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거울 나라의 앨리스·카페 소사이어티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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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09   |  발행일 2016-09-09 제42면   |  수정 2016-09-09

거울 나라의 앨리스
“당신을 원더랜드로 다시 한번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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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남긴 배의 선장으로 진취적 삶을 살아온 앨리스(미아 와시코브스카). 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를 맞은 건 좌초된 사업으로 함선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와 여전히 편협하고 고지식한 런던의 사교계다. 이에 환멸을 느낀 앨리스는 나비가 된 압솔렘에 이끌려 이상한 나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하얀 여왕(앤 해서웨이)과 친구들로부터 모자 장수(조니 뎁)가 생사를 알 수 없는 가족에 대한 걱정과 극심한 불안감으로 생명이 위태롭다는 얘기를 듣는다. 앨리스는 시간(사사 바론 코언)이 가진 크로노스피어가 있으면 과거로 돌아가 모자 장수 가족을 구할 수 있다는 말에 즉시 모험을 떠난다. 한편 하얀 여왕에 의해 아웃랜드로 추방되었던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 또한 호시탐탐 크로노스피어를 노리고 있다.


6년 만에 내놓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
가장 큰 차이점은 ‘시간’이라는 캐릭터의 등장
원작 캐릭터들 숨겨진 모습·사연 등 흥미 더해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6년 만에 내놓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속편이다. 볼거리와 이야기를 확장시켜 모험담에 가까운 앨리스의 고군분투를 스펙터클하게 담아냈다. 원작의 스토리를 따라갔던 전편과 달리, 원작에 없던 ‘시간’이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등장시켜 화려하고 신비한 몽환적 세계를 창조했는데,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독창적 해석과 상상력으로 탄생한 크로노스피어다. 시공간을 넘나들어 과거의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있게 해주는 이 신기한 물건은 앨리스의 모험을 보다 다채롭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시간여행은 원작의 세계관과도 자연스럽게 부합되는 소재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가족과 시간의 흐름이라는 주제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고, 앨리스와 다른 캐릭터들이 겪는 사건들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전개해 나간다. 시간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의인화한 건 그중 절묘했다. 덕분에 서사를 관통하는 매력적인 소재로서 시간은 크로노스피어와 함께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물론, 여러 시간대를 넘나들며 이야기의 풍성함을 채우는 기제로 활용됐다. 원작 캐릭터들의 숨겨진 모습과 사연 등이 설명되는 부분도 흥미롭다. 모자 장수의 어린시절 아버지와 얽힌 얘기, 붉은 여왕의 머리가 커진 이유와 하얀 여왕과 붉은 여왕이 서로 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 등이 밝혀진다.

역시나 압권은 최첨단 시각효과로 탄생한 원더랜드다.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것 같은 짜릿함과 신비한 볼거리가 러닝타임 내내 오감을 자극한다. 크로노스피어를 통해 하늘이 바다가 되고 계절이 바뀌는 마법 같은 시공간의 변화와 무한 상상력이 총동원된 환상의 세계다. 전편에 이어 등장한 독특한 개성의 다채로운 캐릭터들도 유머러스한 행동과 모습으로 영화의 재미에 일조한다. 물론 ‘과거를 바꿀 순 없어도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원작 특유의 메시지도 잊지 않는다. 유머와 환상, 현실을 풍자하고 부조리를 재치 넘치는 패러디로 담아낸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이렇게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인상적인 결과물로 완성됐다.(장르:판타지 등급:12세 관람가)


카페 소사이어티
뉴욕男-할리우드女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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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사는 바비(제시 아이젠버그)는 청운의 꿈을 안고 할리우드의 잘나가는 에이전시 대표이자 외삼촌인 필(스티브 카렐)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바비는 삼촌의 여비서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첫눈에 반한다. 보니 역시 열정적인 그의 사랑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마침내 그녀에게 청혼한 바비는 자신의 고향인 뉴욕으로 함께 돌아갈 것을 제안하지만 거절 당한다. 보니는 이미 삼촌 필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 마음의 상처를 안은 채 홀로 뉴욕으로 돌아온 바비는 이후 ‘레 트로픽’이라는 클럽을 운영하며 사업가로 성공한다. 그 사이 아름다운 상류층 여인 베로니카(블레이크 라이블리)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다. 그로부터 몇년 후 클럽을 방문한 보니와 조우하게 된 바비는 다시 둘만의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낸다.

도시 시리즈의 완결판을 마무리하기 위한 우디 앨런의 46번째 여정의 종착지는 고향, 뉴욕이다. 1930년대 미국 사교계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카페 소사이어티’는 속물적인 가치에 물들어 있는 할리우드에 빗대, 화려함과 세련됨이 빛났던 도시 뉴욕을 찬미한다. 물론 피상적 접근에 불과하지만 우디 앨런 특유의 냉철한 시각과 위트 있는 유머는 어렵지 않게 그의 의도를 파악하게 만든다. 역시 장인의 솜씨다.


우디 앨런의 46번째 연출작…도시시리즈 완결판
1930년대 美 할리우드 사교계 배경 로맨틱 영화
남녀 주인공의 복합적 감정 응축된 엔딩신 강렬



우디 앨런은 자신을 온전히 투영시킨 바비의 입을 통해 자기 고백서에 가까운 발언을 늘어놓는다. 이를테면 “이곳(할리우드) 분위기에 환멸을 느낀다” “정말 재미없고 추잡하고 잔인한 업계” “할리우드도 좋지만 뉴욕에 비할 바는 아니다”라는 식이다.

영화는 바비와 보니의 만남과 헤어짐을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감상적으로 펼친다. 흔한 로맨스 영화지만 우디 앨런표 영화가 그렇듯 겉으로 보여지는 달콤함 속에 숨겨져 있는 삶에 대한 시니컬함과 허무주의 정서는 이번에도 불변의 정서로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한다. 다만 ‘카페 소사이어티’는 삶의 긍정과 희망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에 없던 흥미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도시 속 화려함 이면의 숨겨진 공허함을 표현하는 방식 역시 깊은 성찰과 진지함 대신 단편적인 외양과 볼거리에 치중했다.

덕분에 한없이 가볍고 능청스럽게 보여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화려했던 뉴욕과 할리우드의 풍광, 패션, 파티 문화까지 완벽하게 아우른 볼거리와 감성을 자극하는 재즈 선율까지 더해지며 낭만의 시대와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꾀한다. 그 과정에서 예측불가능한 서사를 리드미컬하게 끌어가는 솜씨는 여전히 우디 앨런만의 독보적 장기로 읽힐 만큼 매력적이다.

“인생은 코미디다. 가학적인 코미디 작가가 쓴 작품”이라는 바비의 말처럼, 극중 인물들은 애써 삶의 흐름을 거스르기보다 결국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길을 아련하게 꿈꾸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일까. 몇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하게 된 바비와 보니의 밀회는 더없이 아름답지만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복합적 감정이 응축된 두 사람의 얼굴을 포착한 엔딩 신은 여기에 강렬한 방점을 찍는다.(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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