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현대인의 흔한 질환 두통·복통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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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9 08:15  |  수정 2018-01-09 08:16  |  발행일 2018-01-09 제23면
“만성 두통·복통, 침으로 혈자리 자극해 정화기능 회복”
20180109

살면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질환이 뭘까.

감기일 것 같지만 사실 두통과 복통이다. 감기에 걸려도 두통 또는 복통이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감기를 떠나서 어떤 질환에 걸려도 두통과 복통은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도 아프지 않고 살기란 불가능하다. 그럼 왜 두통과 복통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될까.

물론 머리나 복부에 암이나 염증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나타나지만 그럴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눈에 보이는 이상은 없기 때문에 진통제와 소화제 등으로 치료 방법이 대처된다.

어릴 때 기억을 떠올려보면 두통 때문에 할머니들이 머리를 끈으로 세게 묶어서 다니던 것이 생각난다.

물론 요새는 좋은 진통제도 많고 약을 구하기 쉽기 때문에 머리에 끈을 묶은 할머니들을 본 적이 없다. 진통제를 먹으면 두통이 가라앉는다고 이야기들은 하는데 통증이 없어졌다고 과연 나은 것일까.

TV 광고를 봐도 이 약을 먹으면 통증이 없어지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진통이 되는 것과 치료가 된다는 것은 별개의 의미가 아닐까.

오래전 의료계에 있던 친구와 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한 여자분이 우리 둘에게 자신은 배란통이 심한데 어떻게 낫게 하는 방법이 없는지 물은 적이 있다.


“만성적 통증…자체 조절 역할 부담 신호
진통제·신경안정제, 순간적 통증만 없애
머리·배 부위 급소처 한의학적인 치료
스스로 싸우고 이길수 있는 면역력 키워”


당시 그 친구가 호르몬제를 먹으면 된다고 대답했고, 그 여자분은 언제까지 먹어야 되는지 다시 물었다. 친구의 답변은 평생 먹으면 되지 뭘 걱정하냐고 했다. 친구의 개인적 성향의 답변이고 물론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그 여자분이 원하는 진정한 대답은 배란통이 왜 있는지에 대한 이유와 어떻게 하면 건강해질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한의학적으로 머리와 배는 각각 태양지관(太陽之官)과 복해(腹海)라고 하며 이를 함께 정화지처(淨化之處)라고 일컫는다. 경락은 양기의 흐름을 담당하는 양관과 음혈의 흐름을 담당하는 음관으로 나뉘는데, 머리를 중심으로 양관이 들어가고 나오며, 복부를 중심으로 음관이 들어가고 나온다.

즉 머리는 양기에 관계된 부분을 총괄하기에 양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해서 태양지관이라 하고, 복부는 음혈에 관계된 부분을 총괄하기에 음이 바다처럼 많이 모이는 곳이라 해서 복해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많이 모인 곳에서는 자체적인 정화기능을 작동시키기에 이를 함께 정화지처(淨化之處)라고 한다. 양의학적으로 봐도 머리에 있는 뇌에서 우리의 모든 기능적인 부분을 총괄하고 조정하며, 복부에 있는 각 장기들이 유기적으로 관계해 해독하고 배설하여 기질적인 부분들을 조절한다.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가 하면, 두통과 복통은 기능과 기질적인 부분에서 자체적으로 조절해 정화시키는 역할에 부담이 왔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두통과 복통이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평생을 쭉 가는 경우가 많은데, 태양지관과 복해에서 과부하가 걸린 것이 해결되지 못하고 그대로 체질처럼 굳어져 버렸다고 할 수 있다.

머리와 배에는 많은 혈자리들이 있으며, 이는 그 부위의 중심을 각성시키는 급소처들이 되며 침자로 자극함에 정화지처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돕는다. 또 손발의 혈 역시 그 부위를 어떻게 하는 것은 아니다. 양의 경락은 머리로, 음의 경락은 배로 들어가고 나옴을 이야기했듯이 손발의 혈 역시 머리와 배를 중심으로 끌어내고 밀어올리는 역할을 해서 머리와 배에서의 정화기능을 살리는 힘을 가진다.

즉 침자법의 궁극적인 목표는 침을 놓아 통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태양지관과 복해의 정화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화기능이 회복되면 우리 몸은 다시 병마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싸우기 시작하며, 이렇게 침을 맞은 후 몸이 부대끼게 되는 것을 명현반응(瞑眩反應)이라 한다.

양의학에서 머리의 뇌를 전두엽·후두엽·측두엽으로 나누며, 이 파트마다 맡은 역할이 다르듯이 한의학에서도 12개의 경락은 전면부 4개, 후면부 4개, 측면부 4개로 나뉜다.

태양지관과 복해 역시 세 파트로 나뉜다. 그래서 두통이 전면부에 발생하는지, 후면부에 발생하는지, 측면부에 발생하는지에 따라 해결해야 되는 경락이 달라지며, 거기에 따라 두통의 명칭 역시 달라진다. 한의학에서 치료하고자 하는 중심적인 부분이 머리와 배인 만큼 여기에 대한 처방은 무수히 많으며, 사실 보약을 비롯해 대부분의 처방에 기본적으로 같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만성적인 두통과 복통이 있는데, 검사 결과상 이상소진은 보이지 않고 계속 진통제나 신경안정제를 주기적으로 달고 있다는 것은 약을 먹고 그 순간 통증이 없다고 할지라도 완전한 치료가 된 것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건강하다고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이럴 때 그냥 내버려두지 말고 한의학적으로도 진단과 치료를 받아본다면 만성적인 고통에서 벗어날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최재영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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