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 ‘훈풍’타는 한국號, 순항 관건은 나라별 맞춤 수출전략”

  • 노인호
  • |
  • 입력 2017-04-29 07:33  |  수정 2017-04-29 07:33  |  발행일 2017-04-29 제11면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감지되고 있다. IMF는 4월 발간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상향 조정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도 세계 경제 회복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기가 상승세를 타면서 그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수출 호조가 내수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세계경제에 부는 봄바람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살아나는 글로벌 경제’를 주제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견고한 소비 증가세 덕분에 완만한 경기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기선행지수와 소비자신뢰지수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앞으로 미국 경제의 회복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달 4.5%로 완전고용 수준으로 떨어졌고,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소비 여력도 확충되고 있다. 거기다 매출 증가에 따른 재고 감소와 함께 부동산 시장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투자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이에 미국 경제가 성장하는 가운데도 인플레이션 우려는 거의 없는 ‘골디락스’로 접어들었다는 판단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경제도 자신감을 회복하는 모양새다. 최근 소비가 견고하게 증가하고 투자도 개선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회복되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는 건설부문의 투자가 견고하고 설비투자 증가율도 두자릿수를 회복했다. 미국과 일본, 한국 등 주요국에 대한 수출증가율은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과잉설비 축소에 따른 공급량 감소로 제품 가격도 상승, 이익 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안 심리가 약화되고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면서 소비자심리지수도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되살아나는 글로벌 경제
美, 소비 증가로 완만한 회복세
中, 수출 늘고 설비투자도 개선
EU는 디플레이션 우려 벗어나
印·러시아 등 신흥국 고성장세

▶한국, 풀어야할 숙제는?
경제성장률 2.6%로 상향 불구
내수 경기는 여전히 불황 국면
투자·고용 확대여건 조성하고
주요 수출국별 대응책 강구해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혼란스러웠던 유로존 경제에도 파란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로존 경제의 회복은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은 것으로 판단된다. 실업률의 하락추세는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소비와 투자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물가상승률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고, 디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되면서 양적완화 종료에 대한 논의가 등장할 정도다. 실업률이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 회복세가 지속되는 점은 앞으로 유로존 경제의 회복세가 안착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 경제 역시 장기침체의 늪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분위기다. 고용 여건과 수출 등이 개선되면서 전반적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확대되고 있고, 실업률은 지난 2월에 2.8%를 기록해 1994년 6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경기선행지수와 소비자심리지수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앞으로 내수 경기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경제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선진국의 수요 확대와 유가 반등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이들 신흥국은 강한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 경제는 모디 정부의 경제개혁 정책 지속으로 높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모디 정부의 △노동법 △토지개혁법 △통합부가가치세법 등 3대 개혁안 추진으로 기업의 비용이 감소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외국인 직접투자 지분제한 완화와 인프라개발 확대 등도 고성장세 지속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경제제재, 국제 유가 하락 등의 요인으로 경제가 후퇴했던 러시아의 올해 성장률은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환율 역시 안정세를 보이면서 내수가 살아나고 대외교역이 증가, 정부지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브라질 경제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및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부진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국이 안정되고 원자재 가격 반등으로 올해에는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대외거래 축소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르는 외국인자금 유출 등의 위험 요인은 남아 있는 상태다.

물론 중국, 유럽, 일본 등의 경우 각각의 숙제를 안고 있다.

중국의 경우 과잉생산, 기업부채, 부동산재고 등이 앞으로 중국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고,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부채 문제, 프랑스 및 독일의 선거 불확실성 리스크 등은 유로존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하방 요인이다. 일본의 경우 회복 속도가 20여년간의 장기불황을 모두 극복할 정도의 수준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상승 추세를 막아세울 만큼 위태로운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봄바람, 한국경제에도 부나

세계 경제에 봄바람이 불면서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심이다. 국내 각종 기관에서는 경기 훈풍이 불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달 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6%로 0.1%포인트 올렸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존 2.4%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기존(2.6%)보다 0.1%포인트 올렸다.

기관들은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경제는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 강화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 등의 원인으로 우리나라 수출 경기는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내수 경기는 여전히 불황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출과 내수 간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 더욱이 최근 수출은 고용보다는 설비가 중심인 반도체와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어 수출 회복으로 고용 증가가 쉽지 않아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회복세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회복세가 우리나라 수출 경기 개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주요 선진국별로 맞춤형 전략을 세워 세계 시장 진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가별로 보면 우선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트럼프 정책 추진상황에 따르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고, 소비국가로 자리매김하는 중국의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중장기 투자개발 프로젝트에도 전략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 독일 외에 스페인,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유로존 중에서도 회복 속도가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유럽시장 진출 전략을 재점검하는 동시에 유럽 내 부채국가 및 정치적 리스크의 국내 전염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의 경기 회복을 소비재 수출 확대 기회로 활용하고, 장기불황에 대응해 일본 정부가 시도했던 정책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끝으로 신흥국 중에서는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인구가 많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신규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노력과 동시에 수출 경기 개선이 내수 경기 회복세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내 투자와 고용 확대 여건을 형성하고,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내 경제의 불안한 회복세가 더 이상 급락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 강화와 경제심리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현대경제연구원

기자 이미지

노인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