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신나희 성덕대 발효식품과학연구소장

  • 박진관
  • |
  • 입력 2017-12-13 08:16  |  수정 2017-12-13 08:16  |  발행일 2017-12-13 제29면
“겨울철 별미 ‘횟대기밥식해’는 포항 잔치음식”
동해안 고유어종 ‘홍치’로 만들어
신 소장 집안서 5대째 조리법 전수
상품화 론칭…내년부터 본격 판매
과메기처럼 로컬푸드 특화 계획도
[이 사람] 신나희 성덕대 발효식품과학연구소장
동해 특산 횟대기를 이용해 ‘횟대기밥식해’를 상품화한 신나희 성덕대 발효식품과학연구소장. 그는 5대째 횟대기밥식해 요리비법을 전수해오고 있다.

겨울은 식해가 어울리는 계절. 가자미·동태·도루묵·오징어·갈치 같은 생선을 토막내 조밥과 고춧가루, 무채, 엿기름을 한데 버무려 삭힌 식해는 새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최근 동해 특산 횟대기를 이용해 ‘횟대기밥식해’를 상품화해 론칭을 준비 중인 신나희 성덕대 발효식품과학연구소장은 5대째 횟대기식해 요리비법을 전수해오고 있다.

“횟대기는 홍치인데 포항에선 횟대기 또는 홍데기라고도 하는 비교적 작은 물고기예요. 감포~영덕 바다에서 서식하는 고유어종인데, 밥식해용으로 주로 사용하지요. 영덕 위쪽으론 가자미식해를 많이 해먹습니다.”

그는 2002년 설립한 발효식품과학연구소에 2014년 부임해 3년째 소장을 맡고 있다.

“할아버지가 포항 연일에서 정미소를 운영했는데, 할머니는 매년 추수 후 횟대기밥식해용으로 쌀 두가마니를 따로 준비해뒀죠. 마을 아낙들과 함께 품앗이로 식해를 만들어 나눠주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추석때부터 설까지 밥상에서 횟대기식해가 떨어진 날이 없었지요. 포항 인근 동해안의 잔치음식이었습니다.”

신 소장은 집안 대대로 전해지던 고유의 방식으로 횟대기를 토막낸 다음 좁쌀로 지은 고두밥을 엿질금물에 띄워 무채,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을 넣는다. 하지만 그는 예전에 했던 설탕발효 대신 뽕나무열매(오디) 발효액을 첨가한 숙성촉매제로 3~4일 숙성시킨다. 이때 수분을 적절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횟대기는 다른 식해용 어종에 비해 비싼 편이에요. 지난해 농수산홈쇼핑인 NS홈쇼핑에서 연락이 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으로부터 해썹(HACCP) 인증을 획득해 OEM으로 맡겨 김치공장에서 양산체계를 갖췄어요. 내년부터 상품화해 본격 판매할 예정입니다.”

그는 횟대기식해를 포항의 과메기, 목포의 홍어삼합과 같이 로컬푸드로 특화시킬 요량이다.

“‘밥김치’라고나 할까요. 다른 식해와 마찬가지로 횟대기밥식해는 쌀소비 촉진에도 도움이 됩니다.”

신 소장은 횟대기밥식해 말고도 과메기주먹밥, 과메기동그랑땡, 과메기탕수육 등 과메기를 활용한 요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가 발효식품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10여년 전 위덕대 외식학부에 편입하고 부터다. 한국무용을 하고 민화작가로 활동하면서 전통과 무관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지만 된장·간장 등 전통 장류에 매료되면서 내친 김에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다.

‘음식은 정직해야 건강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그는 2007년 포항에서 식품제조(단호박식해)공장을 직접 운영해 이익이 남으면 무의탁노인이 거주하고 있는 모자원을 찾아 3년간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 대접했지요. 새벽 일찍 일어나 직접 요리하고 배달하고, 맛있게 드시는 걸 보면 그렇게 보람이 있더라고요.”

그는 사회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2012년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씨의 고공크레인 농성을 계기로 사회·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현재 포항시민자치참여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포항 지진 피해자들을 찾아 구호활동도 펼쳤다.

신 소장은 이밖에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국가에 요리책을 만들어 보급하는 등 음식으로 소통을 하며 교류하고 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박진관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동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