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독서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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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8 08:07  |  수정 2017-01-18 08:07  |  발행일 2017-01-18 제23면
[문화산책] 독서의 즐거움
김동찬 <대구시립극단 상임단원>

많은 사람들이 꾸준한 독서가 그 어떤 취미보다 훌륭하다고 말한다. 인터넷이 첨단을 달린다고 하지만 아직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서점에서 이런저런 책을 뒤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새로운 책이 나왔을까 보기도 하고, 책장을 넘길 때 흩어지는 활자 냄새를 맡다 보면 어릴적 책 선물을 받았을 때의 행복감이 추억의 수면 위로 떠오른다.

초등학교 때 심한 홍역을 앓아 일주일 정도 학교에 가지 못한 적이 있다. 그때 부모님이 사다주신 동화책이 얼마나 재밌던지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책에 흠뻑 빠져 지냈던 기억이 있다. 그후로 나이든 지금까지 독서를 해오면서 나는 좋은 책이 인간의 영혼을 가꾸고 치유할 수 있음을 믿게 됐다. 내가 주로 즐겨 읽는 장르는 고전소설이다. 고전소설은 작품 하나를 읽어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인물의 캐릭터나 이야기구조를 이해하려면 초반에는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어느덧 작품에 빠져들면 날이 새는 줄조차 모를 때가 많다.

흔히 우리는 지금 우리가 보고 듣는 사실을 진실이라고 착각한다. 훌륭한 소설가들은 실제로는 대부분 많은 진실들이 가려지고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말해준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고골, 에밀 졸라, 헤르만 헤세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수많은 소설가가 남긴 작품 속의 수많은 군상과 이야기들은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최고의 선물이라 표현하고 싶다.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펼쳤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읽다가 순간순간 먹먹해지던 가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나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후 솟아오르던 그 무한한 감동과 존경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아주 오래 전 공연을 보러온 후배가 선물해준 이문구의 ‘관촌수필’은 후배의 따뜻한 마음과 더불어 지금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 중 하나로 남아있다.

나는 요즘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간다. 그 전에 읽던 책을 반납하고 또 다른 책을 고르는 일이 적지 않은 생활의 즐거움이다. 도서관에 등록만 해두면 어떤 책이든 무료로 빌려 읽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한 선물이 있을까 싶다. 독서의 효용은 그저 단순한 지식의 축적보다는 인간에 대한 성찰과 겸손에 있는 게 아닐까. 매일 아주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게 된다면 조금씩 지혜로워지고 조금씩 행복해질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좋은 책을 더 가까이 두고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김동찬 <대구시립극단 상임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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