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한글배달교실 학생들 영화관람…92세 할머니도 “와∼”

  • 이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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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0 07:45  |  수정 2017-10-20 07:45  |  발행일 2017-10-20 제8면
노래교실서 트로트 배우고
도청신청사로 소풍도 떠나
안동 한글배달교실 학생들 영화관람…92세 할머니도 “와∼”
한글배달교실 늦깎이 학생 등 시골 어르신들이 영화 관람을 위해 영화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안동시 제공>

[안동] 92세 늦깎이 학생 김차남 할머니에게 19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시골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먹고사느라 정신이 없다는 이유로 평생 쳐다보지도 않았던 영화관 문을 이날 처음으로 들어선 것.

위안부 할머니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관람한 김 할머니는 자신과 같은 시기에 살았던 여인의 아픈 상처에 눈물을 흘렸다. 김 할머니는 “난생 처음 영화를 보러 간다는 말에 매일매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어젯밤에는 기분이 들떠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면서 “눈앞에서 보이는 영화 화면이 진짜 같았다”고 말했다.

안동시와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관리단(단장 김익동)은 이날 한글배달교실의 늦깎이 학생을 비롯해 지역내 시골 어르신 200여명을 대상으로 영화관람 행사를 가졌다. 대부분 영화관을 처음 가본다는 어르신들은 마치 초등학교에 입학해 첫 소풍을 가는 학생처럼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영화 관람을 마친 어르신들은 가수 신동의 노래교실에서 신나게 트로트를 배웠다. 오후에는 지난해 신도시에 둥지를 틀고 지역 관광명소가 된 경북도청 신청사로 가을소풍도 떠났다. 신청사를 둘러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등 영락없는 소풍 나온 초등생의 모습이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글배달교실 늦깎이 학생들은 얼굴에 한가득 웃음꽃을 머금고 “요즘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한글교실에서 평생 배워보지 못한 한글과 함께 그림도 그리고 노래를 배우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두영기자 vic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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