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풍부한 재능 초라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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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8 07:54  |  수정 2017-11-08 07:54  |  발행일 2017-11-08 제25면
[문화산책] 풍부한 재능 초라한 인식

대구에 내려와서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후로 여러 창구를 통해 대구 음악계 여러 부문을 기웃거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에 꽤나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장 처음에 느꼈던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대구에는 놀랄 만큼 많은 능력과 재능들이 존재한다는 것. 거의 모든 인력이 집중되는 서울에 양적으로 비할 바는 아니지만, 비율면에서는 오히려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수의 뛰어난 음악인들이 각 분야에 존재하더군요. 제가 몸담은 밴드계에도 타지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마저 놀랄 만큼 뛰어난 연주자들이 존재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국악계에도 굉장한 음악인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재능들을 알게 된 놀라움보다 더 큰 놀라움은 그 재능들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음악인들 간에도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았고, 그 음악인들이 결국 세상에 드러나지 못하고 음악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풍부한 재능들이 교류되고 소통되어 꽃피워 드러날 수 있는 자기인식과 그를 위한 네트워킹의 부재였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 비단 음악계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중앙에 모든 것이 집중된 역사적·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특히나 지역의 보수적인 특성 속에서 우리 대구 사람들은 ‘우리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 같아요. 우리 안의 재능을 가치있게 보지 못하는, 아니 아예 우리 안에 이러한 재능들이 존재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못하고 있다 해도 그 가치가 우리 안에서 꽃피워질 것이라고 믿지 않는 느낌. 성인이 되어서 다시 절감하게 된 대구와 대구 음악계의 상황은 그러했습니다.

점점 더 여건은 좋아지고 있고, 특히 몇 년간 음악인들 사이의 음악 내·외적 교류는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음악인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 또한 아주 조금은 나아지고 있지만 답답한 현실 또한 여전히 존재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조금씩 인정받고 있는 지역 음악계 후배들이 ‘너 왜 힘들게 음악 해?’란 말 다음으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넌(너흰) 서울 안 가?’ 서울 분들에게, 아니 다른 지역 분들에게 이 얘기를 듣는다고 해도 대구 분들에게 듣는 것만큼 속상하진 않더군요.

지역의 재능을 발견해내지 못하는 현실, 그나마 발견한 재능마저도 ‘지역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현실,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까요. 저를 포함한 많은 지역 음악인들은 ‘대구 음악’이 하고 싶습니다. 정연우<밴드 레미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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