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수라상 오르던 나물 채취하고 힐링까지‘일석이조’…청정 먹거리 만나는‘영양산나물축제’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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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09 07:36  |  수정 2017-05-09 09:01  |  발행일 2017-05-0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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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 대표적 봄잔치인 영양산나물축제가 11일부터 나흘간 영양공설운동장 및 일월산 일대에서 열린다. 지난해 열린 영양산나물축제 행사 모습. <영양군 제공>

산나물은 ‘5월의 향(香)’이다. 매년 5월이면 한겨울 굳었던 미각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산나물 향이 백두대간을 휘감기 때문이다. 태백산맥의 지맥이 둘러싸고 있는 영양은 예로부터 산나물의 고장으로 불려왔다. 지금도 멀기만 한 이곳의 특산물이 그 옛날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를 정도였으니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귀한 산나물을 실컷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왔다. 11일부터 나흘간 영양 공설운동장 일원에서 ‘영양산나물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대표적 웰빙식품으로 각광받는 청정 영양의 산나물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영양 가득한 산나물 보물창고 영양

영양은 동쪽으로 울진과 영덕, 서쪽 안동, 남쪽 청송, 북쪽 봉화와 인접해 있다. 전라도 ‘무진장’(무주·진안·장수)과 강원도 ‘영평정’(영월·평창·정선)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산골마을인 ‘BYC’(봉화·영양·청송)의 핵심 지역이다. 태백산맥이 동남 방향으로 뻗어 크고 작은 수많은 계곡이 형성돼 있으며,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은 산간분지다. 낙동정맥의 중간 고랭협곡 지대에 있어 전반적인 해발고도가 경북에서 가장 높다. 이처럼 산맥에 둘러싸인 산간 고장이다 보니 영양에서 산나물은 지천으로 깔려 있다. 산이 높고 일교차가 크다 보니 향취 좋은 산나물을 많이 키워내고 있는 것이다.


공설운동장·일월산 일대 개최
3∼5월에만 생산되는 어수리
해풍 받아 건강한 먹거리 곰취
고고도·큰 일교차 덕에 향 깊어

산나물만 이용하는 축제 탈피
코스프레대회·가장행렬 등
랜드마크형 공간으로 구성 계획



일월산(해발 1천219m)과 맹동산(800m) 기슭에서 자라는 산나물은 종류가 다양하다. 고사리·금죽·취나물·방풍나물·다래순·어수리·싸릿대·참딱주(잔대)·고비 등 농촌이나 산간에서 자란 사람도 쉽게 맛보지 못했던 산나물이 가득하다. 도라지, 더덕, 버섯은 그야말로 덤이다. ‘새댁이 나물 이름 30가지 정도 모르면 굶어 죽는다’는 영양만의 속담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영양에서는 산나물이 무침·부침·쌈으로 가족의 밥상에 올랐고, 소중한 약재로 쓰이기도 했다. 산 넘고 물 건너 멀고 먼 길을 운반해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다. 수많은 영양 산나물 중에서도 대표라고 할 만한 것이 있으니, 바로 어수리나물이다. 어수리는 독특한 향과 함께 각종 무기질·섬유질·비타민이 풍부해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최고다. 봄에 어린 순을 식용하고, 한방에서는 어수리 뿌리를 ‘만주독활’이라 하여 약재로 사용한다. 요즘은 고랭지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다. 해발고도가 높고 현미식초와 천연영양제로 키워 재배를 해도 맛이 자연산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매년 3월 초에서 5월 말 사이에만 생산하고, 신선도를 위해 주문량에 맞춰 채취한다.

다년생 식물로 국화과에 속하는 취나물은 우리나라에 60여종이 자생하고 있다. 이 중 산채로 주로 이용되는 것은 곰취·참취·개미취·가얌취·수리취·각시취 등 10여종이 있다. 취나물은 단백질·탄수화물·회분·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맹동산 자락에서 자연상태 그대로 키운 곰취는 수육을 먹을 때 곁들이거나 김치로 만들어 먹으면 특유의 향과 맛을 더 느낄 수 있다. 해발 700m 이상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곰취는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자연스럽게 받아 자라는 건강한 먹거리다. 향미가 특히 좋은 곰취는 어린 잎을 그대로 먹어도 되고, 살짝 데쳐 무침을 해도 좋다. 단백질은 물론 탄수화물, 칼슘, 비타민A·C가 풍부하다. 한방에서는 뿌리·줄기를 말려 호로칠이라 하며 질병예방에 처방하고 있다.

