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누비는 ‘사랑의 밥차’ 무더위도 못 막는 봉사 열정 빛나

  • 박태칠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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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3   |  발행일 2017-08-23 제13면   |  수정 2017-08-23
■ 밥동이 봉사단
매주 장소 옮겨서 무료 급식
재난지역·영농철 급식지원도
8월엔 밥차 대신 생수 봉사
“내년 기업銀 후원 끝나 걱정”
대구 동구 누비는 ‘사랑의 밥차’ 무더위도 못 막는 봉사 열정 빛나
‘밥 차와 동행하는 이들’, 일명 ‘밥동이’ 봉사단원들이 대구시 동구 샛터공원에서 급식을 준비하고 있다.

“그럼 다음 주에는 봉사활동이 없는가요?” 회원 한 사람이 섭섭한 얼굴로 질문을 하자, 이종수 회장(60)은 “예, 계속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생수봉사 활동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라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15명의 봉사자들은 뭔가 아쉬운 듯 쉽게 일어서지 못하며 미적미적거렸다.

지난 14일 오전 11시 ‘밥동이’ 봉사자들의 월례회의 풍경이다. 얼핏 보기에도 연로한 봉사자가 대부분인 이들은 2013년 5월부터 대구동구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는 ‘참! 좋은 사랑의 밥 차’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밥동이’라는 이름은 ‘밥차와 동행하는 이들’의 줄임말로, 매주 장소를 옮겨다니며 동구지역에서 무료급식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그동안 200여차례에 걸쳐 7만2천여명에게 무료급식을 실시했다.

재난상황이나 영농철이면 외지로 나가 봉사활동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성주 금수문화공원에서 급식활동에 나선 것을 비롯해 매년 2∼3차례 재난재해 지역이나 영농철 급식지원을 하고 있다. 대구시 자원봉사 박람회에도 빠짐없이 참가한다.

이들의 활동은 비단 무료급식 활동뿐만 아니다. 혹서기인 8월 한 달은 밥차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동구청 앞에서 생수나눠주기 봉사를 한다. 이들이 하루 나눠 주는 양은 대구시에서 제공하는 ‘달구벌 맑은 물’ 500㎖짜리 400병이다. 행인뿐만 아니라 멈춰선 버스에도 올라가 기사와 승객들에게 물병을 나눠준다. 입소문이 나다 보니 택시기사들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

무더위도 막지 못하는 봉사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이들에게 걱정이 하나 생겼다. 밥차를 후원하던 기업은행이 당초 5년간 후원을 약속해 5년째인 내년 이후가 큰 걱정거리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후원이 끊긴다면 ‘천원 밥집’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 올들어 미리 빈집을 물색해 봤지만 임차료가 만만찮았다. “밥을 줘야 달동네 사람들이 살텐데…”라는 한 회원의 넋두리에 모두가 마음이 무겁다.

그들은 알고 있다. 독거노인뿐만 아니라 달동네 어르신들이 점심 한 끼만 바깥에서 해결해도 그날 며느리가 마음 놓고 일을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글·사진=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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