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음악이 있는 날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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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0 07:42  |  수정 2017-09-05 11:49  |  발행일 2017-07-20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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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미국 유학 시절, 한국에 ‘문화가 있는 날’이라는 제도가 생겼다는 소식을 접하고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4년 1월부터 국민이 일상에서 보다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다양한 문화혜택을 제공하는 사업이었다. ‘문화가 있는 날’에는 영화관을 비롯한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 전국의 주요 문화시설을 할인 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클래식 음악 공연장에서도 이 취지에 맞춰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 필자 역시 2014년 9월 ‘문화가 있는 날’에 초청되어 대구 북구어울아트센터에서 실내악 연주를 하였다. 국내 하우스 콘서트의 창시자 박창수 선생님의 ‘더하우스콘서트 프로젝트’로 열린 공연이었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무는 ‘하우스 콘서트’의 특성상 관객들이 객석이 아닌 무대 위에 방석을 깔고 앉아 음악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청중과 1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연주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신기한 원동력이 되었다. 관객 또한 음악뿐만 아니라 연주자들의 작은 손짓, 표정 하나하나, 소리의 진동까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연주 내내 숨죽이며 집중하는 청중의 진지함에 오히려 우리 연주자들이 감동을 받았던 추억이 떠오른다.

이제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문구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아직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클래식의 대중화’와 ‘대중의 클래식화’ 중 무엇이 먼저인지 논하기보다는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추어 대중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야말로 ‘문화가 있는 날’이 만들어진 취지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 해설이 있는 음악회, 정오 음악회, 찾아가는 음악회, 마티네 콘서트, 테마 콘서트, 클래식 음악 아카데미 등이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삶에 있어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한 것처럼 많은 사람이 클래식 음악을 단숨에 즐기지는 못할지라도 알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바로 연주자들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면 우리의 일상이 보다 여유롭고 풍요롭게 변화되지 않을까. 비단 클래식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장르의 음악이 또는 문화예술이 점차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7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공연장을 찾아가서 나만의 소박한 사치 ‘음악이 있는 날’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송효정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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