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레이스] 동인동 ‘유쾌한 생고기’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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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2   |  발행일 2016-12-02 제39면   |  수정 2016-12-02
갤러리 겸하는 ‘고감도 뭉티기집’…포기김치·시래기국·문어숙회·보리굴비 반찬도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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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한정식 버전의 제철 반찬라인이 뭉티기를 감싸주고 있다.

대구 중년들의 삶의 의미는? 누군가는 ‘뭉티기 한 점’이라고 말한다. ‘뭉티기’는 갓 떡메쳐 낸 인절미처럼 더없이 졸깃한 육질을 자랑하는 한우 ‘엉덩이살’(일명 우둔살) 부위를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하게 썰어내 쟁반에 담아낸 것. 그 한 점을 참기름·마늘·고춧가루가 삼합된 양념장에 듬뿍 찍어 한입 씹어먹으면 웬만한 고강도 스트레스는 사라진다.

대구에 이런저런 전설의 뭉티기집이 즐비하다. 그런데 다들 왁자지껄 실비집 스타일. 조용한 ‘고감도 뭉티기집’을 고집한 요리 연구가가 있다.

얼마 전까지 경북대병원 응급실 근처에서 웰빙 한정식과 약선죽으로 유명했던 ‘꽃자리 한정식’의 박주연 사장이다. 그녀가 최근 동인동 3가에 갤러리 스타일의 생고기집인 ‘유쾌한 생고기’를 오픈했다. 모르긴 해도 지역에선 가장 조용하면서 고퀄리티 반찬을 앞세운 생고기집인 것 같다.

3만8천원짜리 생고기를 시켰다. ‘생고기집 반찬이 맞냐’란 의심이 들 정도로 고급스러운 찬이 이어진다. 통째 나온 포기 김치, 열무김치 국물 옆에 놓인 시골 엄마표 시래기국, 방풍나물·더덕무침, 매실과 가죽장아찌, 일식당의 자왕무시 같은 계란찜, 호랑이콩, 백김치, 고구마, 다슬기 등을 먹다보면 본 반찬이 나온다. 문어숙회, 보리굴비, 돼지수육, 돔배기. 인공조미료가 배제된 계절기 상으로 철마다 조금 라인업이 바뀐다. 양념장도 설탕과 물엿을 멀리하고 매실청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마지막 생강차가 입안을 차분하게 정리해준다.

그날 잡은 건 그날 다 처분한다. 재고는 없다. 필요한 지인한테 연락해 나눠준다. 다 먹고나면 한정식 한상을 먹어치운 것 같다.

이 공간은 ‘꽃자리 갤러리’로 활용된다. 현재 자두 그림으로 유명한 이창효의 개인전이 오는 9일까지 이어진다. 갤러리가 된 생고기집, 단골의 문화적 마인드를 위해 매달 개인전을 유치할 계획이다. 빈티지스러운 장지문을 달았다. 거기에 직접 그린 야생초가 주인 손맛처럼 피어있다. 동인동3가 271-127. (053)424-5333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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