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경북공동모금회 공동기획 ‘아너, 나눔의 사회’ .1] 상주 1·2호 박동기·최익조 대표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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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08 07:39  |  수정 2017-07-08 07:39  |  발행일 2017-07-08 제6면
“가진 것은 상주서 상위30% 수준…나눔만큼은 우리동네 1·2등”
20170708
상주 아너소사이어티 1·2호 가입자인 박동기 대성푸드 대표(왼쪽)와 최익조 파리바게뜨 상주터미널점 대표. 이들은 나눔이 부자순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과 마이크로 소프트웨어 회장인 빌 게이츠가 만든 자선단체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는 억만장자들이 회원이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일원이다. 세계적인 부자들의 세계적인 기부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성격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있었다. 경주 최부자집은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 ‘사방 백리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사회공동체적 기부를 300년간 이어갔다. 최근에 생긴 ‘아너소사이어티’ 클럽도 이와 유사하다. 아너소사이어티클럽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12월 설립한 고액 기부자 클럽이다. 1억원 이상을 5년 이내에 납부하면 정회원이 된다. 더기빙플레지와 아너소사이어티는 같은 듯 다르다. 가입 자격이 억만장자여야 하는 더기빙플레지와 달리 아너소사이어티는 기부금을 기준으로 한다. 소유보다는 나눔에 우선을 둔 것이다. 각박해져가는 현대사회에서 기부라는 새로운 길을 비추는 ‘나눔등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부자란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이라고 나온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하는 ‘부자순위’처럼 수많은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 오너나 엄청난 자산을 보유한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기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눔과 기부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본 부자는 조금 다른 그림으로 나타난다. 얼마나 가졌는가보다는 얼마나 나누는가를 ‘부’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부자순위는 많이 바뀔 것이다. 최근 상주에는 ‘기부=부자’라는 선입견을 깬 사람들이 잇따라 나타났다. 상주 1·2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에 나란히 가입한 대성푸드 박동기 대표와 파리바게뜨 상주터미널점 최익조 대표가 그들이다.


대성푸드 박동기 대표
“사고로 잃은 큰아들에게
기부로 돈 보내는 방법 생각”

파리바게뜨 최익조 대표
“체계적으로 돕고 싶어 가입
가족들 지지 얻는 것도 중요”



‘팥장수단팥빵’ 등 제과점에 재료를 납품하는 사업을 하는 박동기 대표는 젊은 시절 하루에 대여섯 가지 일을 해야 할 만큼 어려웠다. 회사에 근무하는 시간 외에도 자재 배송과 연탄배달 등 돈이 되는 일은 가리지 않았다. 우연히 시작한 제과제빵 납품업이 ‘빵장수단팥빵’을 만나 자연스레 동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박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제 겨우 밥 먹을 수 있을 만큼 벌었다.

결혼할 때 수중에 300만원뿐이었다는 최익조 대표도 남 못지않은 자수성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새벽에 나와 목욕탕 청소와 신문배달 등 출근 전에만 2~3개 일을 더 해야만 했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대형매장의 주인이 된 지금도 경차를 타고 다닐 만큼 자신에겐 구두쇠다.

이처럼 뒤돌아볼 여유 한 번 없이 열심히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이 어렵고 힘들게 모은 돈을 선뜻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박 대표는 몇 해 전 사고로 큰아들을 잃은 것이 나눔을 실천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돈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고, 죽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돈을 보내주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기부’를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아너소사이어티클럽 가입 전부터 다양한 봉사와 기부를 하고 있다. 해마다 1천만원이 넘는 물품 등을 기부해 오고 있다. 상주중앙로타리, 삼백63동기회 등에서 꾸준히 봉사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그동안 해온 기부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해보고 싶던 차에 형님(박동기 대표)이 아너소사이어티클럽에 가입했다는 기사를 보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얼마나 부자라고 생각하나”라는 다소 우문을 던지자 두 사람은 “얼마를 가지고 있나를 기준으로 하면 상주에서 상위 30% 수준밖에 안된다”면서도 “하지만 얼마나 많이 나눌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 동네 1등과 2등”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떻게 가족의 지지를 이끌어냈을까.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가족과 의논하지 않고 기부부터 했다고 한다. 1억원이 적은 액수가 아니기 때문에 혹시라도 반대하면 마음이 흔들릴 것을 걱정했단다. 기부 사실을 들은 가족은 미리 의논하지 않은 데 대해 서운해했지만 전적으로 지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주위 지인에게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라’고 권유하고 있다는 박 대표와 최 대표는 “충분히 가입할 능력이 되지만 가족이 반대해 주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족의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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