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지간 교수가 짜고 국고보조금 가로채

  • 최수경
  • |
  • 입력 2017-01-24 07:34  |  수정 2017-01-24 07:34  |  발행일 2017-01-24 제8면
지역대 교수 3명 구속·기소
허위 청구로 비자금도 조성

수억원의 국가 연구개발 보조금을 가로챈 K·D대학 교수 3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배종혁)는 학생 연구원에게 지급할 인건비를 가로채거나 허위 출장비를 청구하는 수법으로 국가보조금을 가로챈 K대 교수 A씨(64)와 D대 교수 B씨(여·47)를 사기·보조금관리법 위반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같은 혐의로 K대 교수 C씨(여·61)를 불구속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모두 의과대학 및 간호대학내 정보통신 관련 학과 교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과거 K대에서 스승과 제자 관계였던 A·B교수는 서로 짜고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발주한 의료정보서비스 관련 7개 연구과제를 공동수행하는 과정에서 연구원 인건비를 가로채거나 허위로 출장비를 청구하는 수법으로 총 4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다.

A·C교수는 한국과학재단에서 발주한 건강관리데이터 개발 등 2개 연구과제 수행 때도 허위로 연구원을 등재하고, 전문가 자문료를 허위 청구해 7천만원상당의 연구비를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A·B교수는 2009~2010년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팀장(45·불구속기소)에게 연구과제 선정을 위한 청탁명목으로 15회에 걸쳐 총 640만원을 건네,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 교수는 자금유용방지를 위해 공동관리가 금지된 학생 연구원(대학원생)들의 인건비 통장을 관리했고, 허위로 출장비 등을 청구한 후 현금으로 인출, 일명 ‘버퍼(buffer·비상준비금)’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도교수의 요구에 따라 인건비(월 최대 100만원) 통장을 넘겨준 학생 연구원들은 배정된 돈 중 20만~30만원만 받거나, 전혀 받지 못한 채 과제를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수들은 KTX 승차권을 신용카드로 결제 후 취소하는 방법으로 돈을 돌려받은 뒤 환불 전 승차권 영수증을 허위로 제출해 92회에 걸쳐 총 1천400만원의 보조금을 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빼돌린 돈은 교수들의 신용카드비·주식투자 등 개인용도 및 회식비로 사용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배종혁 특수부장은 “연구개발의 산실인 지역 국립대·사립대 교수들이 ‘갑’이라는 우월적인 지위를 악용해 학생 연구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인건비를 빼돌리는 등 관행적으로 연구비를 가로챘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최수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