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청산 대상까지 손잡나”…안희정 “K·미르재단 두둔 아냐”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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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1   |  발행일 2017-02-21 제4면   |  수정 2017-02-21
안희정 ‘선한 의지 발언’ 야권에 파장
국민의당 “너무나 가벼운 입”
문재인 캠프 “부적절” 지적
중도 외연확장 安 도지사측
정체성 논쟁 비화될까 주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이른바 ‘선한 의지’ 발언을 놓고 20일 야권에 파장이 일었다. ‘돌풍’을 일으키며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안 도지사로서는 미묘한 이슈가 됐다.

안 도지사는 전날 부산대에서 열린 ‘즉문즉답’ 행사에서 전직 대통령들을 평가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누구라도 그 사람의 의지를 선한 의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겠지만 결국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어 “K스포츠·미르 재단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기업의 좋은 후원금을 받아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었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언이 알려지자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비호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고, 이에 안 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명박정부의 4대강이나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을 애기하면서 그들이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있었다 해도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선의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안 도지사에게 빼앗긴 중도층 회복이 급선무인 국민의당은 이날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국민의당 손금주 최고위원은 광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도지사의 평가대로라면 박 대통령이 탄핵될 이유가 옅어지고 뇌물죄 성립도 어려워진다. 탄핵재판에서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내용을 민주당 대선후보 입을 통해 듣게 된 것”이라며 “안 도지사의 너무나도 가벼운 입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경쟁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라디오 방송에서 안 도지사에 대해 “우리가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데, 청산해야 될 상대와 책임져야 될 상대까지 손을 잡아버리면 새로운 변화가 절반의 성공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줬으면 좋겠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같은 뿌리를 둔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자칫 친노(親노무현) 적자 간 충돌로 비치면서 야권의 파이 자체를 왜소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안 도지사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공보단장인 박광온 의원은 “어제 발언은 좀 과한 것으로 본다"며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의 경우 불순한 의도로 출발했다는 점이 특검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나. 안 도지사가 불순한 기획에서 출발한 것을 선의라고 평가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진성준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선거전략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이미 명백히 드러나고 확인된 의도까지 선의로 간주하는 것은 우매하거나 무감각한 것이다. 헌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자들의 ‘선의’를 철학적으로 설파하려는 것에 결단코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 도지사 측도 중도 외연 확장 행보로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연정 발언’에 이은 정체성 논쟁으로 비화하며 민주당 경선 판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안 도지사는 이날 대전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연수에서 “어제 문답 과정 동영상을 다시 봤다. K스포츠나 미르재단을 두둔하는 발언이 어디에 있느냐”며 “왜 싸움을 붙일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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