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타 일색 삼성 타선 ‘우타 거포’ 찾아라…기회의 땅 오키나와 우타 경쟁구도

  • 명민준
  • |
  • 입력 2017-02-16   |  발행일 2017-02-16 제26면   |  수정 2017-02-16

김한수 감독이 ‘무한경쟁’을 예고하면서, ‘약속의 땅’(좋은 성과를 이뤄낼 출발점을 뜻하며 붙여진 별칭)이라 알려진 오키나와가 ‘기회의 땅’으로 변했다. 특히 김 감독은 삼성에서 오랜기간 타격코치로 활동한 ‘타격지도 전문가’다. 감독으로 승진하면서 보살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졌지만, 타격코치 출신 감독의 타자들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생각하면 김 감독 본인이 ‘경쟁’과 ‘육성’을 선언한 만큼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한 타자들이 눈에 띌 만한 활약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이번 오키나와 캠프에서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기 위해 열심인 타자들이 있다. 나성용, 김헌곤, 김정혁이다. 세 타자 모두 2군 무대를 평정했다. 게다가 이들 모두 오른손잡이 타자다. 이승엽을 비롯해 구자욱, 박한이, 박해민 등 대부분의 주전타자들이 좌타자로 구성된 삼성 타선에서 우타자는 관심갖고 지켜봐야 할 자원이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20170216
나성용-타율 0.323 90안타 13홈런 53타점 <작년 퓨처스 리그 성적>

◆나성용, 잠재된 거포본능을 깨워라

나성용이 푸른색 유니폼을 입게된 과정은 그다지 명예롭지 못했다. 나성용은 2015년 진행된 2차 드래프트에서 LG의 보호선수 40인에 포함 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2011년 프로무대 입성이후 5년 동안 나성용이 갈아입은 유니폼만 세 벌(한화, LG, 삼성)이다.

고교시절엔 동생 나성범(NC) 못지않게 잘나갔다. 진흥고 시절 장타력을 갖춘 포수로 스카우터들의 물망에 오랐다. 하지만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성한 프로무대에서는 포수로 자리 잡지 못하면서 외야수로 변신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수비에서 믿음을 사지 못한 것이다.

삼성은 나성용의 장타력에 주목하고있다. 결과는 일단 합격수준이다. 나성용은 지난해 퓨처스리그 84경기에 나서 타율 0.323 90안타 13홈런 53타점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961을 기록했다. 거의 2군무대를 평정하다시피 한 것이다.

김 감독도 나성용의 타격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올시즌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박석민(NC)의 이적으로 우타거포자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나성용은 박한이가 무릎수술로 비워둔 좌익수 자리를 넘보고 있다.

20170216
김헌곤-타율 0.378 96안타 8홈런 65타점 <작년 퓨처스 리그 성적>

◆금의환향한 김헌곤

지난해 김헌곤은 그야말로 금의환향했다. 2015~2016년 상무에서 시간을 보낸 김헌곤은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78 96안타로 타격왕(남부리그)을 차지한 후 삼성으로 돌아왔다. 전역 이후, 1군경기에는 나서질 못했지만 김헌곤은 마무리캠프에서 진가를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진행된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를 마칠 때 김 감독은 “이번 캠프 MVP는 김헌곤”이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또 김 감독은 김헌곤을 보며 “구자욱 같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자욱은 상무에서 뛴 2014년 퓨처스리그 타격왕(0.357)에 올랐고, 전역 직후인 2015년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김헌곤의 장점은 성실함이다. 상무시절에도 삼성복귀를 염두에 두고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헌곤 스스로도 올시즌 도약을 자신하고 있다. 손목통증으로 군입대 전까진 삼성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제는 통증없이 야구를 할 수 있다. 김헌곤 역시 나성용과 함께 박한이가 무릎수술로 비워둔 좌익수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현재는 안정된 수비력과 타격능력까지 검증받은 김헌곤이 나성용보다 한 발 앞선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0216
김정혁-타율 0.236 25안타 2홈런 11타점

◆마지막 기회 노리는 김정혁

만년기대주 김정혁에게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1985년생으로 올해 만 32세인 김정혁은 야구선수로 한창 잘나갈 나이임에도 여전히 ‘기대주’라는 꼬리표를 떼내지 못하고 있다.

김정혁은 2011년 육성선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2군 데뷔 첫해부터 4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두각을 보였다. 2011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418 6홈런 57타점으로 맹활약했고 타격왕에 오르며 단숨에 기대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당시엔 1군 라인업이 어느 때보다 촘촘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김정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김정혁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6월이다. 외국인타자 발디리스와 조동찬이 연쇄부상을 당하면서 1군 무대 출장기회를 얻은 김정혁은 선발출장 당일(2016년 6월4일 한화전)에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기대감을 안겼다. 김정혁에겐 데뷔 6년 만에 뽑은 첫 홈런이었다.

김정혁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지난해 46경기에 나서 타율 0.236 25안타 2홈런을 기록했다. 제대로 된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코칭스태프들은 “기회를 주면 방망이 소질을 터뜨려 줄 것”이라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내야수 자원인 이원석, 강한울의 합류로 올시즌 김정혁의 경쟁상대는 더 늘었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바짝 독이 오른 김정혁의 방망이가 제대로 터질 수도 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포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