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인권위 권고 수용률 높여라”…“가족생활비는 사비로 처리”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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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6   |  발행일 2017-05-26 제5면   |  수정 2017-05-26
경찰 인권 침해소지 근절 지시
“해결 안되면 수사권 조정 못해”
부처 특수활동비 개편의지 다져
20170526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소통과 공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통령 특별보고를 정례화하고, 각 부처의 인권위 권고 사항에 대한 수용률을 높일 것을 지시했다. 이는 인권위의 위상 복원 내지 제고를 고리로 검찰에 이어 경찰개혁을 추진하는 등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드라이브를 예고하는 것으로, 일종의 ‘보수정권 적폐 청산’ 차원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문재인정부가 촛불시민 혁명으로 탄생한 것을 강조하며,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와 결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이 같은 지시 방안을 전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인권위 정례 보고’ 지시는 대통령 대면보고 빈도 등이 각 기관·부처의 위상 문제로 직결되는 대통령제의 특수성에 근거한다. 인권위의 대통령 보고가 지난 보수 정권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그 위상이 떨어지고, 각 부처에서 인권위의 권고를 사실상 무시한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는 것이다. 조 수석은 또 ‘인권위 권고 수용지수’를 기관장 평가에 포함시킬 방침임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경찰의 무차별 구금 등 인권 침해소지를 근절하라고 지시했다. 조 수석은 이와 관련해 “인권 문제 개선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필수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돈 봉투 만찬사건’을 계기로 검찰 개혁이 본격화된 가운데 인권 문제 해결 없이는 경찰의 숙원인 검경 수사권 조정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청와대에서 취임후 첫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통령 지시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라며 “잘못된 방향에 대해 한 번은 바로 잡을 수 있는 최초의 계기가 여기인데, 그때 다들 입을 닫아버리면 잘못된 지시가 나가버린다”고 독려했다. 이어 “대통령이 이 회의를 지시사항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소통하고 공유하고 결정하는 자리다. 여기서 격의 없는 토론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는 그렇게 못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검은 예산’으로 불리는 각 부처의 특수활동비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5월 현재까지 사용하지 않은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127억원 중 42%에 해당하는 53억원을 절감하는 한편, 대통령 부부의 식비를 비롯해 치약·칫솔 등 개인 비품 구매비 전액을 사비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줄이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각 부처로 하여금 특수활동비를 대폭 감축하도록 유도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뜻한다. 현금으로 지급되고 사후 영수증 처리도 하지 않는 탓에 이른바 ‘눈먼 돈’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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