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첫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 건립

  • 입력 2017-12-13 00:00  |  수정 2017-12-13
“희생자 기억하자” 글귀 적혀
정부가 주도…日 “극히 유감”
필리핀 첫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 건립
지난 8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세워진 높이 약 3m에 이르는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 연합뉴스

필리핀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동상이 세워졌다. 일본 정부는 즉각 양국 관계를 해칠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12일 신화통신과 NHK에 따르면 필리핀 국가역사위원회는 지난 8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있는 마닐라만의 산책로에서 높이 3m의 위안부 여성 동상을 제막했다. 이 동상은 필리핀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이 눈가리개를 하고 비탄에 젖은 모습을 형상화했다.

동상 밑에는 “이 기념물은 1942∼1945년 일제 강점기 성폭력에 희생된 필리핀 여성을 기억하는 것"이라며 “그들이 밖으로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글이 쓰여있다. 국가역사위원회는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단체와 함께 이 동상을 제작했다.

레네 에스칼란테 국가역사위원장은 “위안부 여성은 2차 대전의 어두운 일면으로, 많은 사람이 이를 알지 못한다"며 “이 기념물의 궁극적 목적은 다음 세대에서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은 일본 군인들에게 성폭행당한 수천 명의 필리핀 여성에게 괴로운 기억을 남겼다"며 “전시 성 노예 문제는 민감한 사안으로, 피해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이 겪은 모진 사연을 말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현지 위안부 피해자단체인 ‘릴라 필리피나’의 레칠다 엑스트레마두라 사무총장은 “우리의 목적은 위안부 여성의 역경에 대한 필리핀 국민의 인식을 제고해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의 관심을 당부했다. 릴라 필리피나의 초기 회원은 174명이었으나 고령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지금은 수십 명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대전의 전쟁터였던 필리핀에서는 1990년대에 옛 일본군 위안부 노릇을 했다는 여성들이 스스로 위안부로 일한 사실을 증언하고 나서 당시 무라야마 내각때 발족한 ‘아시아 여성기금’이 보상금을 지급했으나 일부는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다. 필리핀에 위안부 기림비가 설치되기는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12일 “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필리핀을 포함해)해외에서의 위안부상 설치에 대해 극히 유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경위를 포함해 필리핀 정부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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