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癌 고치려 시작한 아로니아 농사…농약·비료 쓰면 안되죠”

  • 글·사진=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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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9   |  발행일 2017-08-09 제13면   |  수정 2017-08-09
포항 죽장면 농부 황정용씨
1만4천800㎡에 3천300그루
손 많이 가는 자연농법 고집
“지금보다 넓은 땅에 농사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파”
“어머니 癌 고치려 시작한 아로니아 농사…농약·비료 쓰면 안되죠”

영천시와 포항시, 청송군 접경에 위치한 보현산(해발 1천126m)과 면봉산(1천120m) 사이에 있는 포항시 북구 죽장면 하늘 아래 첫 동네 두마리. 해발 600m 청정 고랭지인 이곳에 범산가 아로니아 농원이 있다. 황무지를 일궈 아로니아 자연 재배에 성공한 농부 황정용씨(51·사진)는 고혈압과 당뇨로 고생하시던 어머니가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항암에 좋은 아로니아 농사를 지으면서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2012년 아로니아 1천800그루를 심었다. 늦은 밤까지 헤드 랜턴을 켜고 정신없이 나무를 심었고 낮에는 뙤약볕 아래 구슬땀을 흘렸다. 마지막 식재를 하던 그해 12월10일. 첫눈이 내리자 만감이 교차한 그는 밭둑에서 하늘을 보며 펑펑 울었다. 그리고 2014년 첫 열매를 수확했을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과 희열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황씨가 자연농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분명하고 확고하다. 아로니아는 건강을 위해 복용하기 때문에 농약과 비료 없이 재배해서 판매하는 것이 농업인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자연농법은 말은 쉽지만 농사를 짓는 데 많은 노동력과 정성을 필요로 하므로 노력과 고통이 따른다고 했다.

황씨가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했을 때 동네 어르신들이 미련스럽게 농사를 짓는다고 염려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먹거리는 정직하게 생산해서 가격이 조금 더 비싸도 소비자가 믿고 먹고 건강한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 농업인의 사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은 여전히 과제다. 자연재배는 힘들게 노력을 기울인 에 비해 경제성이 낮다. 황씨는 거의 혼자 일을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자신이 흘린 땀으로 많은 사람이 아로니아를 먹고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시작은 어머니를 위한 농장이었지만 어머니처럼 투병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아로니아를 생산하기 위해 여전히 땅에 사랑과 정성을 다한다고 했다.

요즘 아로니아 수확기를 맞아 1만4천800㎡ 농원에 있는 3천300그루에는 열매가 탐스럽게 익어 자연재배 아로니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가뭄으로 아로니아 작황이 예년보다 못하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한다. “농민은 가물어도 걱정, 비가 많이 와도 걱정”이라며 늘 근심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했다.

황씨는 직장생활 때보다 몸은 힘들지만, 자연과 생활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니 정신적으로는 더 풍요롭고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암으로 힘들어하던 어머니는 수년간 아로니아를 꾸준히 먹으면서 병원의 정기 검사를 받은 결과 2016년에 완치 판정을 받았고,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당뇨와 혈압도 정상이 됐다. 황씨가 공무원을 그만두고 농사짓겠다고 했을 때는 속이 많이 상했다는 어머니는 “손에 흙 한번 묻혀 본 적이 없는 아들이 이만큼 이뤄 놓았으니 대견하고, 본인도 행복한 것 같아 기쁘다. 나 또한 아들 덕에 몸이 낫고 공기 좋은 곳에서 사니까 더없이 좋다”면서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금보다 더 넓은 땅에 아로니아를 많이 재배해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먹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황씨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불볕더위 속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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