◆산나물 향에 취하고 문학에 취하다

일월산의 산나물로 만든 산채비빔밥은 영양의 대표음식으로 꼽힌다. 영양의 청정 환경이 키운 산나물로 만든 산채비빔밥이 가장 자연스러운 맛이기 때문이다. 영양 산채비빔밥을 비빔밥의 백미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양 산채비빔밥은 영양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돼 그 비법도 다양하게 전수되고 있다. 영양에서 맛보는 산채비빔밥은 각각 나물의 특화된 조리방식과 여러 나물이 어우러져 맛을 더한다. 비빔밥은 어떤 나물을 넣고 어떤 맛의 고추장을 첨가하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영양의 산채비빔밥은 영양지역에서 나는 산채의 자연 그대로의 맛과 영양고추로 만든 고추장이 환상적인 조합을 이룬다.

입안을 행복하게 만드는 산채비빔밥과 산나물 요리를 원없이 먹어볼 수 있는 환상적인 영양 산나물축제가 봄이면 전국 팔도 사람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경북도 지정 우수축제인 ‘영양산나물축제’가 11일부터 14일까지 영양공설운동장과 일원산 일대에서 펼쳐진다. 영양산나물축제는 청정 무공해 산나물을 비롯한 특산물, 전통문화가 잘 어우러진 종합문화축제다.

축제에서는 경북 최고봉인 일월산에서 직접 산나물을 채취할 수 있으며, 산나물을 이용해 만든 다양한 음식 시식과 함께 무대에서 펼쳐지는 영양 고유의 문화예술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산나물의 향기에다 조지훈 시인, 이문열 작가를 배출한 문인의 고장답게 문학의 향기도 곁들일 수 있다는 것은 관광객이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특히 올해는 지역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민간 주도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영양군은 기존 산나물만 이용한 축제에서 탈피해 행사에 부합하는 랜드마크형 공간을 구성해 또 다른 청정 영양의 모습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전국코스프레대회와 6개 읍·면별 주제별 길놀이 행사인 산채가장행렬이 축제의 출발을 알리며 군민과 관광객이 하나되는 장면을 연출한다. 또 야외행사인 점을 고려해 영양군은 시각적 이미지를 고려한 100여 동의 행사부스를 설치한다. 축제장 주무대에서는 올해 처음 선보이는 산나물 아줌마 선발대회가 열린다. 미모 위주로 펼쳐지는 기존 미인선발대회와 달리 우리나라를 떠받치는 아줌마들을 위한 대회로, 몸뻬바지 패션쇼 및 장기자랑으로 선발된 아줌마들이 총 상금 700만원을 놓고 열띤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산나물 축제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일월산에서 전문가의 안내에 따라 체험하는 산나물 채취다. 참가자들은 일월산에서 참나물·고사리·곰취·개미취·단풍취·병풍대·수리취·어수리·두릅·박쥐나물 등 종류를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 다양한 산나물을 캐는 재미에 푹 빠질 수 있다. 얼핏 단조로워질 수도 있는 산나물축제를 풍성하게 할 작은 음악회도 열린다. 영양군은 올해 젊은 연령층의 관광객이 많이 참여하도록 ‘별이 빛나는 밤에’ 콘서트를 준비했다. 콘서트 주제에 걸맞게 아름다운 별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영양국제밤하늘 보호공원에서 열린다.

이 밖에 산나물이름 알아맞히기, 산야초 효소 만들기 체험, 음식디미방 음식 체험, 산채 막걸리 체험, 나물 채취 의상 및 도구 체험, 산나물 요리강좌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비롯해 영양군 일월산 1219m를 상징하는 1219인분 산나물 비빔밥 만들기가 펼쳐진다. 축제장 내에는 산채와 삼겹살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산나물 음식점과 각종 푸드트럭이 들어서 입을 즐겁게 한다. 나인봇을 대여할 수 있고, 키즈-존(kids-zone)과 음악다방 등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즐길거리도 있어 가족·연인·동료와 함께 영양을 찾는다면 지친 도심의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권영택 영양군수는 “자연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또는 연인, 동료와 함께 전국 최고의 청정고장 영양을 찾아 산나물축제·지훈예술제와 함께한다면 몸과 마음이 힐링되고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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