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뿐인 인생,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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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0   |  발행일 2017-01-20 제33면   |  수정 2017-01-20
■ 2017 트렌드 ‘욜로 라이프’
20170120

김미현씨(54)는 올 4월 산티아고로 여행에 나선다. 몇 년전 암 진단을 받고 건강을 위해 걷기 운동을 시작한 김씨가 저지른 3개월 일정의 혼자 걷기 여행이다. 김씨는 이번 여행을 위해 1년 전부터 차근차근 하던 일을 하나둘씩 정리했다. “인생 후반기는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김씨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그것들을 확인해 볼 계획이라고 했다. 여행 가방을 싸서 떠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의무감으로 인생을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내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해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아보려고요.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일, 즐거운 일을 찾아 앞으로는 그것들을 하며 살아갈 생각입니다.”

결혼 12년차 정영희씨(38) 부부는 노키즈족이다. 남편은 해외 사업장 근무를 자처했다. 유럽과 러시아 등지에서 몇 년씩 돌아가며 지사 근무를 하는 동안 인근 국가와 지역을 여행하는 것이 이 부부의 삶의 방식이다. “무엇을 위해 무엇에 얽매여 의무적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부부는 세계 곳곳을 여행한 기록을 SNS에 남기고, 일간지에 기고도 하고 있다. 부부는 “여행지에서 만난 휴학을 한 대학생, 직장을 그만두고 6개월째 여행을 다니던 연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년째 한국을 떠나 여행 중이던 20대 여성 모두는 복잡하게 고민하지 않고 현재의 삶을 즐기려고 배낭을 꾸린 사람들이었다”고 전했다.

2017년, ‘욜로(YOLO)’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욜로(You only live once)’는 한 번뿐인 인생이니 하루하루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다. 그렇다고 되는 대로 마구 살자는 것은 아니다. 대책없이 오늘을 흥청망청 보내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늘을 충실히 살다 보면 내일도 충실해 질 수 있으며, 오늘의 행복을 찾으면 내일도 행복해 질 수 있다. 내일이 막연한 미래라면, 오늘은 구체적인 현실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목적을 향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온 삶에서 벗어나 나만의 가치, 나만의 취향, 나만의 행복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불안의 결과이기도 하다. 미래가 불안한 젊은이들이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과거엔 현재를 희생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당연했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그만큼 미래는 분명 현재보다 나았다. 지금은 어떤가. 계층상승의 사다리는 사라졌고 허리띠를 졸라매도 집 한 채 사기 어렵다. 더 이상 현재의 희생은 미래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현재, 욜로인 것이다. 미래를 위해 고행길을 자처하기보다 지금 당장 즐거운 일에 올인한다.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고, 재미있는 이벤트가 나타나면 몸을 던진다. 전세금을 빼 세계 여행을 떠나고 갖고 싶은 차를 산다. 자신의 그림자와 발자국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나무 그늘에 앉아서 쉬면 된다. 오늘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가 당신의 내일을 결정짓는다.

사실 영원히 살 것처럼 아등바등하지만, 삶이란 그저 스쳐가는 찰나에 불과하다. 빛나는 삶이 되고 싶다면 오직 순간에 충실할 일이다. 그렇게 반짝이는 순간들이 모여 눈부신 삶이 되는 법. 미래는 너무 멀고 너무 불투명하고, 그러니 확실한 지금을 행복하게 사는 것. 그 행복한 순간들이 모여 영원이 될 터이니. 그러므로 “인생은 한 번뿐이야. 이게 인생의 진리지, 욜로(You only live once. That’s the motto, YOLO).”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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