사에서 조사할 예정”


[구미] “대형마트 갑의 횡포는 여전합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마트·홈플러스·이마트 등 대형마트 3사에 유통업법 위반으로 과징금 238억9천만원을 부과하는 등 이른바 ‘갑질’에 대한 감독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구미의 한 대형마트 직원이 지위를 이용해 입점업체 직원에게 선물을 요구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구미지역 A대형마트에 입점한 육류판매 업체 직원 B씨는 대형마트 직원들의 횡포에 치를 떨며 일을 그만뒀다. A마트 내 입점업체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수시로 B씨에게 찾아와 선물과 식사비 등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B씨는 요구를 무시했다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지난 4월 축산실장 C씨가 ‘이사를 했으니 선물을 달라’는 식으로 나에게 말했다. 하는 수 없이 선물을 고르다 8만원 상당의 벽시계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보내줬고, 실장이 마음에 들어해서 선물로 줬다. (선물을 달라고 말하는데) 입점업체 직원으로서 안 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B씨는 또 “그동안 건강팔찌, 상품권 등 5~6차례에 걸쳐 총 100만원에 달하는 선물을 C실장에게 줬다. 실장은 대놓고 선물을 달라고 말한 적도 있었지만, ‘저거 마음에 든다’는 식으로 돌려 말하며 자신에게 선물을 할 것을 종용한 적이 많다”고 주장했다.

B씨에게 선물 등을 요구한 것은 C실장뿐만 아니다. B씨에 따르면 C실장의 부하 직원인 축산담당 D씨와 E씨 등 직원들은 B씨에게 현금을 빌려간 뒤 갚지 않는 일도 허다했다. 또 화장품, 담배, 배달음식 등을 사게 하거나 심지어는 마트 직원 야유회비까지 B씨에게 지불케 했다.

B씨는 “하루는 매장 제품 진열 작업으로 매우 바쁜 날이었는데 D씨가 불쑥 찾아와 벌집삼겹살 10만원어치를 달라고 해서 줬더니 그 바쁜 시간에 오돌뼈는 빼고 달라고 하더라. 그리고는 알 수 없는 영수증을 가져와 고기를 선물가방에 넣고는 가버렸다”고 주장했다.

B씨는 특히 “선물이 다가 아니다. 마트 직원들은 툭하면 술 마시러 가자고 말했고, 술집에 이어 2차로 가요주점까지 간 적도 많다. 그때마다 계산은 대부분 내가 했다. 대략 한 번에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80만원까지 나온 적도 있다. 이렇게 20차례 이상은 따라 다녔다. 그래서 항상 주머니에는 현금 30만원 정도를 지니고 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마트 점장은 “해당 직원들에 대해서는 본사 윤리경영팀에서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축산실장이 사직 의사를 밝혔으나 본사 차원에서 이 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반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5조(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납품업자 등에게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금전, 물품, 용역,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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