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온종일 소음…폭염에 창문도 못 열어요”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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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5 07:27  |  수정 2017-07-15 07:27  |  발행일 2017-07-15 제8면
청도 매전면 덕산리 사촌마을
3년전 건축자재물류센터 입주
소음·분진·폐수 등 주민 고통
업체 “허가 당시 규정 없었다”
“물류센터 온종일 소음…폭염에 창문도 못 열어요”
가설자재물류센터에 방음벽이나 분진막 시설이 없어 인근 마을 주민들이 소음과 먼지 등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청도] “날씨가 너무 더워 새벽 일찍 농사짓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좀 쉬어야 하는데 물류센터 소음 때문에 불쾌지수만 올라갑니다. 시끄러운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아무리 더워도 창문도 못 열고 있어요.”

지난 11일 기자가 찾아간 청도군 매전면 덕산리 사촌마을 주민들은 한동안 하소연을 쏟아냈다. 조용하던 마을이 소음과 분진, 폐수로 고통을 받게 된 것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에 건축가설자재 물류센터가 들어서면서 마을하천 오염 등 각종 재난이 시작됐다. 마을주민들은 물류센터를 수차례 방문해 개선책을 요구하며 항의했지만 별다른 조치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취재 중에도 물류센터에서 가설자재를 교정하는 작업과정에서 나오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마을 주민 A씨(76)와 B씨(68)는 “마을에는 대부분 나이 많은 노인이 살고 있는데 아침부터 오후까지 하루 종일 울리는 기계 소리로 시끄럽다. 특히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마을 위쪽에 위치한 물류센터에서 흘러나오는 시커멓고 탁한 물이 고스란히 하천으로 흘러들어 오염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류센터와 도랑을 두고 맞붙어 있는 인근 식품제조업체도 피해를 하소연하긴 마찬가지다. 11년 전부터 이 마을에서 식품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하루 종일 울리는 물류센터의 자극적인 요란한 기계 소음때문에 공장 가동이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특히 가장 청결해야할 식품제조공장 외부가 물류센터에서 날아오는 각종 분진 때문에 시커멓게 변했다. 외부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조마조마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들이 소음과 분진 등 각종 오염원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물류센터는 영남권을 대상으로 건축현장에 가설자재를 임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공사현장에서 사용되고 되돌아오는 가설자재에 붙어 있는 시멘트를 털어내고 비뚤어진 가설자재를 교정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된다. 분진막과 방음벽이 설치되지 않은 채 작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분진 등이 고스란히 마을로 날아가고 있다.

이에 대해 물류센터 관계자는 “물류센터 허가 당시 분진방지시설과 방음막 등은 설치규정이 없기 때문에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마을 하천오염을 막기 위해 시멘트 분진 등이 섞인 오·폐수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비점오염저감처리시설을 표준치보다 보강해 지난달부터 가동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관리감독을 담당해야 할 청도군도 단속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청도군 환경과 관계자는 “물류센터가 공장소음이나 교통소음 대상업체라면 단속대상이지만 생활소음 대상업체이기 때문에 마땅히 강제할 규정이 없다”며 “현장점검도 수차례 펼쳤지만 소음·분진·폐수 등이 기준치를 넘지 않아 현실적으로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장기간 노출로 인해 피해가 지속되면 환경분쟁조정위에 피해자가 제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박성우기자 parksw@yeongnam.com

“물류센터 온종일 소음…폭염에 창문도 못 열어요”
식품제조공장 대표가 인근 가설자재물류센터에서 날아온 시멘트 분진 때문에 시커멓게 변색된 공장 외부를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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