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무서워 반바지도 못입어”…대구 한 대학 악습 폭로글 논란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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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01 07:48  |  수정 2016-09-01 07:48  |  발행일 2016-09-01 제8면
집합·폭언에 동아리 가입 강요
포털사이트에 올라와 큰 파장
대학측 뒤늦게 대책회의 소집
“선배 무서워 반바지도 못입어”…대구 한 대학 악습 폭로글 논란
3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A씨가 올린 대화 내용. A씨는 집안사정으로 인해 휴학을 하게 된 학우에게 일방적이고 위협적인 폭언을 행사하는 것은 정말 비이성적인 행위라고 적었다.

최근 온라인상에 대구지역 한 대학의 특정 학과에서 ‘상명하복식’ 군대문화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폭로 글이 퍼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학과는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많아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K대학 B학과 학생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달 30일 한 포털사이트에 ‘K대학 ○○○○과의 실태를 알립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게시물을 통해 “입학한 지 이틀이 지난 뒤 선배들한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건물에 있는 모든 여학생에게 인사할 것을 강요받았다”며 “사람들의 시선과 수군거림, 비웃음을 받으며 한동안 수치스러운 나날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선배들로부터 학교 행사를 위해 팀을 짜고 연습을 하라는 통보를 받은 뒤 갖은 언어폭력에 시달렸고, 혼나는 게 두려워 오전 8시부터 밤늦게까지 연습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개인의 사생활까지 침해받고 있다. 밝은 색깔의 염색은 물론 교수님 앞에선 짧은 바지나 무릎 위로 올라가는 치마, 민소매도 입지 못하게 했다”며 “선배의 공지를 받고 급히 옷을 사 입거나 학교 근처에 사는 친구의 옷을 빌려 입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A씨는 동아리 강제 가입·방학 중 특강 강제 참여·시간표 강제 정정·학우에 대한 폭언 등이 정기적으로 일어난다며 해당 대화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학교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선 “학과 특성상 한 학년의 정원이 소수인 데다 교수·선배와의 관계가 취업으로까지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학생들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호소문을 학과 홈페이지에 올렸지만, 학교 측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대학 관계자는 “인터넷에 적힌 일들이 실제 발생한 것으로 파악돼 1일 전체 교수회의를 소집했다”며 “회의를 통해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글이 지난달 30일 인터넷에 공개되자 이틀 만에 조회수가 32만건을 돌파하고 730건의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결국 이런 사람들이 미래에 아이들을 가르치니 사회적 문제가 되는 거다’ ‘저렇게 후배 군기 잡고 교사자격증을 받고 사회에 나온다니…’ ‘저런 학생들 밑에서 아이들이 교육받고 함께 있을 생각을 하니 참으로 안타깝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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