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미의 브랜드스토리] 발렌티노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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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2   |  발행일 2017-09-22 제40면   |  수정 2017-09-22
트렌디함을 더한 클래식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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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티노에서 선보인 화이트 의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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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설립자인 발렌티노 가라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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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티노의 2017 AW 컬렉션 의상.

가을과 잘 어울리는 슈즈라고 하면 클래식함과 모던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발렌티노(Valentino)’의 락스터드 슈즈가 떠오른다. 이 락스터드 슈즈는 2010년 FW 컬렉션에서 처음 소개된 후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현재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발렌티노의 대표 상품이자 스테디셀러이다. 이탈리아 장인의 수작업으로 완성되는 이 신발은 포멀한 의상에도 캐주얼한 의상에도 시크한 포인트 아이템으로 잘 어울리는 것이 장점이다. 이 락스터드 슈즈에 활용된 피라미드 형태의 스터드 디테일은 락스터드 슈즈의 인기에 힘입어 이를 활용한 가방이 출시되는 등 발렌티노의 클래식 라인으로 자리 잡아 다양한 아이템에 활용되어 매 시즌 선보여지고 있다.

2010년 FW 첫선 락스터드 장식 슈즈
시크한 포인트 아이템으로 스테디셀러
매 시즌 가방 등 다양한 아이템에 활용

68년 재클린의 투피스 미니 웨딩드레스
화이트 컬렉션으로 패션계에 큰 반향
브랜드 상징 V자 로고 사용도 이때부터
‘발렌티노 레드 드레스’ 역시 시그니처


현재 액세서리로 많은 사랑을 받는 발렌티노이지만, 발렌티노 스타일이라고 하면 섬세하면서도 우아하고 화려한 쿠튀르 드레스로 대표할 수 있다. 전통에서 아름다움을 찾아온 발렌티노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고급문화를 아울러 한층 더 아름답고 화려하게 발전시켜왔다.

발렌티노의 설립자인 발렌티노 가라바니는 1932년 이탈리아 롬바드디아주 보게라에서 전기부품상의 아들로 태어나 17세에 다니던 학교를 중퇴하고, 그의 패션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눈여겨본 부모님의 도움으로 파리로 건너가 패션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였다. ‘에콜 데 보자르’와 ‘파리 오트쿠튀르 조합’에서 수학한 그는 공부를 마친 후 1951년부터 5년간 장 드세에서 견습 생활을 하며 패션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익혔고, 이후 2년간 기 라로쉬에서 보조 디자이너로서 활동하며 경력을 쌓아나갔다. 58년 독립을 결심한 발렌티노는 이탈리아로 돌아와 로마에서 발렌티노 쿠튀르 상점을 열어 일상용과 예장용 바지 슈트를 선보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62년 피렌체 팔라초 피티에서 첫 국제 컬렉션을 개최한 그는 60년대 중반 이탈리아 쿠튀르의 간판 디자이너로 자리 잡으며 이탈리아 모드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해지는 데 일조하였다.

그가 68년 발표한 화이트 컬렉션은 패션계를 놀라게 하며 그를 글로벌한 디자이너로 발돋움하게 하였다. 이 컬렉션부터 발렌티노의 상징인 V자 로고를 사용하기 시작하여 주머니나 라펠에 그 로고를 사용하였다. 이 컬렉션은 짧은 기장의 스커트와 타이츠 등 모던한 디자인이 주를 이루었는데, 주목할 만한 점은 색채의 사용이었다. 화이트 컬렉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옷의 컬러는 흰색을 기본으로 한 미색, 상아색, 바닐라색 등 흰색에 가까운 색들로 이루어졌고, 완벽한 재단과 딱 떨어지는 미려한 디자인들로 여성적이면서 우아한 느낌의 컬렉션을 완성하였다.

그는 화이트 컬렉션 외 또 하나의 화이트 의상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결혼식 의상으로 주목받았다. 물결 모양 레이스 상의와 미니플리츠스커트로 이루어진 이 투피스는 차이나 칼라의 여유 있는 실루엣과 긴 소매의 재킷 디자인이 품위 있고 우아한 인상을 줌과 동시에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기장의 스커트가 젊은 나이의 그녀에게 어울리는 경쾌함을 선사하며 그녀를 빛내주었다.

발렌티노에 있어 중요한 또 하나의 색채는 바로 레드이다. 발렌티노가 스페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이 레드 컬러는 강렬한 진홍색에 주홍빛이 살짝 감도는 색으로 그가 컬렉션에서 자주 사용하여 ‘발렌티노 레드’라고 명명되었다. 이 컬러는 오랫동안 발렌티노가 즐겨 사용하였는데 그가 추구한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컬러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컬렉션은 정교한 자수와 비즈 공예, 화려한 레이스, 입체 재단으로 만들어진 유려한 곡선미에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감성의 이 레드 컬러가 더해져 더욱 빛을 발하는 디자인을 가능하게 하였다.

통상적으로 레드 카펫에서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발렌티노의 레드 드레스를 입고 각종 영화제나 시상식의 레드 카펫에 등장하는 스타들이 늘었다. 발렌티노는 2008년 그가 디자이너로서 은퇴하는 마지막 컬렉션의 피날레로 레드 드레스 라인을 구성하여 마무리할 만큼 이 빨간색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섬세하면서도 복잡한 많은 디테일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하나로 아우르고 통일감 있는 강렬한 인상으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그가 가진 재능이었다.

70년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그는 80년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는 등의 사회 변화로 인한 여성들의 파워드레싱 룩의 유행과 함께 디자이너로서 전성기를 맞았다. 젯셋족이었던 발렌티노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삶을 영위하며 그러한 고급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그의 의상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그는 매스컴에 등장하는 것을 즐기며, 2006년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에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그의 드레스가 엘리자베스 테일러, 오드리 헵번, 소피아 로렌, 줄리아 로버츠 등 당대 최고 배우들의 사랑을 받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골든 글로브 시상식, 칸 영화제 같은 권위 있는 행사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면서, 그는 유명 여자 배우들을 에스코트하며 레드 카펫에서 카메라 세례를 받는 것을 즐겼다.

“나는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던 발렌티노는 여성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일관된 스타일로 이탈리아적 쿠튀르의 자존심을 지키며 명성을 이어나갔다. 쿠튀르 산업의 기여도를 인정받아 2006년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기사 작위를 받기도 하였다.

이탈리아의 풍부한 감성과 고급 소재의 사용, 프랑스 쿠튀르의 섬세한 기술을 결합한 디자인으로 프랑스의 피에르 발멩과 견주어지는 발렌티노는 전통을 바탕으로 한 아름다움에 자기만의 패션 철학을 더해 옛것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발전시켰다는 것에 있어 그 누구보다 훌륭한 쿠튀리에라고 할 수 있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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