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대신 ‘문화’ 를 찧어내는 소도시 정미소

  • 장석원
  • |
  • 입력 2017-07-19 07:11  |  수정 2017-07-19 08:33  |  발행일 2017-07-19 제2면
예천복합문화공간 情미소 화제
情·미소 묻어나는 장소 탈바꿈
그림·사진 두번째 전시도 진행

최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복합문화공간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지만 ‘문화’라는 단어가 익숙지 않은 시·군 단위 기초단체에는 아직 먼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농촌마을 곳곳에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춘 옛날 정미소(精米所)가 그림과 책이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자동화·현대화된 미곡종합처리장에 자리를 내준 정미소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해 농촌의 문화갈증을 달래고 있는 것이다.


예천군 예천읍 대심리의 정미소는 과거 벼를 찧어내던 ‘精米所’가 아니라 정(情)과 미소가 넘치는 문화복합공간 ‘情미소’다. 서수원 대심情(정)미소 대표(53)는 “한때 우리네 밥상을 책임진 것은 물론 마을 대소사를 논의하던 공간이 시대가 변하면서 기능이 크게 약화돼 안타까웠다. 그러던 중 주민들이 문화를 접하고 이야기를 꽃피우는 사랑방으로 바꿔 보자는 데 생각이 닿았다”며 情미소 탄생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미소’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의 ‘精米所’는 흰 쌀밥을 지을 수 있는 벼를 찧어냈다. 흰 쌀밥은 허기진 시절 굶주림을 채워 주는 상징이었다. 반면 ‘情미소’는 정과 미소가 묻어나는 공간으로 문화적 굶주림을 채워주는 존재다. 사진이나 그림을 보며 함께 이야기하고 정을 느껴보자는 서 대표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심정미소’의 첫 전시회는 지난달 7일 열렸고 지금은 두 번째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서 대표는 예천읍내 허물어져가던 작은 정미소가 대도시 못지않은 문화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는 “쇠락의 길을 걷던 대구의 방천시장도 예술인과 기초단체가 하나 되어 ‘김광석 거리’라는 살아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지 않았느냐”면서 “이곳도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예천=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장석원 기자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와 다양한 영상·사진 등 제보 부탁드립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