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소문난 돼지국밥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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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5   |  발행일 2018-01-05 제40면   |  수정 2018-01-05
돼지국밥 한 술 뜨는 순간 송이 향이 확∼

돼지국밥은 6·25전쟁 중 고달픈 피란길에서 시작된 영남지역 음식이다. 부산, 대구, 밀양 등지에서 각각 다른 방식의 맛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산을 비롯한 경남은 육수를 만들 때 다리뼈나 등뼈로 우려낸다. 고기는 목살과 앞다리살을 주로 쓴다. 대구에서는 머리 고기로 육수를 내고 주로 머리 고기의 여러 부위와 내장과 같은 부속 부위가 들어간다. 밀양식은 육수를 낼 때 소뼈를 푹 고아 된장과 양파를 넣는다. 설렁탕 국물같이 뽀얗고 맑은 게 특징이다. 요즘은 지역별 특색이 혼합된 방식으로 많다.

돼지국밥은 추위를 견디게 하는 발열음식이다. 한잔 술을 곁들이면 국밥에 의해 데워진 속을 더욱 뜨끈하게 달군다. 요즘으로 치자면 패스트푸드이자 솔메이트 같은, 혼자서도 당당하게 먹을 수 있는 혼밥의 대표 메뉴이기도 하다. 돼지국밥은 식은 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가 따르는 토렴 절차를 7~8회 반복한다. 식은 밥에 말아야 국물이 밥알에 잘 스며들어 간이 잘 배고 밥알이 먹는 내내 탱탱해지기 때문이다.

돼지국밥은 빨리 한 그릇 후루룩 먹으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토렴 과정을 거쳐 밥의 온도는 올리고 국의 온도는 낮춘다. 가격에 비해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양도 푸짐하다. 영양가도 많다. 주문하고 5분 이내에 나오는 돼지국밥은 취향에 따라 자기만의 양념을 한다.

6·25 피란길서 시작된 영남 향토음식
머릿고기 육수와 내장 들어가는 대구식
부산식·밀양식과 조리법·양념 등 차이

시래기 넣은 막창순대 들어간 통통국밥
송이·콩나물로 특별해진 송이 돼지국밥
8가지 다양한 식감의 청도 돼지국밥 別味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격인 부추. 따뜻한 성질로 찬 성질의 돼지고기를 중화시키고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새우젓은 지방분해 효소인 프로테아제와 리파아제가 있어 소화를 돕는다. 며느리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집집마다의 비법이 담긴 빨간 양념장(다대기)도 한 숟가락 얹는다. 순해 보이는 뽀얀 국물이 양념과 부추에 의해 빨갛게 변한다. 이때가 돼지국밥이 제맛을 내는 순간이다. 돼지고기는 육질이 부드럽고 연해 소화가 쉽다. 단백질이 풍부해 체력 보강에도 도움을 준다.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콜레스테롤 축적을 막아주는 장점도 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국물만 봐도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돼지국밥. 그 맛은 집집마다 들어가는 고기와 육수 만드는 법, 양념장, 함께 곁들이는 부추와 채소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 같은 듯하지만 느낌부터 다른, 때마다 줄을 서는 소문난 돼지국밥 맛집을 소개해 본다.


▶통통 돼지국밥(053-381-1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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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돼지국밥

기름기가 살짝 낀 살코기, 순대, 암뽕과 잡내 없는 육수의 맛이 특징이다. 모둠돼지국밥엔 막창순대가 보태진다. 쫀득한 막창에 시래기가 들어간다. 시래기의 독특한 느낌에 익숙한 풍미가 더해진다. 삼겹살 한 판과 앞다리, 뒷다리 등 하루에 돼지 반 마리를 삶는다. 고기는 살코기만 들어간다. 국물은 따로 낸다. 사골과 등뼈을 하루 종일 고아낸다. 한 그릇 비워도 입술을 번들거리게 하는 기름기라고는 없다. 연한 우윳빛이 감돈다. 팔팔 끓는 국물에 갓 버무린 부추를 넣는 순간 적당히 뜨끈하게 먹기 좋을 정도로 식는다. 소금보다는 새우젓으로 간을 해야 감칠맛이 보태진다.

