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전남 보성 대한다원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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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3   |  발행일 2017-06-23 제37면   |  수정 2017-06-23
용틀임하는 골마다 초록 바람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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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월에 제일 보기 좋은 녹색바다를 연출하는 대한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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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다원 입구의 수려하고 시원한 삼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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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다원 내의 트레킹 로드 중 백미구간인 대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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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의 시선을 끄는 대한다원의 신기한 꼬불 삼나무.

삼나무 향은 원시의 바람이다. 마치 의장대처럼 도열한 삼나무 숲, 뿜어내는 목향은 바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전신을 지나가는 이 상쾌함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 것인가. 햇빛은 삼나무 무성한 잎에서 방광하고 있다. 저 신비한 빛의 자극은 나를 텅 비게 하는 현기증을 일으킨다.

1957년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 차밭
561만㎡ 중 165만㎡에 580만 茶나무
주위에 삼나무 등 방풍림 300만 그루
전망대에선 산·숲 저 너머 득량바다


◆수채화 같은 대한다원의 트레킹 로드

대한다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매표소가 나온다. ‘수채화 같은 대한다원을 사랑해 주세요’가 적힌 문을 지나고, 다시 숲길이 이어진다. 여기부터 본격적인 삼나무 숲길이다. 맑은 물소리가 들린다. 어디서 바람이 불어온다. 물과 바람은 관현악의 선율을 만든다. 삼나무 향 그윽한 바람이 빔처럼 전신을 통과한다. 그건 샤넬, 5월의 장미로 만드는 샤넬향수처럼 후각을 지나 대뇌를 마비시키는 그 황홀과 유사했다. 또는 궤도를 도는 별자리로 표현되는 샹스의 향기처럼 가련하면서 관능적인 자극은 머리에서 발까지 오르내린다. 그럭저럭 광장에 도착한다. 대한다원의 중심지다. 왼쪽으로 삼나무 숲이 이어지지만, 나는 어마어마하게 느껴지는 녹색의 물결이 손짓하는 곳, 차밭의 중앙계단으로 오른다. 대한다원은 1939년에 개원한 국내 최대의 녹차 밭이다. 1945년 8·15 광복과 6·25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다. 대한다원 장영섭 회장이 57년 일대 임야와 함께 차밭을 사서 대한다업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당시 흔적만 남아 있던 차밭과 활성산 자락, 오선봉 주변의 민둥산에 새로운 대단위 차밭을 일구었다. 아울러 차밭 주위에 삼나무, 편백, 주목, 향나무, 은행, 단풍, 밤나무, 동백, 대나무, 벚나무, 목련 등 약 300만 그루의 관상수와 방풍림을 심었다. 참으로 힘든, 꿈과 미래에 대한 갈증과 기다림으로 이겨낸 인간승리다. 수로 재어보면 170여만평(561만9천여㎡) 면적 중 약 50만평(165만2천㎡) 밭에는 현재 580여만 그루 차나무가 자라고 있고, 차밭 조성과 함께 심은 삼나무는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고, 대한다원은 우리나라 관광지의 명물로 부상하고 있다. 마치 신의 지문 같은 차밭은 연둣빛 용틀임으로 요동치는 것 같다. 또 녹차 밭은 마치 녹색의 카펫을 펼쳐놓은 것 같은 장관을 이룬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으로 유명

이곳의 경관이 특히 아름다워 영화 ‘선물’ ‘목포는 항구다’ ‘사랑 따윈 필요 없어’와 드라마 ‘여름향기’ ‘하노이의 신부’ ‘태왕 사신기’, CF ‘SK 텔레콤의 수녀와 비구니 편’ 등 많은 영화와 드라마, CF의 촬영지가 되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보성차밭’은 엄밀히 ‘대한다원’이다. 이제 이곳은 우리나라 관광객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 관광객이 방문하여 국제적인 명성까지 얻고 있다. 현대는 비만의 시대다. 비만은 영양과잉과 운동부족이 빚은 병리현상이다. 비단 몸뿐만이 아니고 개인 자의식의 비만으로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 현대인들이 치유해야 할 큰 과제가 비만이다. 그러므로 병원에 비만 클리닉까지 등장해 전문적인 치료를 하고 있다. 그런데 녹차는 음식물의 과다섭취로 인해 체내에 쌓이는 글리코겐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고,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비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운동 시에 녹차를 마시면 다이어트 효과가 배가된다. 이렇게 녹색의 천국 차밭을 트레킹하면서 이 순간만은 마음의 비만, 욕심을 버리고 녹차 밭에서 이솝의 동화나라 왕자가 되고 싶다. 마음이 수척해지고 영혼이 굶주리고 자신을 낮추는 자는 더 높아지리라. 녹차 밭은 어디까지나 영적인 것이었다. 차밭전망대로 오른다. 여기만 하더라도 대한다원의 수목림과 차밭이 잘 조망되어 한 편의 수채화를 보게 된다. 이미 져버렸지만 진달래 숲길을 지나고 마침내 바다전망대에 이른다. 사방이 우거진 숲으로 자연의 기쁨을 전해주는 그 산 숲 너머 득량 바다는 아름다운 여자의 비밀 같은 눈동자로 우리를 가련하게 건너다본다. 나는 너를 영원히 지켜보지만 너는 나를 언제까지 볼 수 있느냐 하고 득량 바다가 수화를 하는 것 같다. 내가 가지는 시간은 그만큼 짧은 것이다. 자리를 털고 이동한다. 내려가는 길도 이정표를 따라간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고, 작은 폭포와 삼나무 숲을 지나 다시 광장으로 나와 숨을 고르고, 녹차직영판매장에 들러 쇼핑을 한다.

