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진정한 이 시대의 나이팅게일

  • 서홍명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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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19   |  발행일 2016-10-19 제12면   |  수정 2016-10-19
간이식 여동생 간병 중 돌발상황…침착하게 도와준 간호사에 감사
[시민기자 세상보기] 진정한 이 시대의 나이팅게일

간호학과 학생이라면 누구나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게 된다. 예비 간호사로서 간호사 나이팅게일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가고자 치르는 중요한 의식이다. 러시아와 오스만제국 간 크림전쟁 당시 터키 이스탄불의 야전병원에서 성공회 수녀 38명과 함께 초인적 간호봉사로 세계적인 위인의 반열에 오른 이가 바로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다.

대구시 경대병원에는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병상이 있다. 한 달 전 필자는 여기서 여동생의 간 이식 수술을 지켜보았다. 수술도 수술이지만 수술 후 관리가 너무나 까다롭고 중요한 대수술이었다. 환자는 수술 후 1인 멸균실에서 극도의 통증과 스트레스를 직면해야 한다. 시간대별로 환자상태 체크와 약물투여 등 24시간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사경을 헤매다 천신만고 끝에 받은 이식 수술인지라 필자도 가족의 일원으로 여동생의 간병을 자처하고 나섰다. 수술 후 5일차 야간을 담당하던 그날은 간병인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었고 치료 매뉴얼을 그대로 따랐다. 면역력이 최저 수준인 환자이기 때문에 멸균 옷에 멸균모자, 소독된 일회용장갑 등을 착용하고 환자상태에 집중했다.

환자는 상당한 스트레스와 통증, 극도의 체력저하로 종잡을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던 중 환자가 여동생인지라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환자의 의지와 상관 없이 배변이 되어 시트까지 젖어버린 당혹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어찌할 바를 몰라 할 수 없이 신정은 간호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신 간호사는 침착하게 환자를 안정시키며 30분 정도에 걸쳐 수습을 했다.

그날 밤 세 번이나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고 그때마다 간호사는 한 마디 불평 없이 환자를 설득하고 진정시키며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해나갔다. 투철한 직업의식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다음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런 일은 대개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하는 일이었다. 옆에서 지켜볼 때 20대 아가씨로선 정말 감당키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너무도 정성스럽게 차분히 수습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진정한 이 시대의 나이팅게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가라. 그러면 세상이 너를 반겨준다’는 나이팅게일의 명언을 묵묵히 실천하는 백의의 천사가 환자와 가족들의 팍팍한 삶에 용기와 희망을 선물해준 것 같아 지면을 빌려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서홍명 시민기자 abck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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