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균 원장의 건강 챙기기] 산후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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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2 07:53  |  수정 2017-08-22 07:53  |  발행일 2017-08-22 제21면
“산후 온몸 쑤시고 시큰…차고 비위약한 소음인에 발병 많아”
“찬바람 노출·무리한 관절운동 위험
어혈 풀고 기혈 보충…노폐물 제거
출산직후 조리약 복용하는게 도움
열 많은 양인은 소음인 약재 주의”
[김한균 원장의 건강 챙기기] 산후풍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녀를 출산한 후 산모들은 하나같이 산후풍을 걱정한다. ‘산후풍’이란 민간속어로 출산이나 유산 후 조섭을 제대로 하지 못해 얻은 각종 증상 집합군을 총칭한다. 화병처럼 문화적 특수성이 반영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출산후부터 손목, 발목 관절이 시리고 허리, 어깨가 쑤시고 아프다고 호소하는 산모가 많다. 산후풍은 서양의학에서는 분류되지 않는 한의학만의 독자적인 질병 분류다.

산후풍은 산후신통(産後身痛), 산후통풍(産後痛風)이라고도 지칭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다 학문적인 범주에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산후질환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리하고 있다. 새롭게 정의된 산후풍이란 산후편신동통과 전신증상 및 정신신경계증상을 모두 포함하거나 일부를 포함하는 용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발생 원인은 분만 후 기혈이 많이 손상된 상태에 산모가 조리를 제대로 못해 관절, 경락과 기육(肌肉) 사이에 풍한의 사기와 함께 어혈(瘀血) 등이 머물러 막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랜 기간 쌓여 흩어지지 않게 되기에 불통즉통(不通卽痛)으로 통증을 유발한다. 여성의 몸은 10달 간의 임신으로 크게 바뀌며, 출산 후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겪는다. 자궁이 열리고 골반의 구조가 바뀌고 호르몬의 영향으로 관절 마디마디가 늘어난다. 분만 직후엔 많은 체액과 혈액이 손실되어 기혈이 쇠진하고 모든 관절과 근육도 일시적으로 무른 상태가 된다. 이때에 산모가 산후관리를 잘못해 찬바람을 쐬거나 찬물에 샤워를 하거나 하면 몸속으로 들어온 차가운 기운이 경락의 흐름을 방해해 팔다리가 쑤시고 시큰거리는 산후풍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산후풍의 성질은 ‘풍한’, 즉 차가운 바람이기에 겨울철 춥고 바람이 부는 날씨에 노출될 때 더 위험하다.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머리를 감는 등의 행위도 좋지 않은 몸을 상하게 한다. 또한 기혈이 많이 손상된 극도의 허약상태이므로 무리한 관절운동 및 신체 사용을 할 때에도 사기 침투에 의해 산후풍이 걸릴 위험이 높다.

따라서 산후조리는 여성의 평생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가 된다. 출산 후에는 어혈(瘀血: 탁한 피의 개념)과 담음(痰飮: 탁한 물의 개념)이 완전히 빠지지 않아 생기는 하복통, 회음부의 절개나 제왕절개 부위의 통증, 상처부위의 감염으로 인한 산욕열과 젖몸살, 빈혈, 시리거나 저린 산후풍, 소화불량 등 여러 가지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치료하려면 적절한 산후조리약이 필요한데 산모들은 언제부터 한약을 먹는 게 좋은지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산후조리약은 출산 직후부터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어혈을 풀고 난 후에 허한 곳을 보하는 것이다. 어혈이 뭉쳐있는 것을 풀어주면서 자궁의 수축을 도와주고 출산으로 인한 쇠진한 기혈을 보충해주어 임신 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해 주는 것이 산후병의 치료목표다.

생화탕은 자궁을 수축시켜 오로(분만 후에 나타나는 질 분비물) 배출과 어혈제거에 탁월하다. 보궁탕은 자궁내막과 난관 등의 생식기계 회복을 도우며 떨어진 기혈회복을 증강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임신 및 출산 후 흐트러진 호르몬 분비는 이후 배란장애 혹은 생리량 감소 등의 다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생화탕과 보궁탕을 적절한 시기에 복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 필요에 따라 어혈을 제거해 주는 약재를 가미하여 기혈을 보함과 동시에 신체에 쌓인 노폐물을 빼는 치료도 실시하게 된다. 출산 후에 허약해진 산모의 몸을 조금 더 빠르게 회복시키고 산후풍을 막기 위해 알려진 처방으로는 보중익기탕, 보허탕 등의 기력을 보하는 처방도 있다. 또 십전대보탕, 쌍화탕, 팔물탕과 같이 기력과 혈을 동시에 보하는 처방들도 있다.

혹여나 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산후풍의 증후가 생긴 산모라면 체력을 보하는 처방에 관절의 풍한사(風寒邪)와 어혈을 제거하며 관절의 염증을 소염시키는 약재들을 가미하여 사용해야 한다.

산후풍은 체질적으로 몸이 찬 체질인 음인(陰人)이 양인(陽人)보다 더 많이 발생하며, 특히 몸이 차고 비위 기능이 약한 소음인에게 많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체질적으로 신(腎)이 허약하여 생식기계와 관절이 약한 소양인 중에서도 산후풍이 발생하는 빈도가 적지 않다. 소음인의 경우에는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기력을 증진시키는 인삼과 같은 소음인 전용 약재를 쓰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열이 많은 양인들에게 이러한 소음인 약재를 무분별하게 쓰게 되면 아예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산후풍의 치료에 있어서 한의사에게 정확한 맞춤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만 부작용없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산후풍 예방 수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너무 춥거나 더우면 안 좋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고 체온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올라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력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는 가벼운 걷기부터 단계적으로 서서히 활동량을 늘리고 너무 과격한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음식은 적당히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 영양가가 높고 소화하기 쉬운 음식으로 섭취하며, 특별히 자극적인 음식이나 너무 기름진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청산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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