◆대한다원의 쉼터와 숲 트레킹

녹차와 함께하는 문화 공간, ‘대한다원 쉼터’는 녹차에 관한 편의시설로 녹차 기념품, 녹차 전문 음식점, 녹차 음료점이 있다.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해 그저 놀랄 뿐이다. 녹차의 종류를 여기서 살펴본다. 먼저 우전차는 곡우 전에 채취하여 만드는 수제차로 가장 고급이다. 차의 맛과 향이 싱그럽고 그윽하다. 세작은 5월 상순 잎이 다 펴지지 않은 창(槍)과 기(旗)만을 따서 만든 차다. 차 잎 크기가 참새 혀 같다고 하여 작설차라고도 한다. 다음은 중작, 대작, 엽차가 있다. 그리고 차로만 마시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기능을 가진 녹차는 피로회복, 피부개선, 노화방지, 살균작용의 효과도 있어 미용, 식용, 냄새제거, 식중독 예방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쉼터를 뒤로 하고 나오는 길로 걸어서 우측, 주목나무 군락지로 오른다.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뒤에서 걸어오던 관광객이 휘파람을 분다. 마치 새소리 같은 맑고 아름다운 음률이다. 가요인데 ‘어디쯤 가고 있을까’다. 다른 가사는 몰라도 “그 사람은, 그 사람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는 알 수 있다. 그 사람도 그렇지만 나도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그 주목나무숲의 적막이, 마치 신의 묵주 같은 그 주목나무 숲을 걸어가면서, 나는 그 휘파람소리의 여운이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주목나무 숲을 지나 단풍나무 숲을 걷는다. 지금은 푸른 숲이지만, 가을이 되면 단풍나무 숲은 자신의 몸을 불꽃으로 활활 태워 소신공양하며 적멸로 건너가겠지. 이제 오늘의 마지막 숲이 되는 대나무 숲을 만난다. 포토 존도 있다. 언제나 봐도 가슴에 푸른 동양화로 남아있는 대나무 숲, 여기도 녹색의 물결이 넘치는 곳이고, 과거 아무 쓸모없이 생각되던 댓잎은 댓잎차가 되어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어디서 바람이 분다. 댓잎이 바람에 사각인다. 대 숲에서 그 휘파람을 닮은 소리가 들려온다. 저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 다음으로 아름다운 소리라고 한다. 과연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것일까. 그렇다면 사람은 신의 아들이라서 목소리에 감정을 담을 수 있어서 그럴까. 가슴 굽이굽이에 차 따르는 소리, 댓잎소리, 휘파람소리가 애절한 서편제가 된다. 그것은 자기 속으로 내려가 만나는 자기의 소리였다.

글=김찬일<시인·대구힐링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김석<대구힐링트레킹 사무국장>

☞ 여행정보

▶트레킹코스: 대한다원 입구 - 삼나무 길 - 광장 - 중앙전망대 - 차밭전망대 - 바다 전망대 - 팔각정 - 삼나무 숲 - 직영판매장 - 주목나무 숲 - 단풍나무 숲 - 대나무 숲 - 대한다원 입구

▶내비게이션 주소: 전남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 1287-1 대한다원

▶주위 볼거리: 율포 해수 녹차탕, 제암산 자연 휴양림,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 서재필 기념공원, 대원사, 군립 백민미술관

▶문의: 대한다원 (061)852-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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