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감시원, 8㎞ 밖 주택화재 포착…할머니 구해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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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0   |  발행일 2017-01-20 제9면   |  수정 2017-01-20
연기 본 박정민요원, 동료에 연락
차동래요원, 할머니 구출·119 신고
차례 비용 67만원 찾아 드리기도
산불감시원, 8㎞ 밖 주택화재 포착…할머니 구해
지난 17일 포항시 북구 신광면 우각리 한 주택에서 불이 나자 소방관들이 진압하고 있다. <포항북부소방서 제공>

[포항] 포항시 산불감시원들이 화마에 휩싸일 뻔한 할머니를 구해 화제다. 지난 17일 오전 11시쯤 포항시 북구 신광면 우각리 한 주택에서 불이 났다. 부엌 아궁이에 있던 불씨가 바로 옆에 쌓여있던 장작더미로 옮아붙으면서 발생했던 것. 당시 주인 최모 할머니(87)는 불이 난지도 모르고 안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불이 난 주택과 8㎞ 떨어진 신광면 만석리 고주산 정상. 산불감시탑에서 근무하던 박정민 산불감시요원이 희미한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한다. 무전기를 든 박 요원은 동네 인근에 있던 차동래 산불감시요원(60)에게 상황을 알렸다. 차 요원은 곧바로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고, 최씨의 집 부엌에서 불과 연기가 나는 것을 목격했다.

곧바로 안방으로 향한 차 요원은 불이 난 줄도 모른 채 누워있던 최 할머니를 급히 밖으로 대피시킨 뒤, 119에 신고했다. 이어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불은 1시간20여분 만에 진압됐다. 이 과정에서 소방관들은 지은 지 70년 된 목조 주택의 지붕 속 불씨를 잡기 위해 굴착기를 동원해 집을 무너뜨렸다. 차 요원은 잔불 정리를 돕다가 무너진 안방의 잿더미 속에서 최 할머니가 설 차례상을 준비하기 위해 비닐봉지에 넣어둔 67만원을 발견해 최 할머니에게 전하기도 했다.

최 할머니는 “차동래 산불감시요원이 아니었다면 저 세상 사람이 됐을 것”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한편 포항시는 19일 소중한 생명을 구한 박정민·차동래 산불감시요원에게 표창패를 수여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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