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는 공부하지 않았다” 숨통 트이는‘직관과 단숨의 필획’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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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3   |  발행일 2017-12-13 제21면   |  수정 2017-12-13
■ 이강소 ‘Becoming’ 1월12일까지 우손갤러리
“한국인 성향 맞는 형식으로도 현대미술 표현 가능”
“서예는 공부하지 않았다” 숨통 트이는‘직관과 단숨의 필획’
이강소 작
“서예는 공부하지 않았다” 숨통 트이는‘직관과 단숨의 필획’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회화과를 나온 이강소(74·사진)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한국 단색화의 2세대 작가로 소개된다. 작가 스스로는 동의하지 않는다. 작가는 “단색화라는 개념은 서구 모노크롬의 해석에 불과하다. 무슨 기준으로 단색화 2세대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세계를 이해하는 게 달라진 만큼 현대미술에 대한 규정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리작가’라는 타이틀도 못마땅해한다. 그는 “나는 오리를 그린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작가는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를 주도했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미술에 접근했다. 작가는 “베끼지 말고,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작가들이 뭉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모험적인 작품으로 세상을 놀라게도 했다. 1973년 명동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선술집을 설치해 화제를 모았고, 1975년 파리비엔날레에선 닭을 전시장에 방사시켜 흔적을 기록한 닭 퍼포먼스로 주목을 받았다.

‘Becoming’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강소 작가의 개인전이 대구 봉산문화거리에 위치한 우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15년에 이어 우손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의 최신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다차원적이라고 말한다. “한 아마추어 미술애호가의 표현인데, 내가 하고자 하는 작업 방향과 일치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다차원적’이라는 말은 유기적이라는 단어와 연결된다. 작가는 “세계는 늘 움직이고, 서로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또 전통적인 형식으로도 현대미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인으로서 성향에 맞는 형식을 구현하겠다는 의지였다. 작가는 “미국이나 유럽의 형식을 뒤쫓았지만, 그 형식을 뛰어넘은 한국 작가는 없다”고 말했다.

작가는 최근 직관과 단숨의 필획으로 작업한다. “그려지는 그림, 만들어지는 조각이다. 전혀 가다듬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서예를 공부하지 않았는데, 붓을 움직이는 데 거침이 없다. 서예라는 형식를 벗어난 필획이다. 작가는 “이제 좀 숨통이 트인다”며 웃었다. 우손갤러리는 내년 아트바젤 홍콩 인사이트(Insights) 섹터에 이강소 작가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2018년 1월12일까지. (053)427-7736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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