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예술의 혼-간송미술관 .2] 대구 유치 효과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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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6 07:45  |  수정 2016-10-26 09:17  |  발행일 2016-10-26 제7면
위축된 대구 문화예술 활기…‘월드클래스 도시’ 발돋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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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의 뿌리는 탄탄하다. 한국미술의 압축판이라고 평가받는 대구미술의 저력을 잘 보여주는 지역출신 미술인들. 왼쪽부터 이인성, 서병오, 곽훈, 이강소, 김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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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역미술계에서 중심역할을 하는 대구미술관(위)과 대구예술발전소.

간송미술관 설립이 가시화 되면서 대구지역 문화계에서는 간송미술관 설립이 지역미술계를 포함해 여러 분야에 미칠 긍정적 영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간송미술관 건립으로 인해 근대 한국미술의 중심역할을 했던 대구미술이 재도약하는 것은 물론, 대구가 문화도시로 우뚝 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적 바람이다.

한국미술사 큰 비중 차지 대구
예술인들 유출로 위세 약해져
전통 브랜드로 재도약의 기회
시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 충족
관광객 증가로 경쟁력도 강화


#대구미술의 저력= 한국미술사에서 대구미술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지역미술계에서는 “서양에서 들어온 한국 근대미술 역사를 중심으로 볼 때 대구미술사가 곧 한국미술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는 대구출신의 미술가들이 한국미술사에서 큰 발자취를 남겼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 근대화단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이인성과 서병오를 꼽을 수 있다. 천재화가로 불린 이인성은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다. 시·서·화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서병오는 국내를 넘어서 중국에도 그 이름을 알릴 정도였다.

현재 한국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도 많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널리 이름을 알리고 있는 곽훈, 이강소, 김수자를 비롯해 현재 한국화단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정강자, 주태석, 정종미, 구자환, 이수동, 김일해, 김성호, 도성욱 등도 대구출신이다.

한국의 현대미술 활성화에 기폭제 역할을 한 현대미술제 등도 대구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강소, 최병소, 박현기 등 대구 출신의 젊은 작가들이 중심이 돼 1974년부터 79년까지 열었던 ‘대구현대미술제’는 서울, 부산, 대전 등 전국에서 많은 작가가 참여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미술제는 전국 주요도시에 현대미술제를 만들게 하는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대구지역 미술환경= 대구는 2009년 경북대미술관의 등록을 시작으로 대구미술관, 극재미술관,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실이 등록을 마쳐 현재 4개 등록미술관이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대구시 등록미술관의 1관당 연 관람인원은 18만8천635명으로, 5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다.

대구에는 대구미술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공간도 갖추고 있다. 대구의 근현대미술을 두루 소개하는 대구미술관, 실험적 창작작업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대구예술발전소, 지하도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범어아트스트리트, 신진작가에게 창작공간은 물론 전시공간을 마련해주고 있는 가창창작스튜디오 등이 있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미술판매시장인 대구아트페어도 2008년부터 열리고 있다. 매년 참가규모가 커지고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거래금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남구 이천동에는 고미술거리가 형성돼 있다. 대구는 과거에 서울, 평양과 함께 한국의 3대 고미술시장으로 손꼽혔다. 경기침체, 북한에서의 고미술품 유입 등으로 최근 침체기를 맞고 있지만 2014년 현재 102개의 문화재 매매업소가 운영 중이다. 1960년대부터 형성된 이천동고미술거리에도 40여 곳의 문화재 매매업소가 있다.

#대구미술의 현주소= 대구미술은 한국의 근대화단 형성에 중심역할을 하고 이후에도 한국미술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 등 사회 전체의 흐름이 수도권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그 위상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문화예술도 마찬가지다. 미술을 포함해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예술인을 대거 배출했지만 최근 그 위세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

1960년대 계명대 미술대를 시작으로 지역의 각 대학에 미술학과가 생겨났고 뛰어난 인재가 다수 배출됐다. 하지만 이들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 지역미술대학이 점점 위축되고 있고, 지역미술인들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역의 한 중견미술인은 “인기작가로 이름을 얻기 시작하면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작업실을 옮기는 미술인들이 늘고 있다. 역량있는 미술인의 역외유출은 지역미술계의 활력을 더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간송미술관 대구 유치의 필요성=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최근 실시한 ‘간송미술관 대구관 건립 기초조사 연구’에 따르면 간송미술관을 대구에 건립하면 지역미술계는 물론 대구시 전체에도 긍정적 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료를 공동 연구한 대구경북연구원 오동욱, 박경숙 연구원은 대구시가 대표적인 전통브랜드를 유치해 한국의 문화마케팅을 선도할 수 있고 지역문화 환경 발전은 물론 도시 전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 연구원은 “간송미술관의 경우 고품격의 독창적인 예술품이 많아 이들 예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들어서면 월드클래스 문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욕구를 충족하고 관광객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대구는 250만명이 살고 있는 국제적인 규모의 도시다. 대구에 주목할 만한 미술관을 유치하는 것은 문화창조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시 정책과도 부합된다”며 “민족적 자부심이 녹아있는 미술관을 유치함으로써 도시의 문화브랜드를 드러내고 지역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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