막창순대는 잡내 없이 고소함 그 자체다. 적당히 짭조름함도 있다. 특유의 향내가 있는 암뽕도 들어간다. 암뽕은 식용으로 쓰이는 암퇘지의 자궁 부위다. 쫄깃한 식감에 녹진한 맛까지, 차지게 쫄깃하다. 여성에게 인기 있는 다이어트식 돼지국밥은 기름기가 없는 살코기만으로 국밥을 말아낸다. 삶은 돼지고기도 이 집의 인기메뉴. 경조사용으로 주문 배달이 많다. 삼겹살과 다리 부분을 사용해 촉촉하고 부드럽다. 특이한 점은 절대 데워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데우면 비린내가 비친다. 삶은 채 덩어리로 두었다가 손님상에 낼 때 썬다. 촉촉하게 보관되어서 식어도 맛있다. 허전한 속을 시원하게 달래줄 해장음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대구 북구 검단로 106

▶송이 돼지국밥(053-851-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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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돼지국밥

이 집의 돼지국밥엔 송이와 콩나물이 들어간다. 진한 송이향과 부드러운 돼지고기의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고기는 머리 고기를 쓴다. 퍽퍽하지 않고 야들야들한 것이 특징이다. 곰탕 국물 같은 뽀얀 국물은 잡내가 없다. 진하면서 맑다. 국물은 한 번에 돼지머리 10개 정도를 180분 정도 삶아 고기는 발라 낸다. 나머지 뼈와 함께 한약재, 마늘, 생강, 양파 등을 넣고 4시간 정도 4번을 더 끓인다.

송이는 가을철에 채취한 것을 급랭시켜 두었다가 물에 불려 해동하여 사시사철 쓴다. 송이버섯의 향긋한 향이 국밥 한 그릇에 그대로 전해진다. 송이와 고기의 씹는 식감이 비슷하여 의외로 잘 어울린다. 진한 국물이 소스처럼 입에서 녹아들면서 송이버섯을 감싸는 듯한 맛이다.

아삭아삭한 콩나물이 들어 있어 국물맛이 유달리 시원하다. 밥과 국을 따로 낸다. 밥의 반은 국의 건더기와 때깔 좋은 겉절이 막김치와 같이 먹는다. 남은 반은 양념장을 넣고 말아 한 그릇 해치우는 것이 정석이다. 반지르르하게 윤기가 나는 삶은 돼지고기는 먹는 내내 촉촉하다. 삼겹살 부분만 낸다. 새우젓에 살짝 적셔 먹으면 짭조름하게 감칠맛이 있다. 상추에 마늘 한 조각과 양파를 얹고 이 집만의 쌈장에 쌈 싸 먹어도 짜릿한 맛이다. 비계 부분이 있지만 느끼함은 없다. ☞경산시 하양읍 대경로 844

▶청도 돼지국밥(053-474-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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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돼지국밥

봉덕시장 안에 있는 이 집은 머리 고기 8가지 부위에 다양한 식감의 8가지 고기를 국밥 한 그릇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볼살은 얼굴 양옆의 부위라서 무척 차지다. 지방이 거의 없는 소고기 같은 짙은 맛이 난다. 삼각살은 코 안쪽의 살로 한 마리에 90g밖에 나오지 않는다. 기름기가 적어 느끼하지 않고 조직감이 좋아 씹을수록 고소하다. 호두살(뒤통살)은 머리 양옆 관자놀이에서 한 점씩 나온다. 쫄깃한 소고기 육회를 먹는 듯한 맛이다. 두항정은 머리에 붙은 항정살로 부드럽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다. 볼살 뒤 턱뼈 안 한가운데 있는 부위인 안중살은 녹진한 젤리 같으며 맛이 진해 소고기 같은 느낌이다. 밥과 고기, 그리고 쫑쫑 썬 대파를 듬뿍 넣어 나온다.

이 집 돼지국밥의 핵심은 국물이다. 한 번에 돼지머리 4개 정도를 넣어 2시간 정도 끓인다. 오래 끓이지 않아 국물이 맑다. 다대기를 풀어도 탁하지 않을 정도다. 국물을 먹어보면 시원하고 약간 칼칼한 맛이 난다. 육수에 집된장, 마늘, 양파 등을 갈아 넣은 된장양념을 넣는다. 그래서 된장 맛이 나면서 담백하다. 심심한 맛이 아니고 우려낸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진득한 맛이다. 기름기가 없어 끈적거리지 않고 잡내도 없다. 구수한 맛을 그대로 살렸다. 그릇이 적어 보일 정도로 내놓는 고기양도 어마어마하다. 얇게 저며져 있어 부드럽게 입안에서 씹힌다. ☞대구 남구 대봉로 65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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