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연극과 자존감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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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2 07:59  |  수정 2017-09-05 10:44  |  발행일 2017-07-12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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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극단 에테르의 꿈 대표>

요즘 자존감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경제 급성장과 급격하게 불어닥친 정보화의 물결로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살기 위해 스스로를 돌볼 시간 없이 바쁘게만 살아왔다. 정작 어느 정도 밥을 굶지 않을 때가 되면서 그제서야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에 대한 중요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한 설문조사에서 자존감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높으면서도 스스로 자존감이 가장 낮다고 생각하는 연령층이 20대들로 나타났다. 그 이유를 추측해보면, 중고등학교 시절 스스로의 선택과 의지가 아닌 오로지 대학 진학과 진로에만 초점이 맞춰진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정작 선택 위주의 교과인 대학에 입학하면 자신이 뭘 원하는 것인지 몰라 갈팡질팡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대 젊은이들은 그렇게 모두가 많이 배우는 것, 그냥 점수 잘 주는 것만 선택해 배우다 부랴부랴 졸업해 사회에 놓여지게 된다. 또 자원이 없어 인적자원과 능력이 중시되는 이 작은 나라의 현실과도 직면한다. 그렇게 대학만 바라보게 만들고, 그렇게 능력만 키우게 만들고, 그렇게 스스로를 잃어가게 만드는 것이다.

연극은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좋은 수단이었다. 무엇보다 표현에 대한 스스로의 선택과 부끄러움을 이기고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웅변도 좋은 수단이지만, 직접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있게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연극에 비해 부담이 많이 있다. 반면 연극은 배역과 대사가 이미 주어지고, 이야기라는 장치가 표현하는 이를 흥미롭게 만든다. 연극의 3요소인 무대·관객·배우 중 무대와 관객 정도만 충족시켜줘도 누구든 쉽게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어릴 적 학교나 종교단체에서 많이 경험해왔기에 연극은 더욱 가깝게 느끼게 된다. 아쉬운 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모든 교육은 대학 입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모두 앞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 자체를 상실하게 된다. 참으로 이상한 일 아닌가? 그렇기에 중·고등 교육에서 연극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자존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연극과 공연예술의 영광이 다시 찾아오도록 만들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 일반인들의 자존감 향상과 연극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계발하는데 여러 연극 단체와 연극인들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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