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합창합시다 Ⅱ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11-09 07:44  |  수정 2017-11-09 07:44  |  발행일 2017-11-09 제23면
[문화산책] 합창합시다 Ⅱ
심은숙 <대구시립합창단 부지휘자>

요즘은 예전에 비해 커피나 차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문 카페나 찻집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커피 블렌딩이 어떻다’ ‘차 블렌딩이 어떻다’라는 말들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커피 블렌딩의 사전적 의미는 ‘커피의 다양한 맛을 내기 위하여 특성이 서로 다른 2가지 이상의 원료를 뒤섞어서 한데 합하는 일’이다. 혼합한다는 의미에서는 믹스와 비슷하지만 믹스는 그저 한데 섞는 것을, 블렌딩은 혼합하되 결과물이 더욱 창의적이고 더 좋아지는 것을 추구한다. 즉 쓴맛, 단맛 혹은 쌉쌀한 맛 등 새롭고 독창적인 맛을 내기 위하여 적당한 비율로 섞되 이전보다 맛과 향을 더 조화롭게 하는 것이다.

합창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노래하는 ‘다 함께’라는 특성 때문에 수 세기 전부터 오늘날까지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많은 음악 인구를 확보하고 있는 장르이다. 여성만 하는 여성 합창, 남성만 하는 남성 합창, 그리고 혼성 합창, 하나의 성부로만 부르는 합창부터 많게는 16성부 등에 이르는 합창, 무반주 합창에서 오케스트라 반주 합창까지 아주 다양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는 것도 긴 역사 속에 꾸준히 발전해 온 결과라 생각한다.

이렇게 여러 명이 함께 노래하는 합창에서는 개인적인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 소리만 튀어나오거나 이탈음이 생겨서는 안 된다. 합창 블렌딩이 잘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블렌딩이 잘 된 조화로운 합창을 만들기 위하여 특히 중요한 것은 지휘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단원들 간에 서로의 소리를 들어가며 그 합창단 고유의 빛깔을 함께 찾아 나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합창은 인성(人聲)으로 하는 집단적 음악행위라서 ‘나’를 드러내지 않고 ‘우리’를 위한 소리 밸런스를 맞추어 나가도록 노력하는 가운데 최상의 하모니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잘 블렌딩 된 커피가 바리스타의 오랜 연구 끝에 원래 가진 개성은 줄어들고 각각의 맛과 향이 보완되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듯이,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모아진 소리의 밸런스는 향기롭고 아름답게 블렌딩 된 합창 사운드로 재탄생되어 많은 이의 사랑을 받게 된다.

잘 블렌딩 된 커피가 깊은 맛과 향을 가지고 더 잘 어울리듯이 세대와 세대, 지역과 지역, 나라와 나라, 이념과 이념 사이에 생긴 커다란 골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윤기 있는 소리 언어가 이 사회에 잔잔하지만 끊임없이 울려 퍼지길 바란다. 그래서 ‘블렌딩은 예술이다’라고 한 것 아닐까.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